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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아사우라 Nov 03. 2020

2. 숲에 가는 테리지노

테리지노가 사는 집












한때 나의 생각이 집중되는 단어가 있었다

'영재'

아이는 좀 남다른 면이 있다.

주위에서 아이의 영재 검사를 여러 번 권유받기도 했고

나 역시 아이를 지켜보며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아이는 지금 49개월이다.

지난겨울 아이가 40개월 즈음  여전히 그 단어와 아이를 연관선상에 두고 있던

나는  아이에게 처음으로 워크북이라는 것을 내밀었다.

점점 나의 교육관과 가치관을 잃어갔고

내 아이가 그 단어에 딱 들어맞는 아이인지가 궁금했다.


처음으로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쳐보았고

그게 수였다.

아이는 잘 따라왔다.

기뻤다.  솔직하게 말이다.

그러다가 아직 만 4세가 채 되지 못한 아이가 이해하기엔

버거운 개념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받아들이는 아이를 보며

나는 더 박차를 가했다.


아이의 표정을 살필 여력은 없었다.

난 개념을 아이의 머릿속에 잘 넣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으니까.


어느 날

아이가 나를 불렀다.

'엄마 이리 와봐 그리고 여기 앉아'

아이는  워크북을 가져와

내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엄마 집중! 집중해봐~ 자 이 묶음 수를 이해하면 이 문제는 해결되. !''

드디어 아이의 표정을 보았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아이를 꼭 안으며 사과했다.

'엄마가 미안해'


우리의 수 워크북은 그렇게 2주 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리고 아이가 나와 함께 워크북을 고를 수 있는 시기가 되기 전까지는

나는 아이 앞에 워크북을 절대로 내밀지 않기로 다짐했다.

                                      


나름 스스로가 가치관이 뚜렷한 육아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아이의 행복에 집중하는 엄마라고 생각해왔는데..

주변의 말들과 나의 욕심이 뒤죽박죽 버무려지자

갈피를 잃었었다.


매일 숲에 가는 건 내게 일종의 의식 같은 느낌이다.

숲 입구에 들어서면서 다짐을 한다.

'욕심을 버려야 해.

혼자 우뚝 선 외로운 한 그루의 나무보다

숲속 나무들처럼 함께 커나가는 아이로 길러야 해.

어떤 나무인지 속속들이 아는 아이보다

나무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고마움에 감동하는 아이로 도와주어야 해.

그러려면 내가 먼저 숲을 닮은 엄마가 되어야 해'


피카소는 말했다.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로 태어난다. 하지만 자라면서 그 예술성을 유지시키는 것이 문제다'



**숲에서 아이와 나누는 대화는 언제나 싱그럽고 따뜻했어요.

하트 모양의 나뭇잎들을 찾아내며 숲에는 사랑이 가득하다며 함께 깔깔거리던 아이,

단 한 그루도 같은 나무가 없다며 우리는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며 진지함을 묻어내던 아이,

엉덩방아를 찧어 바지에 꼭 똥이 묻은 거 같지만 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에 부끄럽지 않다던 아이..

육아가 지치거나 욕심이 생길 때면

저는 숲 처방을 받고 있습니다.

다들 하나씩 처방전을 가지고 계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봐요

꽃이든, 떡볶이든, 공원이든, 운동이든, 음악이든.... 그 무엇이든지요.

진단도 스스로 하고 처방도 스스로 하는 거예요.

우리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어요.

목숨을 걸고 한 생명을 이 땅에 데려다 놓았는걸요. **


-오늘도 테리지노가 사는 집에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테리지노가 사는 집 새벽에 마이아사우라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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