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기대가 되지 않는 설은 얼마만일까.
설날이 다가왔다.
이렇게 기대가 되지 않는 설은 얼마만일까.
기대는커녕. 약간의 전운이 맴도는 설이었다.
아버지는 올해 설이 시작하자마자 할머니 집으로 가셨다.
올해 설은 굉장히 길었는데 4일 정도를 할머니 집에서 계셨다.
그리고 설 전날에 할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셨다.
할머니와 우리 가족은 할아버지 산소에 갔다.
항상 설 전주나 2주 전에 가기 때문에 차가 많지 않았는데 설전날에 이동한 탓인지 평소면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곳에 두 시간 반 정도가 걸려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주차를 하고 할머니 손을 잡고 아버지, 어머니랑 같이 산소를 향해 걸었다.
“이런 곳 이제 그만 오자.”
“네…?”
“뭐 하러 여기까지 와서 고생을 해”
“아니요. 할아버지 보러 와야죠.”
“그르냐…”
할머니는 나와 아버지에게 이제 오지 말자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우리 가족 모두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어머니, 어차피 설이랑 추석이랑 기일, 이렇게 1년에 많이 와야 세 번인데 와야죠.”
“엄마. 어차피 내가 운전하니까 괜찮아.”
“그르냐… 나는 너네가 힘들까 봐.”
“할머니. 제가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와야 해요.”
“그래. 알겠다.”
대화를 하면서 걷다 보니 할아버지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이곳에서 할아버지에게 작별인사를 고했던 게 며칠 전 같은데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할머니와 아버지는 아무 말하지 않고 할아버지 사진을 바라보셨다.
항상 이곳에 오면 아버지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거 같았다.
“아버지. 다음에 또 올게요. 엄마도 인사해야지.”
“영감, 다음에 올게요.”
할머니와 아버지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다시 올게요.”
가족들이 조금 떨어졌을 때 작은 목소리로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했다.
다시 차에 올라타 집으로 돌아왔다.
거실에 다 같이 앉아 할머니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할머니가 자꾸 아버지를 힐끗힐끗 보셨다.
“엄마. 왜?”
“너는 왜 안 가냐?”
“엄마, 여기가 내 집이잖아.”
할머니는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셨다..
그리고 나에게 속삭이셨다.
“저기 삼촌이 뭐래냐…”
“네? 할머니. 제 아빠잖아요. 할머니 아들.”
오늘 하루 종일 할머니는 아버지를 자신의 막내 동생으로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몇 년 동안 주말마다 아버지가 할머니 집에 가셔서 같이 돌아다니신 탓일까 할머니의 머릿속에서 아버지는 막내 동생이 되어있다.
그리고 자신의 막내아들은 결혼을 하지 않았고 지금 할머니 집에 있다고 생각하시는 듯했다.
아버지는 옛날에 찍었던 가족사진들을 들고 와 자기는 막내 동생이 아니라 막내아들이라고 설명했다.
그제야 할머니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맞춰졌는지 할머니가 놀라셨다.
“어이구. 내가 뭘 이상한 걸 생각한 거냐. 그지. 그지. 막내아들. 맞다. 맞아.”
할머니는 나와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를 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내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었구먼. 이제 알았다. 알았어.”
“엄마. 이제 알겠지?”
“응. 그래. 그래.”
아버지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마저도 금방 사라질 기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