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H Dec 02. 2024

김영철은 왜 이병헌을 죽이려고 했을까-<달콤한 인생>

#PSH독서브런치211

사진 = 네이버 영화 <달콤한 인생> 포토

※ 영화 <달콤한 인생(2005)>, <범죄와의 전쟁(2012)>의 내용과 결말을 포함하고 있으니 읽기 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강 사장(김영철 분)은 자신의 심복 선우(이병헌 분)가 자신의 여자 희수(신민아 분)에게 연모의 감정을 느낀 것에 모욕감을 느끼고 선우에게 개인적으로 사람을 보내 사과할 기회를 줍니다. "사과해라, 그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잘.못.했.음. 이 네 마디야. 네 마디만 하면 적어도 끔찍한 일은 피할 수 있다." 이에 선우는 "그.냥.가.라."고 답하고, 강 사장과 선우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조직 부하들을 보내 선우를 납치하고 손을 무거운 공구로 내려치게 한 것이죠. 강 사장은 끝까지 잘못한 것이 없다는 선우가 희수에게 연모의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선우에 대한 강 사장의 폭력은 지속됩니다. "조직이라는 게 뭡니까, 오야(두목의 비표준어)가 누군가에게 실수했다고 하면 실수한 일이 없어도 실수한 사람은 나와야 되는 거죠"라는 강 사장의 대사는, 강 사장의 선우에 대한 응징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조직에서 선우로 인해 상처받은 본인의 권위를 회복하려는 시도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형배(하정우 분)는 판호(조진웅 분)가 관리하는 업소를 무력으로 제압한 뒤 판호의 부하들 앞에서 판호에게 담뱃불을 붙이라고 합니다. 판호는 행배에게 "어릴 적 니 담뱃불 붙이던 김판호 아니다"라며 거절하죠. "나도 가오(체면을 속되게 이르는 말)가 있다 아이가"라는 판호의 직전 대사를 통해 본인 부하들 앞에서 최소한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의 모든 집단행동 중에서 가장 조직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폭력"이라며 "오로지 강요에 의해서만 군대를 조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소한 일부 지휘관과 병사는 신이든 명예든 조국이든 남성다움이든 돈이든 뭔가를 진심으로 신봉해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로이 F. 바우마이스터는 『소모되는 남자』에서 "큰 집단에서는 각 개인을 대체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실제로 그렇게 된다. (중략) 대규모 기관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일상적으로 구성원을 교체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이나 군사조직, 대기업, 국회와 시의회, 시립오케스트라, 프로축구팀들을 생각해 보자. 이런 각 기관에 속한 개인의 자리들은 이미 다른 사람으로 교체된 적이 있고, 현 구성원들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으로 교체될 것이다"라고 쓰면서 "사회집단들은 종종 전략적으로, 아니 거의 의도적으로 존중의 결핍을 사용한다. 그것이 품위의 손상이든 언어 비하든 아니면 다른 신호이든 간에 많은 조직의 남성들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음을 스스로 입증하기 전까지 일상의 무례를 참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는 "존경의 대상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면서 "무자비한 잔혹함은 그의 훌륭한 여러 자질과 함께 한니발을 자신의 군대로부터 항상 존경받는, 대단한 두려움의 대상이 되게 만들었다"고 말하기까지 하죠.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강 사장과 판호는 본인이 우두머리로 있는 (폭력을 관리하는) 조직에서 본인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정당하고 앞으로도 그럴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그러한 행동을 했다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2. 강 사장은 결국 "진짜 생각 많이 해 봤는데, 저 정말 (제 잘못을) 모르겠거든요?"라는 선우의 말 이후 선우의 총에 죽임을 당합니다. 결과적으로 강 사장의 응징은 실패로 끝났지만, 선우가 조직의 불합리를 적당히 참고 넘길 줄 아는 인물이었다면 강 사장의 조직 내 입지는 더욱 공고히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

권위에 관해 김영민 교수의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에서 다음 구절을 이와 관련해 참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권력을 권력의 칼집에 넣어둘 수 있는 역량이 권위를 낳는다. 권력자가 자신을 낮출 때 비로소 권위를 선물로 받는다. 권위는 권력의 가장 말랑말랑한 형태다. 권위는 권력자가 권력을 휘두르지 않는 순간 발생한다. (중략) 권력은 권력자가 섣불리 권력을 휘두르는 순간부터 빛을 잃기 시작한다. (중략) 권력자의 힘은 늘 한계가 있다. 자신이 가진 힘 이상으로 상대가 두려워하는 것이야말로 권력자가 원하는 바이며, 그렇게 정도 이상으로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권력의 작동이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thepsh-brunch/128

https://brunch.co.kr/@thepsh-brunch/158

https://brunch.co.kr/@thepsh-brunch/17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