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단둘이 대만여행
처음이다.
아버지가 주말에 할머니집을 가지 않는 건 4년 만에 처음이다.
아버지 회사에서 25주년 기념으로 대만여행이 결정되었다.
직원들은 별로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모두들 여행 대신에 그 비용을 보너스로 주거나 다른 선물을 바랐던 거 같다.
사장도 함께 가는 목요일에 출발해 일요일에 도착하는 3박 4일 일정의 여행이었다.
출발 전날인 수요일과 도착 다음날인 월요일에 쉬지 않고 일은 한다는 게 직원들에게는 별로였던 거 같다.
아버지가 이 소식을 듣고 집에 와 말을 꺼내셨다.
“대만여행 간다는데 갈래?”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어머니랑 나는 아버지에게 자세하게 여행에 대해 물어보았다.
여행은 직원 한 사람당 최대 3명을 추가로 더 데려갈 수 있었다.
친척이나 지인은 안되는 거 같았고 가족이나 부모님 정도만 가능해 보였다.
먼저 장교로 근무를 하고 있는 동생한테 연락을 해보았는데 휴가를 내기는 힘들 거 같다고 했다.
어머니는 일반 승용차만 타도 꽤 심하게 멀미를 하셔 대중교통은 엄두도 못 내신다.
만약 여행을 가게 된다면 계속해서 관광버스를 타고 다닐 텐데 어머니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셨다.
남은 건 나와 아버지뿐이었다.
가족 중 두 사람이 가지 못하기도 했고 할머니가 신경이 쓰이셨는지 아버지는 여행을 가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하지만 어머니는 절대 반대였다.
아버지는 회사 직원이니 어떤 일이 있어도 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어머니와 아버지가 의견충돌이 있자 뭔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이 될 분위기였다.
여행을 떠나기 몇 달 전이라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아버지와 나 단둘이 떠나기로 결정된 대만여행.
다행히 중요했던 일정이 여행 다음 주로 잡히면서 나는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여행을 가기 전 아버지는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셨다.
주말에 할머니 집에 누군가 와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지배적이셨던 거 같다.
그 외에도 다른 문제들이 있었다.
할머니가 하루에도 몇 번씩 아버지에게 전화를 한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로밍을 하지 않고 대만용 usim을 사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4일 동안은 할머니가 아무리 전화를 하셔도 연결이 되지 않을 예정이었다.
내가 카카오톡으로 보이스톡은 가능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아버지는 괜찮다고 이야기하셨다.
여행날이 다가왔고 아버지와 나는 새벽에 집을 나섰다.
그렇게까지 가고 싶어 하지 않아 하시던 아버지였지만 그래도 아들과의 여행이라는 생각에 즐거워 보이시는 것도 있었다.
게다가 처음 가보는 해외여행.
대만맥주를 먹으며 무거운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할머니 얘기는 자제했다.
하지만 은연중에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었다.
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3박 4일 동안 추억을 쌓고 아버지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공항에서 입국수속을 마치고 출구 게이트로 나왔다.
게이트에서 나온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엄마. 뭐 하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