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123
1. 킹덤 오브 헤븐(2005)은 기독교와 이슬람교 공통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둘러싼 십자군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여러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며, 저는 '결과를 고려한 판단' 즉 정치적 판단에 대해 교훈을 주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혹은 명분과 실리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행동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면 1) 행동 자체의 옳고 그름(명분) 2) 행동의 결과(실리)로 압축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에서는 인물에 따라 이 두 가지를 어떻게 고려하는지가 대비되어 드러나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3.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기에는 예루살렘이 기독교 진영에 넘어가 있는 상태였고, 기독교 진영의 왕(에드워드 노튼 분)은 예루살렘을 이슬람교 사람들에게도 개방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슬람교와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편리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All are welcome in Jerusalem. Not only because it's expedient, but because it is right.") 즉, 행동 자체의 옳고 그름과 결과 모두를 고려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영화의 주인공인 발리앙(올랜드 블룸 분)은 아버지(리암 니슨 분)의 유지에 따라 '훌륭한 기사(perfect knight)'가 되고자 합니다. '훌륭한 기사'를 결과보다 행동의 옳고 그름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사람 즉, 본인이 수호해야 할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면 발리앙은 옳은 행동을 하기 위해 본인의 목숨까지 감수하는 인물입니다. 이는 이슬람교의 공격으로부터 성의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 압도적인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적진으로 돌격하는 장면을 통해 드러납니다.
("적의 앞에서 결코 두려워하지 말라. 용기있게 선을 행하여 주님의 사랑을 받으라. 언제나 진실을 말하라, 그로 인해 죽게 되더라도. 약자를 보호하고 불의를 행하지 말라. 그것이 네 소명이다." - 영화 발췌 기사도문)
5. 예루살렘이 이슬람교에게 함락되기 직전, 기독교 성직자는 발리앙에게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나중에 회개합시다"고 합니다. 이는 행동의 결과만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6. 기독교의 르노 드 샤티옹은 무장하지 않은 이슬람교 순례자들을 공격하여 죽입니다. 본인은 그것이 옳은 행동이었다고 생각했겠지만, 옳아 보이지 않으며 그 행동의 결과로 본인의 목숨도 빼앗겼다는 점에서 두 가지 모두를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라 생각합니다.
1+2+3+4+5+6. 행동 자체의 옳고 그름과 행동의 결과를 모두 고려하는 것이 좋겠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결과만을 고려한 판단이 나쁘고, 행동 자체의 옳고 그름만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무조건 멋지고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행동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어 내린 판단에 대해 '책임있는 사람의 책임있는 결정' 혹은 '전략적 결정'이라는 설명이 붙을 수 있고, 명분에 초점을 맞추어 내린 판단에 대해 '융통성 없는 결정', '장기적 관점을 고려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설명이 붙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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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예루살렘의 왕은 본인 사후에 이슬람교를 자극해 전쟁을 일으킬 것이 뻔한 여동생의 남편을 '본인에게 충성을 다하지 않는 이유로(즉, 정치적 목적으로)' 죽인다면 발리앙에게 여동생과 결혼하여 예루살렘을 맡아줄 수 있느냐고 하기도 하죠. 즉, 왕의 생각은 행동 그 자체는 명분이 약하지만, 결과를 고려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하며 그것 또한 정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동 자체의 옳고 그름이 중요한 발리앙은 이를 거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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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선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그것은 많은 것들을 미리 생각해둘 때 조금 더 내 마음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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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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