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 하나를 살 수 있는 삶

가난의 단상5

by 더선생

가난을 벗어난 지 오래 되지 않았다.

불과 2년 전까지도 편의점 매대 앞에 서서

100원 차이나는 두 개의 음료 중 무엇을 살지 한참을 고민하곤 했다.

한끼를 노량진에서 파는 800원짜리 군달걀로 보내기 위해 노량진에 가는 날은 기분이 좋았다.

노량진에 가지 못해 편의점에서 2천원이 넘는 식사를 할 때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어느 날은 취업을 한 동생이 커피를 사준다기에 카페에서 함께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유리창 넘어로 흔하디 흔한 빵집 하나가 보였다.

사람들이 웃으면서 들어가서 빵을 사오는 모습이 내게는 사무치게 부럽더라.

100원 하나에 마음이 가벼워지고 무거워지던 때에 2천원 짜리 식빵은 큰 사치였다.


그때

아,내가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삶을 살든 간에

꼭 식빵 하나 쯤은 큰 결심 없이 사서 집에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다.


가끔 힘이 들 땐 식빵을 생각한다.

그래도 지금 내 삶은 식빵 하나를 오랜 시간 결정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삶이다.

그럼 됐다. 이 정도면 행복한 삶이다.

식빵 하나를 살 수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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