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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학교 서울 Jul 02. 2019

인류는 여전히 진화 중인가

Are Humans Still Evolving?

진화론은 현대의 가장 중요한 사상 가운데 하나로 19세기 찰스 다윈이 주창했다. 


진화 이론 중에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관한 대목이 있다. 개구리나 세균이나 기린 등이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면 대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가끔은 우연에 의해 돌연변이가 오히려 이점이 되고 성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후대에 전해져 부모 세대와 같은 이점을 부여하게 되고 결국 여러 세대에 걸쳐 성공이 확산되기도 한다.


Charles Darwin


그러나 유전자 변이는 시간이 걸린다. 그것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 우리 인간이 최초의 세포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가는 데 39억년이 걸렸다.


그러므로 유전자 돌연변이가 현대 인간에게 의미심장한 요소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다윈의 진화론에는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이 있는데, 바로 ‘환경 적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다윈은 환경이 변화하면 개체의 어떤 특징이 갑자기 유리한 점에서 불리한 점으로 바뀔 수 있으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1811년 맨체스터가 급격히 산업화될 무렵 마을 주변의 나방을 조사한 유명한 연구가 있었다. 당시 조사에서 검은 날개 나방 혹은 흑색 나방은 기록에 없었다.


37년 후인 1848년 다시 조사가 이루어졌을 때 엄청난 수의 흑색 나방이 발견되었고 흰 날개 나방의 개체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에 대한 다윈의 설명은 간단했다. 맨체스터가 주요 산업도시로 부상하면서 엄청난 양의 매연이 대기로 유입되어 나무줄기를 검게 만들었다.


그 후 날개 색이 하얀 나방은 주요 포식자인 새들의 눈에 훨씬 잘 띄게 되었고 날개 색이 검은 나방은 효과적으로 위장할 수 있게 되었다. 

다윈은 환경의 변화가 환경 안에서 어떤 종이 번창할 수 있는지 여부를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 세계에서도 일어난다. 환경의 변화가 생식 잠재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사회적 계층 구조를 변화시킨다. 


우리 시대의 전형적인 예를 한 가지 살펴보자. 바로 괴짜(너드)의 성공이다. 괴짜 하면 근시에 소심한 성격, 빈약한 근육을 하고 복잡한 추상적 과정에 집착하고, 카리스마도 사교성도 부족해 성공적인 삶과 거리가 먼 특징을 지닌 것으로 생각했다. 대부분의 역사에서 성공이란 육체의 힘과 가족 집단과의 강한 연결고리에 크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나약한 사람, 외톨이, 내성적인 사람은 아주 불리한 입장에 있었다. 그러다가 20세기의 마지막 4분기에 이르러 기술 산업이 발달하면서 괴짜들에게 매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인간은 스스로 진화하지 않지만, 혹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느릿느릿 진화 중이지만, 우리 환경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는 특정한 성격에는 큰 이권을 주는 반면 어떤 성격에는 무척 불리한 상황을 가져다 준다. 다시 말해, 유전자 변이는 그리 주목할 만한 진화의 요소가 아니지만, 환경 적응은 여전히 진화의 핵심 동력이 된다. 

© Flickr/wetwebwork

우리 중 어떤 이들은 산업화가 진행 중이었던 맨체스터의 흑색 나방처럼 새로운 세계에 이상적으로 적응하고 그 결과 엄청난 지적 능력, 자기 수양, 합리성을 보장 받는다. 반면, 많은 이들이 매연 가득한 세상의 흰색 나방과 같아서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기가 어렵다.

- 근거 없는 불안과 실질적인 위협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 하루 종일 사무실 컴퓨터 앞에서 보내기가 어렵다.

- 포르노를 과하지 않게 적당히 보기가 어렵다.

- 한 사람만 사귀기가 어렵다.

- 기업이라는 유리 탑 안에서 대형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몇 년 동안 자기만족을 유예하기가 어렵다. 


스스로 우리 시대에 꼭 들어맞지 않는 유형이라도, 자신을 향해 연민을 느껴야 한다. 생물학은 진화의 과정에서 설탕, 섹스, 권력, 불안, 흥분을 둘러싼 습관들을 진화시킬 때 당시 어느 정도가 분별 있는 범위인지 인지하는 습관도 함께 부여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효율성은 수많은 장애물을 만난다. 그러므로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우리가 왜 이렇게 역효과를 낳는 일들을 하고 마는지 자신을 동정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 진화론을 발표했을 때 찰스 다윈은 인간의 본성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만화가들은 다윈을 유인원의 모습으로 그려 조롱했다. 

 그러나 다윈의 이론은 인간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그는 우리가 당장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재빨리 제거할 수도 없는 수많은 짐을 들고 다닌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현대의 삶은 정말로 잘 해내기 어려운 것들을 요구한다. 우리가 부여받은 경향성들은 몹시 불편하지만 너무도 깊이 뿌리를 내려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들이 많다.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조금 더 너그럽게 용서할 줄 알아야 한다.




번역: 이주혜 클래스 리더

편집: 인생학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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