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심은 보통 긍정적인 것, 꼭 지켜야 할 것, 회복해야 할 것으로 설명되곤 합니다. 영화 <킹덤 오브 헤븐>에서 주인공인 발리앙(올랜도 블룸 분)이 멋있어 보이는 것은 '훌륭한 기사(perfect knight)'가 되고자 했던 그의 초심을 끝까지 지켰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임시완 분)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사회초년생인 장그래가 어쩌면 초심을 상징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스티브 잡스는 일본 선불교 수행서인 『선심초심(Beginner's Mind)』이라는 책을 즐겨 읽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항상 시작하는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죠. 또 주식에서도 '원래 팔고자 했던 가격이 오면 미련 없이 팔아버려라'는 조언이 널리 받아들여지기도 하고요. 이처럼 긍정적인 문맥에서 주로 쓰이는 초심은 마케팅 영역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도 합니다.
2. 한나라를 통일해 초대 황제에 오른 유방은 『시경』, 『서경』과 같은 유학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말 잔등에 올라탄 채 천하를 얻었다. 뭐가 부족해서 내가 『시경』이니 『서경』이니 하는 따위를 들어야 하느냐?"고 말합니다. (경계에 흐르다, 최진석, 소나무 인용) 이에 유학자인 육가는 "폐하는 말 등에서 천하를 얻으셨습니다. 그렇다고 말 등에 올라탄 채로 천하를 경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는 말씀입니까?"라고 했다고 하죠. 이에 유방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육가에게 '진나라가 그토록 일찍 멸망한 원인과 한의 창건 의미 그리고 정책 방향에 등에 대해 연구하도록 지시'했고, 『신어』라는 책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배운 것도 없고 인격적 품위도 그렇게 높지 않았던 유방이' 천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의 기억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변신할 줄 아는 유방의 태도 덕분이었다고 최진석 교수는 분석합니다. 주식에서도 '삼성전자는 10만 원을 갈 테니 (초심을 지켜) 계속 들고 있어야지'라는 전략도 유효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가 분명 좋은 주식은 맞지만, 시장 상황상 대형주가 탄력적으로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니 약 익절 하고 현금을 들고 있든지 리오프닝 주를 조금 사거나 지수 ETF를 사볼까?'와 같은 전략도 충분히 납득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초심을 지키지 않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오히려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2. #PSH독서브런치106 [할지 말지 고민될 때는 보통 어떻게 해야 할까?]에서 썼던 것처럼, 의사 결정 상황에서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고민될 때 적용할 수 있는 일관된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초심도 때에 따라 지키는 것이 나을 수도, 살짝 굽히는 게 나을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인생의 경험을 통해 직접적, 간접적 데이터를 쌓고,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며 그 상황에서 가장 나아 보이는 선택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받아들이는 것뿐이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