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반짝이는 길을 걷다가
햇살이 번쩍이며
오랜 시간 공들여 지어낸
거대한 거미줄을 보여주었다
배고픈 가을바람에
쉬이 흔들리지도 않고
지나는 구름 따라
쉽게 그 모습도 감춰버렸다
반짝일까 번쩍일까
그 가운데 어딘가일까
반쩍도 번짝도 반작도
그렇다고 번적도 아닌
차라리 검게 쓴 반짝보다
차갑게 옅어지는 반짝이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고칠게 많은 원고를 바라보며
번쩍이는 순간보다
반짝이는 순간으로
마음이 기울어진다
어느새 맺힌 나락이
뿌리내린 땅을 마주 보며
기울어진 가을이다
그런 계절이다
여전히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