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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제 Nov 14. 2023

그동안 내가 먹었던 우동은 진짜 우동이 아니었던거 같다

일본의 우동은 기본부터 다르다

한국에 있었을 때 우동은 사이드 메뉴의 느낌이 강했다.

우동이라는 메뉴를 메인으로 먹어본적은 없었다.

돈까스를 주문하거나 초밥을 먹을 때 같이 나오는 미니우동.

혹은 가끔가다가 간식으로 먹었던 생생우동 컵라면.

뷔페에서 먹었던 자그만한 그릇에 담겨있는 우동.

그 어떤 우동도 나에게 우동 그 자체가 하나의 식사로 다가왔던적은 없었던거 같았다.

하지만 일본에서 먹은 우동은 내가 그동안 경험했던 우동과 조금 달랐다.


냉우동


일본에서 먹은 우동에 나는 두가지 충격을 받았었다.

하나는 차가운 우동이 있다는 것.

냉우동을 먹었을 때 그 느낌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신세계를 발견한 느낌.

여름에 먹는 냉우동은 한국에서 먹었던 냉면처럼 여름이라는 계절에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간장베이스의 소스와 탱글탱글한 면.

차가운 육수덕분에 면은 퍼지지 않고 그 쫄깃함을 더 극대화 해주었다.

일본에서 살면서 자주 먹은 여름의 별미였다.

튀김우동


그리고 두번째, 한국과는 면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면이 얼마나 달랐냐면 일반 마트나 편의점에서 파는 우동면을 물에 넣고 대치기만 해도 엄청 탱글탱글한 우동면을 먹을 수 있었다.

가게에서 먹는 우동은 더 대단했다.

특히 요코스카에서 먹었던 우동.

꽤나 평점이 좋은 우동집을 찾아서 방문했었는데 거기서 먹었던 튀김우동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더운 여름날 20km가 넘게 걷고 먹었던 튀김우동.

일단 손바닥만한 새우튀김과 다른 튀김들도 바로바로 튀겨져서 나온 덕분에 엄청 맛있었지만 메인은 튀김이 아니었다.


튀김우동


튀김 옆에 있던 우동은 내 인생에서 먹었던 우동중에 가장 찰지고 쫄깃한 떡같은 식감의 우동이었다.

쯔유에 파와 갈은 무를 넣고 면을 집어서 그 소스에 찍어서 먹었었는데 떡이라고 해도 믿을정도의 찰짐이 있었다.

떡과 면의 그 중간에서 떡의 장점과 면의 장점을 동시에 가진듯한 우동이었다.

우동을 먹고 쫀득하다라는 감상이 남을 줄은 차마 생각도 하지 못했다.

면 자체로 이미 다른 우동들과는 차원이 다른 우동이었다.


한국의 우동은 대부분 뜨거운 육수에 조금만 있어도 그 면발이 풀어헤쳐지고 불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이곳의 우동들은 어떤 상황에도 탱글탱글한 면을 유지해 낸다는게 너무 신기했다.

덕분에 내 젓가락은 쉬는 순간이 없이 움직였다.

이 우동면이라면 어느 육수에 먹어도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깊은 맛의 육수나 소스가 있어도 우동에서 가장 중요한건 면이었다.

극한의 탱글탱글함을 느낄 수 있는 일본의 우동들.

우동에 무조건 들어가야만 하는 면이라는 기본 재료가 너무나도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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