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게 태어났으니 감사한 일
'고맙다'는 말을 일본어로는 ‘아리가토ありがとう’라고 한다. 한자로는 “有難う”로 적는다. ‘있을 유有’ 자와 어려울 난難’이 합쳐져서 고맙다는 뜻이 되었다. ‘어려움이 있는데 고맙다’고? 하루에 수십 번도 더 쓰는 말이지만 한자의 뜻을 생각해 보니 언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어려울 ‘난難’ 자를 일본어 사전에서 찾아보니 세 가지 뜻으로 풀어놓았다. 먼저, ‘사태가 잘 풀리지 않다. 쉽지 않다. 어렵다’라는 뜻이 있다. 난해難解, 난국難局, 난제難題, 난병難病’ 등으로 사용된다. 둘째, ‘괴롭고 고통스러운 사태. 괴로움. 재앙’의 의미를 갖는다. 고난苦難, 국난国難, 곤란困難, 재난災難 등에 낱말에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잘못을 책망하다. 따지다’는 뜻으로 난점難点, 비난非難, 논란論難 등의 단어에 사용된다. 그래서 ‘무난無難하다’라는 말은 ‘위험이 없는 일, 틀림없는 일, 결점이 없는 것‘의 뜻이 된다. 그러면 고맙다는 말은 오히려 무난無難이라 해야 할 것 같은데 왜 ’어려움이 있다’는 뜻의 ‘유난有難’으로 적었을까?
어원을 찾아보니 아리가토는 고어 ‘아리가타이有難い’가 음편화 된 것이라고 나와 있다. 아리가타이를 찾아봤다. ‘①흔하지 않다 ②드물 정도로 뛰어나다. 귀하다. ③살기 힘들다. 지내기 힘들다. ④어렵다. 쉽지 않다. ⑤존귀하다. 황송하다.’는 뜻이 있다. 고마움과는 그 뜻이 아주 멀다. 그런데 왜 고맙다는 뜻으로 바뀌었을까.
답은 불교에 있었다. 일본은 본래 불교의 나라였다. 1868년 메이지 정부의 신토神道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제하는 숭신억불崇神抑佛 정책으로 불교가 약화되었지만 6C 아스카, 나라 시대 때부터 불교 국가였다. 법구경에서는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은 거북이가 통나무 구멍에 목을 넣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을 ‘드물다, 귀하다’는 뜻으로 ‘아리가타이’라고 했다. 종교를 떠나 현대 생물학적으로 보더라도 몇 억 분의 일 확률로 태어났으니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자체가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일인가. 그래서 아리가타이가 아리가토로 연음화 되면서 그 뜻도 ‘고맙다. 감사하다’로 바뀌었다고 한다.
우리말 '고맙다'의 어원 '고마'도 신 또는 신령을 지칭한다고 한다. 그러니 '고마'의 형용사형인 '고맙다'는 인간 이상의 존재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며, 동사형 '고마하다'는 '공경하다'라는 뜻을 갖는다. 영어 Thank you의 thank는 생각하다는 뜻의 think가 어원이라고 한다. 의미로 보면 우리말, 일본말의 고맙다, 아리가토의 뜻이 영어보다 더 좋다는 생각이다.
연기법으로 보면 모든 존재는 인연으로 태어나고 인연이 없으면 사라진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렇게 ‘귀하게’ 태어나게 해 주신 부모님과의 인연도 정말 고마운 일이고, 이렇게 글을 적을 수 있는 것도, 매일 아침 건강하게 눈을 뜰 수 있는 것도 너무나 고맙고 행복한 일이다. 주변의 인연과 은혜를 생각하면 저절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일본어 아리가토의 어원을 찾아보다가 인연의 고귀함에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