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앞에 전달된 초대장 하나
<잃어버린 조각들> 모임 초대장
2022년 6월 2일, 진언眞言의 몇 안 되는 지인 6명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초대장이 전해졌습니다.
<잃어버린 조각들> 초대장
'난 왜 이런 말을 한 거지?' 때때로 우린 미처 알지 못한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도무지 알 수 없는 타인과 더 많은 시간을 부딪히며 살아갑니다. '저 사람은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
인간을 오롯이 이해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걸까요.
악역을 연기하는 게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배우들은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배역에 빠지면, 인간으로서 그의 모습을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고 말이죠. 한 개인의 삶에 빠져들어 그를 이해하고, 그렇게 이해한 인물들이 마음에 켜켜이 쌓이게 되면, 스스로를, 아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이 모임은 그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모임의 기본은, 맞습니다. 너무 뻔한 독서입니다. 그러나 절대 뻔하디 뻔한 독서모임은 아닙니다. 우리는 소설을 '온몸으로' 읽을 겁니다. 아주 오래된 고전도 좋고, 요즘 사람들을 사로잡는 핫한 소설도 좋습니다. 한 달에 한 번, 하나의 소설을 선정합니다. 그리고 참가자는 제비 뽑기를 통해 등장인물 중 한 명을 선택하고, 한 달간 각자 그가 되어 그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봅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거나 전혀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인물이라도, 어느새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겁니다.
그리고 한 달 후, 참가자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그 인물의 이름으로 모임에 참가합니다. 우리 대화에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 정답도 없습니다.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그 인물이 되어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말합니다. 누군가는 '제제'가 되고 누군가는 '뽀루뚜가' 아저씨가 되겠죠. 같은 사건을 해석하는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시선을 상상해 보세요. 다양한 시선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나의 조각들을 수없이 발견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읽은 책이 쌓여갈수록, 세상을 보는 우리의 시선은 더 넓어지겠죠.
소설을 매개로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참가자들을 모십니다.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에 진심인 분이면 됩니다.
그럼,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만약 여러분 앞에 이 초대장이 놓여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결정을 내리실 건가요? 당시 지인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은, '그럼 연기를 하는 거야?'였습니다. 연기라면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쳤죠. 아쉽게도 모임에 대본은 없습니다. 일종의 즉흥연기인 셈이죠. 이 말은, 인물을 온전히 이해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예요. 맞아요.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도 않습니다. 방식은 이렇게 진행돼요. 소설 속 인물의 페르소나(작가의 심리가 반영된 또 하나의 얼굴)를 걸친 모임원들이 테이블에 마주 보며 둘러앉습니다. 그리고는 소설을 뒤흔드는 사건을 함께 짚어봐요. 각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풀이하고, 서로에게 궁금한 것을 묻습니다. 깊게 엮인 관계를 탐색하며, 각자의 심리적 배경을 근거로 인물 간 갈등을 고찰하죠. 이는 모두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대화로써 관계의 역학을 그리고, 인물의 심리적 배경도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한 권의 소설이 끝나면, 우리의 마음속엔 무엇이 남을까요. 소설의 이야기일까요. 아니면 그 인물의 서사일까요? 가장 크게 남는 건, 그 인물을 통해 바라본 나의 모습입니다. 짐작했던, 혹은 알지 못했던 나 자신과의 만남, 소설 속 인물에 깊이 빠져들며 우리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됩니다.
어떠세요, 여전히 결정하기 어려우신가요?
다행스럽게도, 초대장을 받은 6명 중 5명은 이 모험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어요. 그렇게 우린, 2022년 여름부터 현재까지 매월 한 명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초대장 내용과 다르게 변한 것도 있어요. '제비 뽑기' 대신 '사다리 타기'가 도입되었고, 모임명도 <잃어버린 조각들>에서 <추체험살롱>으로 변했습니다. 규모는 야금야금 줄어 지금은 3명의 단출한 인원으로 꾸려가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등장인물이 많은 소설에선, 1인 2역의 다채로운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브런치의 또 다른 시리즈 <한 달 인물살기>는, 한 달간 소설 속 인물이 되어 나의 내면을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하는 여정을 담습니다. 화자는 진언眞言이 아닙니다. 당연히 소설 속 인물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제 마음 안에서 새로이 탄생한 그 인물이겠죠. 처음 소개해 드릴 인물은 양귀자 작가의 <모순> 속 '안진진'입니다. 그 누구보다 몰입했던 인물이에요. 진언眞言이 바라보는 안진진의 삶,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럼, 첫 화 <모순>에서 안진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 <한 달 인물살기>는 한 달에 한 편씩 연재할 예정이에요. 매월 둘째 주 월요일에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