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仁에게 온 선물 히마리, 공항에서 배웅

정이 많고 나눌 줄 아는 아이 히마리

by 리안천인

아빠가 티켓팅을 하는 동안 히마리와 귓속말 놀이를 했다.


"히마리 짱, 자꾸자꾸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지?"

"영상통화하면 돼. 아무도 몰래"


아무도 몰래? 장난처럼 귓속말을 하니 히마리도 까만 눈을 반쯤 감고 비밀이야기 모드로 답한다. 공항에 오니 "보고 싶으면 아빠 집 옆으로 이사를 오라"든지, "비행기를 타고 오면 되지"라고 했던 답변도 조금 달라졌다. 주말에 장염을 앓았던 영향일까, 아침 9시 발 김포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하네다공항羽田空港에 온 히라미는 꽤 긴장한 모습이다. 히마리네는 지난 토요일 서울로 보낼 이삿짐을 내 보냈다. 어제는 남은 짐을 정리하여 개인 창고에 보관하거나 폐기하고, 공항 터미널의 호텔에서 묵었다. 天仁도 하네다공항에 온 것은 코로나로 김포공항으로 가는 셔틀 편이 중단되었던 이후 만 3년 만이다. 하네다공항 국제선 터미널은 코로나 이전처럼 사람들로 붐비어 이별의 서운함을 느낄 여유조차 없다.


天仁에게 온 선물 히마리


돌이켜 보면 2년 정도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히마리와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코로나는 출근 시간을 늦추어 주며 매일 엘리베이터에서 히마리를 만나게 해 주었다. 재택근무와 일본 정부의 주말 외출 자제 권고는 히마리가 놀러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아빠의 부재로 주말마다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읽었고, 놀이터에서 함께 놀았다. 맛난 한국 음식을 먹으며 정도 깊어갔다. 본래 밝은 아이지만, 두 살 터울의 동생이 태어나며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없어 스트레스가 많았던 히마리는 天仁을 만나며 많이 좋아지기도 했다. 히마리는 天仁에게 더 크고 예쁜 선물이다.


히마리가 예쁜 첫 번째 이유는 탈없이 잘 먹고, 잘 자는 건강한 아이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야채를 먹지 않으려고 요리조리 피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편식하지 않고 음식을 정말 맛나게 잘 먹는다. 특히 떡국, 계란말이, 호박죽, 부산어묵 등 한국 음식을 잘 먹는다. 天仁네에 오면 음식이 입에 맞는지 과하게 먹는 것도 같지만, 활동량을 고려하여 많이 먹도록 놔둔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일본 사람들은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음식을 많이 먹이지 않는다. 일본 아이들의 체격이 비교적 작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아동 비만의 걱정이 없는 정도라면 히마리 나이 때는 충분히 먹어야 키도 쑥쑥, 뼈도 튼튼해질 것이라는 것이 天仁 생각이다.


히마리는 인정이 참 많은 아이다. 히마리의 말처럼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좋아한다. 먹을 것이 있으면 함께 먹자고 권하고, 일본 아이 답지 않게 먹여 주기도 한다. 함께 놀자며 크레용도 장난감도 늘 나누어 준다. 나누어 줄 때 히마리의 표정은 너무나 밝고, 예쁘다. 처음 만났던 두 살 때부터 그랬다. 어리지만 나누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가르쳐서 되는 것은 아니지 싶다.


히마리는 욕심이 없는 아이다. 히마리가 놀러 오기 시작하면서 天仁네에는 과자박스를 준비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박스를 숨겨두고 필요할 때마다 과자를 하나씩 꺼내 주었다. 그런데, 곧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과자박스에 과자가 가득 들어 있어도 히마리는 언제나 하나만 꺼내기 때문이다. 동네에 있는 옛날 과자집이나 마트에 데리고 가도 언제나 하나만 집는다. 더 고르라고 해도 하나면 된다고 한다. 놀이터나 집에서 놀다가 배가 고프면 그때 먹을 것을 더 달라고 한다. 미리미리 간식을 챙겨 주기도 하지만 한꺼번에 욕심을 부리는 일은 없다.


히마리가 좋다는 감정표현을 잘해 상대방을 기쁘게 하는 것도 예쁜 이유 중의 하나다. 코로나가 한창이라 어린이집 담벼락 밖에 서서 운동회를 관전하고 있는데 天仁을 발견하고 기뻐하던 히마리의 표정은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담장밖의 天仁과 눈이 마주치자 담벼락 앞까지 한걸음에 달려와 깡충깡충 뛰고, 춤도 추면서 한참 동안이나 반가움을 표했다. 아파트 주변에서 우연히 만나면 반갑다고 달려와 안기며 기쁨을 표한다. 음식을 먹어도 맛있어라는 뜻의 "오이시이! 오이시이!"를 연발하며 엄지 척을 날린다. 조그만 과자를 줘도 "우~와" 하는 감탄사로 주는 이를 기쁘게 한다. 희로애락의의 감정을 표현을 잘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옛 일본사람들과 대조되어 더 이뻐 보인다.


히마리는 이해를 시키면 억지를 부리지 않고 받아들인다. 처음 만났던 두 살 때부터 그랬다. 더 놀고 싶다고 할 때 곧 어두워지고, 추워지니 들어가야 된다고 설명을 하면 받아들인다. 위험한 행동을 해서 타이르면 따른다. 가위질이 잘 되지 않고, 장난감 놀이가 잘 안 되어 화가 날 때마다 일러주었다.


"안되면 또 하면 돼. 그래도 실패하면 또 하고, 계속하면 성공할 수 있어."


늘 묵묵히 듣고만 있어 이해는 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작년 가을, 옆 아파트의 키즈아트 축제 때 장난감 쌓기를 하던 옆자리 친구가 장난감이 무너져 울자 히마리가 친구에게 해주던 이야기가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실패해도 괜찮아. 다시 쌓으면 돼"


히마리는 붙임성이 좋고, 애교도 많다. 도서관에서, 놀이터에서 자신보다 어린아이를 만나면 말을 걸고, 함께 놀아 주기도 한다. 공원에서 만나는 할아버지, 할머니께도 인사를 잘하고, 먼저 말도 잘 걸어 많은 사람들이 히마리를 예쁘다며 반긴다. 셀카를 찍으려 하면 天仁 곁으로 바짝 다가와 애교도 부린다. 너무 가까이 안겨서 사진을 찍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사진이 어떻게 나왔는지 핸드폰을 보여 달라면서 깔깔거리며 웃기도 잘한다. 늘 밝고, 흥이 있어서 히마리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히마리는 집중력, 암기력, 상상력, 색채감도 뛰어난 매우 영리한 아이다. “고레 나~니?(이거 뭐야?)”라며 늘 질문을 하는데, 설명해 주면 매우 집중해서 듣는다. 조용히 듣고만 있지만 나중에 확인해 보면 설명한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 뭔가 하고 있을 때는 말을 걸어도 모를 정도로 집중력도 뛰어나다. 집중할 때는 눈빛이 달라진다. 거의 혼자서 히라가나를 익힌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색채, 공간감각도 매우 뛰어난 아이다.


2년 가까이 함께 하면서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어린 쌍둥이 동생들 때문에 경험해 볼 수 없는 것들을 함께 했던 추억도 새롭다. 도서관 가기, 버스와 지하철 타기, 생 다코야키 먹기, 돈가스, 스테이크, 회전초밥 집에서 외식하기, 드래건 후르츠, 체리 등 수입과일 먹기도 히마리가 난생처음 天仁과 함께 경험한 것들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민단의 한글교실에서 한국어도 익혔고, 天仁과 실전 연습도 해 왔다.


이제 히마리는 한국의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늘 그래왔듯이 안되면 또 시도하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해서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기를 기도한다. 히마리야! 건강해! 늘 응원할게!

서울에 안착한 히마리 자매
반납일이 4월인 도서관에서 빌려 온 그림책들. 한국으로 출발 전까지 읽었다.
히마리와 히마리 엄마가 한글을 공부하도록 天仁이 구해준 책들.
히마리와의 추억이 가득한 東和図書館 키즈룸.
히마리와 ‘노랑 미끄럼틀’이라 불렀던 키라키라 어린이집 옆 놀이터.
아파트 가는 길…
北千住기타센주 丸井마루이 백화점의 다코야키 가게.
히마리 과자 상자. 天仁이 한국에 다녀온 뒤에 찍은 사진이라 한국 과자가 가득하다.
옛날 과자를 파는 아사노과자점. 한 개 30~40엔(3~4백 원) 정도.
회전스시 옆 놀이터.
문어놀이터. 미끄럼틀의 경사가 심해 겁을 내면서도 히마리가 좋아했던 놀이터


히마리와 팥빙수를 만들어 먹던 빙수기.
늘 옮기고 지우지만 대부분 히마리 것인 사진이 80.18GB를 차지하여 용량이 꽉 찼다. 2년간 찍은 히마리의 사진, 동영상이 1만 장을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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