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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무엇보다도 우리를 위해서

by THE RISING SUN

통일은 당위인가. 언제부터인가 통일이라는 단어가 잘 들리지 않는다. 낯설기까지 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애국가처럼 불렀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도 이제는 잘 부르지 않는다. 가사도 가물가물하다. 통일을 재고의 여지없는 당위,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축복으로 받아들이던 시기가 있었다. 북한 땅은 되찾아야 할 내 몸의 반쪽, 북한 주민들은 잃어버린 내 가족 같은 느낌이었다.


반대의견도 있겠지만 여전히 통일은 당위라고 생각한다. 한발 물러서더라도, 통일은 할 수만 있다면 하면 좋은 것이라는 주장을 굽힐 순 없다. 다만 다분히 감상적인 접근은 철저히 배제하고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해야 한다. 통일을 ‘하면 좋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계산하고 꼼꼼하게 설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현실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통일은 대한민국의 의지만으로 될 수 없고, 북한이 동의한다고 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이 밀접하게 관련된 사안이고, 그래서 전 지구적인 이슈다. 우리 땅이고 우리 민족의 일이지만, 불편해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통일에 대해서는 남한에서 북한을 건너다봐서는 안 되고,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봐야 한다.


첫째, 미국은 통일 한반도가 자국의 안보 전략과 충돌할 가능성을 경계한다.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과 한미동맹을 통해 한반도를 동북아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통일 후 친중(親中) 또는 중립적 정권이 들어설 경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북한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미군이 북쪽까지 진출하는 상황은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불러올 수 있어, 미국 입장에서도 통일의 조건과 시점, 속도에 따라 입장이 갈릴 수 있다.


둘째, 중국은 통일 한국이 친미국가가 되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 중국은 한반도를 전략적 완충지대로 간주해 왔으며, 북한이 체제 유지만 해도 어느 정도 자국 안보가 담보된다고 본다. 임진왜란 당시, 명(明)이 조선(朝鮮)을 대외(對倭) 완충지대로, 한국전쟁 당시, 중국이 한반도를 대미(對美) 완충지대로 여겼던 것에서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만약 통일로 인해 미국과 국경을 직접 맞닿는 상황이 된다면, 이는 중국에게 안보상 악몽과 같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 체제의 붕괴보다는 현상 유지 또는 친중 정권의 등장을 선호하며, 통일을 전략적으로 차단하거나 최소한 지연시키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셋째,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이 극동전략에서의 자국의 존재감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한다. 통일 한국이 미·일 동맹과 더 밀착하거나 대륙 철도 및 에너지망에서 러시아를 우회하게 될 경우, 극동에서의 외교적·경제적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의 인구 불균형 문제를 고려할 때, 러시아는 자국 국경 인접 지역에서의 한민족 단일국가의 부상을 경계하는 입장이다. 다만 남북 경제협력이 러시아의 철도·자원 수출과 연결된다면 전략적 협력이 가능하다는 유연한 태도도 병존한다.


넷째, 일본은 통일 한국의 부상으로 동북아의 세력 균형이 흔들릴 것을 경계한다. 통일 한국은 인구 8천만, GDP 세계 5~6위권의 지정학적·경제적 초강국이 될 수 있으며, 역사 문제에 있어 일본에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일본은 한반도의 정세 불안정이나, 그에 따른 난민 유입, 군사 충돌을 우려하는 동시에,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의 전환 명분 약화 등 통일 한국이 자국의 이익에 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경계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단히 역설적이지만, 희미하던 통일의 당위는 주변국들의 반대와 우려 속에서 명확해진다. 모두가 남쪽 또는 북쪽의 동맹이고, 여차하면 혈맹을 부르짖는 나라들이다. 나름 먹고살만한 강대국들이다. 그러나 하나같이 우리의 통일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 이유도 우리를 위해서가 아닌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동일하다. 우리가 하나가 돼서 강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나라, 한 민족 같은 감상은 배제하고 계산기만 두드려도 결론은 분명하다. 통일은 당위다.


하지만 통일을 대하는 북한의 태도 역시 부정적이고 최근엔 더 악화되고 있다. 첫째, 북한의 공식적인 통일 정책 변화에서 통일 의지의 약화가 드러난다. 최근 북한은 헌법 개정을 통해 대한민국을 ‘적대국가’로 명시했고, 평화적 통일 목표를 삭제했다. 이는 북한이 더 이상 남북통일을 국가적 목표로 삼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변화는 남북 관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통일 논의의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다.


둘째, 북한 정권의 최우선 정책은 여전히 체제 유지다. 김정은 정권은 외부 정보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주민들의 사상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체제 유지를 위한 조치로, 남한과의 교류를 통한 내부 변화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러한 폐쇄적 정책은 남북 간 상호 이해와 신뢰 형성을 방해하여 통일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셋째,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인한 군사적 긴장이 증대되고 있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한반도 및 국제 사회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군사적 도발은 남북 간 신뢰 구축을 저해하고,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넷째,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고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북한은 경제 제재와 내부 정책 실패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구 감소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정권은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외부와의 교류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인구 문제는 통일에 대한 북한의 관심을 더욱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는가. 주변국들의 간섭이 배제되고 북한이 동의한다면 언제든 우리의 의지대로, 우리가 원하는 일정대로 통일이 가능한가. 안타깝게도 전혀 그렇지 못하다. 대한민국 내부에는 수많은 현안들이 쌓여있어서, 당장 자체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나이, 성별, 계층, 정파 등으로 갈라지고 분열되어 갈등하느라 대한민국도 하나가 못되고 있다. 분단 80년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전혀 달라져버린 남쪽과 북쪽이 하나가 됐을 때 일어날 대혼란을 고려한다면, 통일은 적어도 대한민국이 온전한 하나가 된 후에 추진해야 하는데, 현재의 상황은 결코 만만치 않다.


첫째,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한 통일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최근 대한민국은 극단적 여야 대치, 계엄,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등 역대 최악의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한 정치 상황은 통일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장기적 계획 수립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주요 정당 간의 이념적 대립과 정책 우선순위 차이로 인해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이 지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통일을 위한 정책 추진의 연속성을 저해하며, 국제 사회와의 협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둘째, 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로 인한 통일 지지도가 감소하고 있다. 남북한 간의 경제적 격차는 통일 시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의 경제 재건과 사회 인프라 구축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지지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실제로 일부 연구와 조사에서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강화 추이가 확인되고 있다.


셋째, 문화적 이질성과 사회적 통합에 대한 우려도 크다. 남북한은 오랜 분단으로 인해 문화적, 사회적 차이가 심화됐다. 이러한 이질성은 통일 이후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통합 과정에서의 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남한 사회 내에서는 북한 주민들과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며, 이는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도, 북한도, 우리도 변했다. 당위로 확인된 통일을 당연히 추진하겠지만, 그간의 전략에 대한 수정은 불가피하고, 앞으로의 대응도 유동적으로 열려있어야 한다. 그간 우리가 검토했던 방식은 첫째, 남한 체제를 중심으로 북한을 통합하는 흡수 통일이다. 이는 독일의 통일처럼, 북한 정권이 붕괴하거나 내부 변화로 남한 체제에 편입되는 시나리오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기반으로, 남한의 헌법과 제도가 통일 한반도 전역에 적용되는 것이 특징입이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식량난과 탈북 증가 시기에 이 시나리오가 논의되었고, 일부 보수 진영에서 지금도 현실적인 방식으로 지지받고 있다. 그러나 북한 주민의 급격한 체제 전환에 따른 충격과 중국의 반발, 남한 사회의 통합 비용 등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둘째, 남북이 각자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는 연방제 통일이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과 1980년 북한 김일성의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제안이 대표적 사례다. 남과 북이 독립된 정부를 유지하되, 외교·국방·경제 일부를 공동으로 운영하며 ‘1민족 2체제 1국가’로 단계적 통합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현실성 있는 과도기 모델로 평가받지만, 실질적 권한 분배와 이념 대립의 조율이 어려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셋째, 느슨한 협력체로서의 단계적 접근이 핵심인 국가연합(confederation) 체제다. 정치통일 이전에 경제·문화·사회 등 비정치 분야부터 협력을 강화하여 점진적으로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방식이다. EU(유럽연합)처럼 완전한 통합보다는 공동 이익에 기반한 기능적 연대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그 이후 정치적 연합이나 통일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실적으로 남북 간 이질감이 큰 상황에서 비교적 저항이 적은 방식이지만, 결국 정치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두고 회의적 시각도 있다.


넷째, 상호 인정을 바탕으로 교류 협력을 강화하다가 최종적으로 통일로 이행하는 단계적 통일(3단계 접근법) 방식이다. 1989년 당시 노태우 정부가 제시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 구체화됐다. 1단계 화해와 교류 확대, 2단계 남북 연합 형성, 3단계 완전한 통일국가 수립의 순서다. 현행 대한민국의 공식 통일 방안이며,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 통합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안정적 접근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느 하나가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추진하게 될 당시 상황에 맞춰 반영 가능한 모든 사항들을 조합한 최적의 방식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또한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이 이런 것들이 우리 의지대로 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지대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들도 다 갖추지 못했고, 내부적 문제들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언제가 머지않은 미래에... 지금 우리는 그 어떤 정치적 갈등과 분열도 없이 하나로 뭉쳐있다. 그러다 보니 경제가 크게 성장했고, 기술, 과학, 문화, 예술, 체육 등 모든 분야가 함께 발전했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국이자, 매력국가가 됐다. 국제 사회에서 위상도 높아졌고, 무엇보다도 강대국들이 초강대국인 우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누군가의 완충지대, 누군가의 거점, 또 누군가의 견제의 대상이던 시절은 먼 옛날의 추억이 됐다. 우리의 역량이 워낙 커진데다가 가진 게 많다보니, 통일을 추진함에 있어 북한의 낙오와 격차 같은 것들은 더 이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우리의 일에 대해 감히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있는 나라도 없다. 이제는 우리의 의지대로, 우리가 원하는 일정에 맞춰 통일을 추진할 수 있다.


언제가 머지않은 미래에... 지금 우리는 그 어떤 정치적 갈등과 분열도 없이 하나로 뭉쳐있다. 그러다 보니 경제가 크게 성장했고, 기술, 과학, 문화, 예술, 체육 등 모든 분야가 함께 발전했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국이자, 매력국가가 됐다. 국제 사회에서 위상도 높아졌고, 무엇보다도 강대국들이 초강대국인 우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누군가의 완충지대, 누군가의 거점, 또 누군가의 견제의 대상이던 시절은 먼 옛날의 추억이 됐다. 우리의 역량이 워낙 커진데다가 가진 게 많다보니, 통일을 추진함에 있어 북한의 낙오와 격차 같은 것들은 더 이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우리의 일에 대해 감히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있는 나라도 없다. 이제는 우리의 의지대로, 우리가 원하는 일정에 맞춰 통일을 추진할 수 있었다.


통일은 축복이었다. 첫째, 인구와 시장의 확대가 국가 성장 잠재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한반도에는 인구 1억 명 규모의 단일 시장이 형성됐다. 통일이 고령화·저출산으로 인구 절벽을 맞닥뜨렸던 남한, 정치 불안과 경제 파탄으로 인구 급감 중이던 북한 모두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인구는 통일 이후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통일 당시와 달리 북쪽엔 젊은 층이 두터워 노동력 문제가 해결됐고, 덕분에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동남아 등으로 나갔던 기업들이 유턴하면서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들이 나타났다.


둘째, 경제적·지리적 이점이 커졌다. 중국, 러시아와 접하고, 이를 통해 유럽까지 연결됐기 때문이다. 단절됐던 하늘 길, 바다 길도 여렸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철도 물류망’을 구축했고, 항공, 해양 물류망까지 완성하면서 동북아 물류 허브가 됐다. 거기에 경제력, 기술력, 문화력 등이 더해지면서 통일 한국은 유라시아 경제권의 중심이 됐다. 또한 북쪽에 매장된 철광석, 마그네사이트, 희토류 등 다양한 광물 자원들이 남쪽의 제조업 기반과 결합되면서 강력한 경제적 시너지가 창출됐다.


셋째, 안보 불안 해소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영구적으로 해소됐고, 국방비 지출 감소와 국가 재정 효율성이 높아졌다. 통일 이후 코스닥, 코스피는 평균 30% 이상 상승했고, 리스크가 사라진 시장에 해외 투자자들까지 몰려들면서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통일 전 한국은 GDP 대비 약 2.8%를 국방비로 지출했다. 중국(1.7%), 일본(1.2%) 등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통일 이후 국방비 절감분 최소 수십조 원이 R&D, 복지, 교육 등 다른 분야에 투자되고 있다.


넷째, 전략적 자율성이 확보되고 국제 사회에서 위상이 강화됐다. 통일 한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 사이에서 보다 독립적인 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는 각각 외세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으나, 그 약점을 통일로 극복하면서 ‘행위자’로서 외교적 주도권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또한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분단이라는 인위적 냉전체제의 잔재를 정리함으로써, 단순한 정치·경제적 통합을 넘어 역사와 언어, 문화를 공유하는 한 민족이 회복됐고 이는 국제사회에서의 국가 정체성 강화와 신뢰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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