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H Jan 21. 2022

너 죽고 나 죽고 전략과 회피하기 전략 사이

#PSH독서브런치129

사진 = 네이버 영화 <신세계> 스틸컷


1. 킹덤 오브 헤븐(2005)은 기독교와 이슬람교 공통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둘러싼 십자군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PSH독서브런치123 [결과를 고려한 판단 -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의 교훈]에서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영화에서 기독교 진영의 르노 드 샤티옹은 무장하지 않은 무슬림 순례자들을 공격하여 죽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슬람 진영의 왕(살라딘)은 대군을 이끌고 르노 드 샤티옹을 처단하기 위해 옵니다. 이슬람 대군이 출정했다는 소식을 들은 기독교 진영 왕 또한 대군을 이끌고 살라딘과 협상하기 위해 출정합니다. 기독교 왕은 "르노 드 샤티옹은 처형될테니, 대군을 무르라"고 말하며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모두 죽게된다(Withdraw, or we all die here)"고 합니다. 군사를 무른 후 살라딘과 그의 부하가 나눈 대화에서 살라딘은 이슬람 군대가 기독교 군대와 싸워 이길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드러납니다. 이슬람 군대가 기독교 군대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일 뿐 아니라 아직 전쟁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죠. 또 지리적으로 군사가 적에 의해 포위된 상황이었고요. ("One cannot maintain a siege with the enemy behind") 즉, 살라딘은 무고한 무슬림이 기독교인에게 학살당한 상황에서 이를 모른 채하고 회피한다면 추후 더 큰 피해를 입을 거라 판단하고 '너 죽고 나 죽고' 전략으로 전쟁을 일으키려 했다고 보면 어떨지 싶습니다.(아니면 본인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일단 출정하고, 기독교 진영에서 전쟁을 회피할 적절한 명분을 주길 바랐을 수도 있겠네요) (영화 신세계에서 이중구(박성웅 분)의 "이거 쥐약이다. 먹으면 아마도 다 뒈질 거야. 근데 나로서는 안 먹을 수가 없네. 혼자만 억울하게 뒤질 순 없잖냐"라는 대사가 있는데 '너 죽고 나 죽고 전략' 밑에는 어떤 생각이 있을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표현이라 생각해요.)


2. 기독교 왕 또한 전쟁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왕 최측근 신하의 "We do not want it(war), and we may not win it."라는 대사를 통해 드러나죠. 대군을 이끌고 오는 살라딘을 한시라도 빨리 만나기 위해 기독교 왕은 병들어 죽음에 가까워진 몸으로 군사를 이끌고 출정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전쟁에 혈안이 되어 있는 십자군 원정대 장군들에게 '겁쟁이' 혹은 '신성모독(blasphemy)'이라는 말을 들을 것을 감수하고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사용한 전쟁 '회피하기' 전략이었습니다.(예수님의 뜻을 받든 십자군이 진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신성모독입니다.("An army of Jesus Christ, which bears his holy cross, cannot be beaten."))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여 회피하기 전략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지만, 전쟁으로 인해 발생할 무고하고 의미없는 희생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왕의 회피하기 전략은 궁색해 보이지 않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는 것과 상관없이 한센병으로 본인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그의 결단은 숭고해 보이기도 합니다.


1+2. 살라딘의 '너 죽고 나 죽고' 전략과 기독교 왕의 '회피하기' 전략 모두 그들이 각각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역시 중요한 것은 명확한 상환 판단과 그 상황에서 최선의 전략을 강구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thepsh-brunch/124

https://brunch.co.kr/@thepsh-brunch/140

https://brunch.co.kr/@thepsh-brunch/18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