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다’라는 뜻의 일본어 동사는 ‘上(あ)がる’와 ‘登(のぼ)る’, 두 가지가 있다.
'계단을 오른다'라고 할 때는 “階段を上(あ)がる, 階段を登(のぼ)る” 등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다카오산에 산에 오른다'라고 할 때, “高尾山にのぼる(登る)”라고는 해도, “高尾山にあがる (上がる)”라고는 하지 않는다.
“のぼる(登る)”에는 ‘의도적으로 위로 이동한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정상을 목표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위로 이동한다’는 뉘앙스다. '정상에 오르면 한강이 내려다 보인다(頂上に登ると漢江が見下ろせる)'라고 쓸 수 있겠다.
반면, ‘あがる(上がる)’는 위에 오른 ‘결과를 표시’하는 의미다. “階段をのぼって2階に上がった”라고 하면 ‘한 계단 한 계단 걸어 오른 결과 2층에 도착했다’는 뜻이다.
식당이나 집에서 다다미 방으로 '들어가다'라고 할 때는, “座敷にあがる(上がる)”라고 한다. 집에 손님이 왔을 때도 '들어오세요'라는 뜻으로 "どうぞ、おあがりください"라고 한다. 이때 'あがる'는 오른다는 뜻이 아니라 '~속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로 쓰인다.
어떻게 내려가는지, 결과, 기준점에 따라
‘내려가다’는 뜻의 ‘くだる(下る), おりる(下りる), さがる(下がる)’도 뉘앙스가 조금씩 다르다.
‘くだる(下る)’는 ‘坂道をくだる(경사로로 내려가다)’, ‘川をくだる(강으로 내려가다)’처럼 ‘어디를 통해 아래로 이동하는지’를 중요시한다. “犯人は山道をくだっていた”라고 하면, 단순히 ‘산길을 내려갔다’는 의미보다는 ‘범인이 산길을 통해 도주했다’는 뜻이 된다.
‘おりる(下りる)’는 ‘이동하는 행위 그 자체'를 표현하는 말이다. ‘山をおりる’라고 하면, 산의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는 것, 즉 ‘하산하다’는 뉘앙스다.
‘さがる’에는 ‘어떤 기점을 기준으로 아래로 떨어지는’ 의미로 사용된다. '기온이 떨어진다(気温がさがる). 강의 수위가 낮아진다(川の水位がさがる)'처럼 쓴다.
일본 여행 중 전철역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멘트가 있다. “間もなく電車が入ります。黄色い線の内側までおさがりください(곧 전차가 들어옵니다. 황색 선 안쪽으로 물러나 주십시오).” 'さがる’는 ‘상하의 방향’ 뿐만 아니라 ‘뒤로 향하다’는 뜻으로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