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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Dec 07. 2021

나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 -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

#PSH독서브런치063

사진 = Pixabay


학교 수업 시간 선생님께 "너희들 중에 미래 대통령이 있을지,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될 사람이 있을지 누가 알아"라는 말을 종종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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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꿈을 가지고 살아가라는 동기부여의 말이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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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사람 인생의 행로는 꿈의 크기보다 유전, 주변 환경, 우연 등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의해 더 크게 좌지우지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점점 들어요.



1. “행복해지려는 노력은 키가 커지려는 노력만큼 덧없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그래도 행복에 있어서 유전적 개입을 부인하는 학자는 없다. … 학계의 정설 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덜 알려진 사실이 바로 행복과 유전의 관계다. DNA가 행복을 완전히 결정한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학자에 따라 다소 의견이 다른 통계적 수치지만, 학계의 통상적인 견해는 행복 개인차의 약 50%가 유전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행복의 기원, 서은국, 21세기북스)


2.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는 노력에 대한 우리의 개념을 뒤집는 부분이 나온다. 텍사스 로스쿨 입학처는 합격생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귀하의 노력을 가능케 한 우월한 성격은 귀하의 당연한 몫이 아니다. 귀하의 성격은 훌륭한 주변 환경 덕이고 그러한 환경은 귀하의 공으로 돌릴 수 없다”고 충고한다. 노력하는 성향 자체도 타고나는 것, 혹은 환경 덕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우월한 외모, 부자 부모, 탁월한 운동 능력 등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에스콰이어 15년 11월호)


3. 많은 학자들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매우 조건적이라고 말한다. 그 조건은 비단 경제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격, 외모, 말투, 행동 등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을 조건이라고 보는데, 이 조건은 대부분 어린 시절 형성된 우리의 무의식에 따라 결정된다. 발달 이론에 따르면 어릴 때 뇌에 각인된 사랑의 프로그램은 커서도 작동한다. 그래서 어릴 때 부모에게서 관심과 사랑을 받은 방식, 즉 부모와의 관계 패턴은 커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반복된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한성희, 갤리온)


4. 나의 행동과 취향과 선택은 정말 나의 개인적인 것일까? 부르디외는 그러한 일관된 행동 패턴으로서의 습관은 계급적이고 구조적인 사회적 환경이 나에게 내재화된 것이라고 말한다. 즉, 나의 취향은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라 계급적인 취향이다. 노동자는 새로 나온 최신형 핸드폰이 갖고 싶고, 쉴 때는 TV를 보고 싶고, 친구와 편안하게 한잔하고 싶을 때는 소주에 삼겹살이 생각난다. 노동자는 노동자처럼 말하고, 노동자처럼 생각하고, 노동자처럼 행동한다. 자본가는 새로 나온 최신형 요트를 갖고 싶고, 쉴 때는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친구와 편안하게 한잔하고 싶을 때는 고급 술집이 생각날지 모른다. 자본가는 자본가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우리가 지극히 개인적이라고 생각해왔던 나의 취향과 성향과 선택은 나의 것이 아니라 계급적인 것이다. 이것이 아비투스다. 사회적 계급과 환경에 의해 형성된 나의 사고와 행동의 패턴. (시민의 교양, 채사장, 웨일북)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도 외부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한 사람이 정말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인생의 부분은 행복 연구 기준인 유전 이외 50%에도 훨씬 못미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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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세계 일주', '건물주가 되어 월 천씩 통장에 꽂히는 삶' 등과 같은 것을 꿈꾼다고 했을 때 그 꿈은 기실 사회, 경제, 시대적 조건 등에 지대한 영향을 받은 꿈일 것이에요. 그렇다면 온전히 내 것으로 보이는 나의 욕망, 꿈도 사실은 온전히 내 것이라 할 수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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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생은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는 역할 놀이에 불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과학의 발달로 뇌, DNA, 경험 등 인간의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분석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미래도 선명히 그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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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내 인생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과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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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thepsh-brunch/65

https://brunch.co.kr/@thepsh-brunch/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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