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참여할 수 없는 가족회의

항상 돈과 시간이 문제

by 이이구

설이 다가온다는 것은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버지는 큰아버지 그리고 고모들과 이야기를 하기 위해 할머니집으로 이동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가 오고 갔다.


집에 돌아온 아버지의 표정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애초에 아버지는 대화의 장에 들어가지도 못하셨다.

고모들이 큰아버지와 이야기를 한 테니 할머니와 같이 나가있으라고 하셨다고 했다.

막내이신 아버지는 이야기가 다 끝나고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통보식으로 들으셨던 거 같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결국 정해진 것 무엇하나 없었다.

항상 문제는 돈과 시간이다.

모두의 입에서 돈과 시간 이야기만 흘러나와 집안에 넘쳐흐른다.

아버지는 묵묵히 듣고 그 결과를 우리에게 말해줄 뿐이었다.


큰고모가 돈을 어느 정도 주면 할머니를 모시겠다는 소리를 하셨다고 한다.

물론 그 금액이 만들어질 리 없었다.

그렇다고 할머니가 요양원에 가시는 건 고모들은 찬성하시지 않았다.

시간만 흘러가고 해결책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을 더 낼 수 없다는 고모들.

항상 그래왔듯이 5만 원도 낼 수 없다는 큰아버지.

그리고 최선을 다하고 싶은 아버지.


당분간은 할머니는 둘째 고모네 집에 계시기로 결정되었다.

물론 주말이면 주말마다 아버지가 가서 모시고 할머니 집에 가시지만 그래도 평일에는 한시름 놓게 되었다.

과연 이게 맞는 걸까.


어린 나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했고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의 마음이 공감되었다.

만약 아버지나 어머니가 그런 상황이라면 나는 기꺼이 부모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고 돈을 지불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쉽게 말할 수 있고 미래에 바뀔 수도 있는 게 사람이라지만 나는 그럴 거 같았다.

적어도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을 거 같았다.

그건 동생도 똑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고모들이나 큰아버지는 그런 태도, 마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서 화가 났다.


시간이 지나고 자식이 생기면 너도 생각이 달라질 거라는 어머니의 말씀.

아직 나는 그 말씀이 공감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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