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무모함이 필요하다. 단, 지형지물이 유리할 때만ㅠ
며칠 전 (1) 편에서 30대 흙수저 신혼부부가 첫 집을 장만하게 된 날을 설명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잘한 선택이다'라고 말할 만 하지만 그 당시엔 반대였다.
그리고 난 아직 30대이고 지난 몇 년간의 선택이 운이 좋았다 해도 앞으로 인생에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큰 굴곡은 또 생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부동산 매수매도 경험이 나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 자산을 불려준 것과 별개로 내 경제관념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정말 긍정적인 경험이 되었다고 판단한다.
우선, 2016년 목동에 빚을 내 첫 집을 구매했을 때,
우리 집 가족들 모두 내가 정말 겁 없고 미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흙수저가 어떻게 서울에 첫 집을 장만할 수 있었냐 하면..
2016년 9월 당시엔 서울에서도 70%의 대출 LTV(Loan to Value Ratio, 주택담보인정비율)이 가능할 때라.. 그나마 가능했다. 쉽게 말하면 7억짜리 집을 사면 최대 7억*0.7= 4.9억의 대출이 나올 때였다. 저 케이스로 보면 현금 2.1억으로 주택 구매가 가능했던 것이다. (취등록세 한 3-4천 포함하면 2.5억 정도 있으면 가능한 정도)
지금은 정부에서 대출을 있는 대로 다 막아놔서 더 이상 흙수저 신혼부부들이 저런 방법을 쓸 수가 없다ㅠ
Part1) '빚(대출)'이라면 치를 떠는 가족 분위기에서 발전적인 경제관념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 부모님은 '빚(대출)'을 내는 데에 아주 부정적이셨다. 살아오면서 과거 보증이니 빚이니 해서 안 좋게 된 케이스를 너무 많이 봤고.. 사실 우리 아빠도 친적 때문에 빚을 갚아주시느라고(과거엔 보증이란게 있어서 당사자가 빚을 못 갚으면 보증을 선 사람이 대신 갚았다.. 아빠 잘못도 없는데 돈을 갚았어야 하는 거다. 말도 안 되는 제도지만 있었다고 한다) 엄청 고생하셔서 '빚'이라는 것의 선기능을 보지 못하고 역기능만 잔뜩 보고 '빚'은 무조건 나쁜 거라고 말해오셨다.
나도 주변에 우선 투자 개념이나 경제관념이 있는 사람이 정말 드물었고 나도 굉장히 가난한 마인드(부동산이나 주식을 하면 투기꾼이다?)를 무의식적으로 나도 모르게 장착하고 있었던 것 같다.
Part2) 계기, 좋아요 100개 누르고 싶은 부동산 책을 찾다.
그 와중 갑자기 뜬금없이 블로그 일기장에 [30대 흙수저 신혼부부 강남 입성기]를 남겨놓아야겠다 생각한 계기는 아래의 책이다. 오스 틀 로이드라는 분의 '강남에 집 사고 싶어요'라는 책이다.
제목이 조금 상업적이긴 한데.. 내용은 매우 괜찮다.
솔직하고, 겸손하고, 눈에 쏙 들어오게 필력도 매우 좋으시다.
<책 정보>
강남에 집 사고 싶어요
저자 오스틀로이드
출판 진서원
발매 2019.12.16.
이 책의 저자는 25여 년 전에 산본 신도시에서 신혼 생활 첫 집을 마련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대치동에 집을 사고 역삼동 도성초(강남지역 초특급 선호 초등 중 하나)에서 아이 둘을 키우셨다. 지금은 대치동에 몇 채, 반포에도 가지고 있으신 것 같고 재테크로 소소한 비조정지역(수도권) 부동산 재테크도 하시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분의 책이 나에게 특별했던 것은 이 분의 지역 움직임이 내 지역 움직임과 공통점이 있어서다.
난 우선 중학교-고등학교를 산본 신도시에서 나왔다. (부모님이 과천 집을 파시고 산이 좋으시다면서 ㅠ 그 당시 1시 신도시인 산본으로 이사하셨다. 굉장히 별로인 재테크 전략이었음은 분명하다.. 입지 좋은 곳을 팔고 입지 안 좋은 신축이라니 ㅠ)
그리고 신혼은 서울 서쪽에서 시작했지만, 1년 반 뒤부터 역삼동 도성초 학군에서 아이를 키울 예정이다.
학창 시절을 보낸 산본의 이야기가 나오니 나도 모르게 오스 틀 로이드 저자의 행보에 감정이입이 됐다.
결론적으로 모두가 다 너무도 낡은 강남을 떠나 깔끔한 1기 신도시(분당/일산/산본/평촌 등)로 이동할 때, 이 저자는 반대로 깔끔한 신도시를 팔고 낡은 강남으로 이주했다. 그리고 그 결정이 이 분을 '부자'로 만들어 준 것이다.
결국 부동산은 입지, 입지, 입지다. 하나 더 하면 대한민국에서는 입지+학군.
누군가는 아이들 수가 줄어든다고 학군의 힘이 약해질 거라고 할지 모른다. 그리고 깔끔해진 재개발 지역의 학군도 충분히 좋아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건 아이를 안 낳아본 사람의 탁상공론일 뿐이다.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을 가지고 절대 마루타 실험을 하지 않는다. 확실한 학군지로 가지 어설프게 좋아질 것 같은 학군에서 만족하는 부모는 흔하지 않다. 아.. 원래부터 '학군'보다는 다른 가치를 중시하는 부모라면 크게 상관없지만.. 사실 학군을 부정하며 일부러(!) 비학군지를 선호하는 부모들은 거의 못 봤다.
Part3) 집값이 떨어져도, 올라도 괜찮았던 이유
다시 2016년 9월 목동 첫 집 구매 시기로 돌아가서..
내가 샀던 시기에는 상승기라 매물이 정말 귀했다. 집도 안 보고 계약금을 쏜 이유는 꽂히면 하는 내 성격 탓도 있지만 매물이 많지 않아 매수가 힘들었던 시기라 그랬다. 부동산은 근데 정말 심리 싸움 중 하나다. 내가 매수를 하고 나서 2달 정도 뒤인 2016년 11월 3일, 꽤 강한 부동산 정책이 나왔다. 그리고는 부동산 심리가 확 죽어서 매수세 실종ㅋㅋㅋ 내가 산 아파트의 호가도 점점 내려갔고 내가 산 금액보다도 가격은 더 내려갔다.
그런데 난 진심으로 조급할 것이 없었다.
그냥 난 내가 안정적으로 살 집, 아이를 좋은 학군지에서 키울 수 있는지 여부, 그러한 목표에 내가 IN했다는 것이 중요했지 단기간에 얼마를 벌고 안 벌고 가 1순위는 아니었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가 꽤 낡아서.. 인테리어를 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남편이 또 반대를 했다.
대출을 받아 집 산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어디서 또 추가로 돈을 쓰냐며 엄청 우겨댔다.....
하지만 살면서 인테리어를 하는 것은 더 힘들기 때문에 최대 1500만 원 이하로 인테리어를 하기로 하고 인테리어 자재를 손수 모두 다 골랐다. 결론적으로 30년이 된 낡은 아파트였지만 최소한의 인테리어를 하고 들어가니 내부는 거의 새집과 다를 바 없었고 사는 동안 아주 편리하게,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다. (남편아.. 와이프 말 좀 듣자 응?)
집을 사고, 인테리어를 하는 그런 모든 과정에는 남편의 강한 반대가 따라왔다.
내가 무슨 말만 해도 욕심이 많다고, 돈 쓰지 말자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난 결국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실행했다)
만약, 남편의 태도가 조금이라도 긍정적이었으면 그 당시 난 주택을 몇 개 더 구매했을 것 같다.
입지를 분석하고 부동산을 알아보는데 재미가 붙었었기 때문이다. 너무너무 강한 폭락이인 남편으로 인해 모든 과정 하나하나 설득하기가 너무 힘들었고.. 그 과정을 본 쌍둥이 언니는 우리 부부가 아파트 구매 때문에 이혼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추가 주택 구매로 이어지진 못했고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그 당시 타이밍이 정말 좋았기 때문이다..
Part4) 정부에서는 정말 몰라서 이러는 건 아닐 텐데...
정부에서 정책이 나오면 매수세가 실종되어 호가가 내려갔다가 한 한두 계절 지나면 다시 부동산 심리가 고무되어 한 달에 몇천, 몇억씩 호가가 올라가는 그런 상승기 패턴이 반복됐다.
잠시 소강기를 맞을 때마다 남편은 (나름) 우쭐해했고 상승기가 오면 '한국 집 값이 미쳤다'라고 하는 태도도 반복됐다. (폭락이들의 행동 패턴ㅠㅠ)
그래도 처음보다는 부동산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는지.. 우리 집 얼마 정도에 나갔녜, 실거래가는 몇억이녜 이런 대화가 가능해지기도 했다-0-;; (부린이 키우기 ㅠㅠ)
2016년 11월 강한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2017년 상반기에도 부동산은 폭등했다. 그리고 2017년 6월, 8월에 강력한 부동산 정책이 또 나왔고 (8.2 정책은 아주 강력했지) 몇 달 쉬었다가 2018년 또다시 대폭등을 했다. 그리고 2018년 9월 (9.13이라고 말함)에 또 아주 강한 정책이 또 나왔다. 그리고 두 계절 정도 쉬었다가 올해 2019년 여름 초폭등기가 오고 2019년 12월 16일 (12.16이라고 함) 급기야 15억 이상의 투기지역 매수 시에는 대출이 아예 불가한 정책까지 나왔다-0-;;;
계속 쓰기도 지겨울 정도로 그 4년 정도의 기간 동안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폭등이 반복되었고, 강력한 정책이 나올 때마다 이상하게... 우리 같은 흙수저 신혼부부나 20,30대 젊은 층들은 희망을 잃어갔다. 정책이 현재 자산이 넉넉하게 있어야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게 계속 정교화되었기 때문이다. 소위 사다리 끊어놓기...
정부 입장에서는 그래도 '우리는 최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는 시그널을 줄 수 있어서 손해(?)는 아니었다. 집값이 폭등하면서 정부 세금이 엄청나게 늘어나 사실 정부는 수혜자라고 표현해도 무리는 없을 듯
Part5) 결국은 사람 간 기득권 싸움.. 별 경험을 다해보다.
현 정부가 가장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은 '재건축'이다. 그런데 내가 (의도치 않게-0-) 그 재건축 아파트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는 주차난이 아주 심각한 것이 가장 단점이다. 남편은 애써 '목동에서 맨날 주차해본 목동러라면 어느 주차든 다 할 수 있다~'하며 새로운 집에 긍정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다ㅋ(이게 그나마 긍정적이었던 반응)
그 와중 해당 단지에서 2018년 초, ‘예비안전진단'이라는 것을 주민들끼리 추진하고자 한다는 말을 들었다. 정부가 곧 안전진단 기준을 상향할 것이라는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는 예비안전진단- 정밀안전진단 이 두 가지를 통과해야 재건축 모드로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퇴근 후 주민 모임에 참석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화가 나 있었다.
예비안전진단을 하려면 소유주들의 허가서 같은 것을 모아야 하는데.. 그 정보를 일반 주민들이 알기란 너무 힘든 일이고 허가서를 모으는 일 또한 자발적인 봉사 단체가 있어야 했다. 다 생계가 있는 사람들이라 그러한 일을 대신해줄 곳이 필요한데 그것이 '입주자대표위원회'(입대위)라고 한다. 그런데 입대위는 아파트가 재건축모드가 되면 생기는 '재건축준비위원회'(재준위)에서 일할 수가 없다. 즉. 입대위는 본인들의 기득권을 위해 재건축 모드가 되는 것이 달갑지 않다. 또 다른 목적을 가진 위원회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건축이 힘들다는 게.. 정부 정책도 크지만 더 힘든 건 내부 갈등이다. 내부에서 정말 방해하는 요소가 많다.
모임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또 꽂히면 해야 하는 내 성격상..
카톡방을 만들고, 소유주들 정보 파악하고, 입대위를 설득하는 것을 주도하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아니 난 여기 산지 2년 정도밖에 안된 사람인데 내가 주도하고 있음? 왜;; 남편이 왜 이러한 큰 일(?)을 네가 주도하고 있냐고 구박을 했다.
그리고 그 활동이 강남으로 확 생각을 쏠리게 만든(재건축을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없겠다고 판단한)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