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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아사우라 Nov 03. 2020

3. 마이아사우라의 변신

테리지노가 사는 집

                                                                                                                                                                                                                                                                                                                                                                                                                                                                    


이제는 엄마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구나.

아이와 잘 지내고 있구나. 그런 생각들로

스스로 대견해 하려는 찰나,

늘 언제나 다시 무너져 버리기를 반복했다.


나만 이런 게 아닐 거야 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엔

아이에게 남기는 상처가 너무 컸다.


처음엔 죄책감과 나에 대한 실망감 뿐이었다면

점점 내가 가여워지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발을 동동 구르며 열심히 살고 있는데

집안일은 티도 안 나고

아이는 꼭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제멋대로 굴어 나를 민망하게 했으며

남편의 명의로 된 카드를 사용할 때 느껴지는 그 미묘한 굴욕감은

한 달에 한 번 어김없이 나를 찾아왔다.


밤에 가만히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울었던 적이 있다.

하염없이 울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배가 고팠다.

성큼성큼 부엌으로 가서 제일 좋아하는 떡볶이를 만들어서 먹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고 나니 배가 불러 한동안 쓰지 않던 요가 매트를 꺼내서 몸을 움직여보았다.

조금씩 기분이 나아지더니 하염없이 울던 내 모습이 낯설었다.


그때부터였다.

추운 겨울밤에 울다가 떡볶이를 먹고 배가 불러 요가를 했던 그날 밤.

나는 그날부터 본격적으로 나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전화통화를 줄이고 인터넷을 줄이고 카톡을 줄이며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조금 내려놓고

나 자신과의 소통을 소중히 하기 시작했다.


모든 습관이 되면 편하다.

작년 겨울부터 였으니 일 년이 조금 못되었지만

나는 매일매일 나의 감정을 돌본다.

예전에는 화를 다 내고 나서야

아 그날이 다가오나 봐를 느꼈다면

지금은 호르몬이 꿈틀거리는 순간을 바로 알아챌 수 있다.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일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한 달 동안 화를 한 번도 내지 않고 지나가는 달도 있다.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아이는 더 개구져 가는데 나는 더 잔잔해져 간다.


나는 아주 지극하고도 지극한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나

아이에게 잔잔해질 수 있다.

의지와 노력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


#테리지노가 사는 집 새벽에 마이아사우라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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