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손자를 기억하고 있는 걸까.

나는 할머니 기억 속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있는 걸까.

by 이이구

할머니와 있으면 항상 반복하는 대화들이 있다.



“이제 집에 가야 돼.”

“할머니 왜 집에 가세요. 조금만 더 저랑 있어요.”



집에 가는 할머니를 말리는 나의 모습.



“저 사람은 누구냐?”

“할머니 저 사람은 할머니 막내아들 와이프. 할머니 며느리. 그리고 제 엄마잖아요.”

“그래? 난 그런 줄도 몰랐네…”



어머니를 자꾸 까먹으시는 할머니에게 어머니를 설명하는 시간.



“너는 여기서 힘들겠다…”

“할머니 여기가 제 집인데 왜 힘들어요. 엄마랑 아빠랑 저랑 같이 잘 있잖아요.”

“그래? 그렇구나…”



나를 부모가 없는 하숙생으로 생각하는 할머니에게 나를 설명하는 순간.

할머니의 기억들이 점점 사라진다.

아니면 다른 기억들을 겹쳐지는 걸까.


어느 순간이 되면 할머니의 말에서 맥락이라는 것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가끔씩 어머니가 아버지랑 재혼을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신다.

나를 부모를 잃은 학생으로 생각하시기도 한다.

내가 가보지 않았던 시골의 이장님에 대해서 물어보시기도 한다.

저는 시골에 가본 적이 없잖아요라고 대답하면 할머니는 놀라신다.

동시에 어째서 시골에 가지 않았는지 물어보신다.


그런 대화들의 연속에서 할머니의 퍼즐이 조금씩 맞추어지는 순간이 온다.

할머니는 무안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신다.



“그지. 맞다. 맞아. 그랬지…”



치매라는 병이 무서웠던 게 할머니의 외견에는 아무런 차이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기억도 잘하시니 이전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할머니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문제가 생겼다.

할머니의 기억 속에서 내 존재가 지워지고 새롭게 만들어진다.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실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린다.

언제까지 내가 할머니의 머릿속에 남아있을 수 있을까.


같이 밥을 먹고 거실에 앉아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할머니는 일어나신다.

집에 가려고 하시는 할머니와 말리는 우리의 모습이 무한하게 반복된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천천히 예전에 했던 이야기를 반복한다.

대화의 끝에 애석한 미소를 지으시며 앉으시는 할머니.

그 웃음에 담긴 의미가 무엇이었을까.


기억이 나셔서 지금까지 하셨던 말들을 무마하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아서 지으시는 웃음이실까.

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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