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다 비슷한 삶을 살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시간, 돈 그리고 친척

by 이이구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부터 토, 일은 할머니집에서 시간을 보내셨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두 시간 거리의 할머니집을 방문하셨다.

할머니의 치매가 시작되고부터는 날이 하루 더 늘어나 금, 토, 일동 안 할머니집에 있으셨다.

어머니는 초반에 반대도 하셨지만 아버지의 선택을 존중했다.

다만 이 일수가 늘어나면서부터는 걱정이 늘으셨다.


다른 친척들은 바쁜 걸까.

어른들의 세계에 끼어들고 싶지도 않고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나였지만 어느 정도 눈치껏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옛날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다른 친척들이 어떤 성격이신지.


평일에 시간을 할애해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도 있었다.

정확한 일수는 잘 모르겠지만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을 하고 있는 거겠지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서로의 의견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할머니의 집에 자주 오면서 할머니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여러 가지 조건을 따지는 바람에 할 일이 더 많아지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역시 돈이었다.

어떻게 비용을 처리할 것이냐.

내가 관여할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큰아버지와 고모들의 대립은 꽤나 깊어 보였다.

막내아들인 아버지는 모두의 의견에 따르겠다는 뉘앙스였다.


아버지의 태도는 내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자였다.

금토일에는 항상 할머니집에 방문했고 할머니가 병원을 가야 한다거나 어딘가를 가야 한다면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 할머니와 함께 어딘가를 다녀오셨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친척들은 아버지를 부리기 좋은 막내라고 생각하셨던 거 같다.

주말을 포함해 평일에도 할머니와 함께 어딘가를 가야 한다면서 항상 아버지를 불렀다.

그러면 아버지는 군말 없이 집에서 출발하셨다.

주말에 부르는 건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겠지만 평일 저녁에 불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저녁 나가서 새벽에 집에 들어와 잠시 쉬셨다가 바로 출근을 하셨다.

그런 아버지가 대단하면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라면 내 의견을 말할 텐데 아버지는 남들의 의견에 군말 없이 따랐다.

내가 큰 아들이라서 이해를 못 하는 걸까 생각했다.


이런 시간들이 지속될수록 힘들어지는 건 우리 가족이었다.

다른 친척들도 모두 각자의 수고가 있겠지만 우리 집은 더 힘들었던 거 같다.

우리 가족 모두가 할머니를 케어하는 것에 대해서 불만은 없었지만 지쳐가는 게 눈에 보였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난 날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생각보다 치매를 앓고 계신 조부모를 가진 친구들이 많았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가족과 비슷했다.

시간, 돈 그리고 친척.

모두가 다 비슷한 삶을 살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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