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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Jun 04. 2023

일본어, 한자 대신 히라가나로 적어야 할 때는?

글이란 읽기 쉽고 의도가 잘 전달될 수 있어야

“어떤 경우에 한자로 적고 어떤 때는 히라가나로 표기하나요?”


일본지역 무역을 담당하는 서울의 해외영업부 후배가 일본어 표기법에 대해 물어본다. 사실 좀 헷갈린다. 어떤 단어는 한자로 적고, 어떤 것은 히라가나로 적는다. 일본인들은 어떤 논리와 규칙으로 히라가나와 한자 표기를 구분해서 적을까? 정해진 문법이나 룰이 있는 것일까? 天仁은 일본어 전공자는 아니지만 현장에서 부딪히며 공부한 일본어 노트를 요약해서 답을 보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일본어 표기 방법에는 관습적인 룰이 있고, 독자가 읽기 쉬운 문장을 만들기 위해 한자 대신 히라가나로 표기해야 하는 단어가 있다. 글이란, 무릇 독자들이 읽기 쉽고, 작성자의 의도가 올바르게 전달되도록 적어야 하는 것, 일본어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룰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일본어는 한자,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3종류 문자로 적는다. 그 3가지 문자에는 각각 다른 역할이 있다. '나는 리안입니다'라는 일본어 문장 '私はリアンです'로 생각해 보면, 실질적인 내용과 의미가 담긴 부분은 한자를 사용한다. 표현을 조금 바꾸고 보충하면, 일반적으로 명사는 한자를 사용하고, 동사와 형용사는 한자와 히라가나로 쓴다. 격조사 ‘は’나 조동사 ‘です’와 같이 문법적인 기능을 나타내는 것도 히라가나로 표기한다. ‘리안’과 같이 원래 외국어는 가타카나를 사용한다. 원칙적으로 그렇다.


한자 열고 닫기(漢字閉じ開き)’라는 말이 있다. 한자로 적을 수도 있는 단어를 '굳이' 히라가나로 표기하는 것을 '한자를 열다(漢字を開く)'라고 한다. 반대로 한자로 적을 경우는 '닫는다(閉じる)'라고 한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한자를 열고 닫는 이유는 한자와 히라가나의 밸런스를 조절하여 독자가 읽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한자가 많은 문장은 한자가 가진 의미가 한눈에 전달되나, 너무 많으면 읽기가 어렵고, 위압적이며 딱딱한 느낌을 준다. 히라가나는 읽기는 쉬우나 띄어쓰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끊어야 할 부분을 구분하기 어렵고, 너무 많으면 추상적인 인상을 준다. 일반적으로 한자 30%, 히라가나 70%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문장이 가장 읽기 쉽다고 한다.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한자를 히라가나로 적어야 하는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첫 번째는 역시 위에서 말한 딱딱하고, 위압적이지 않은 문장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대표적인 예가 '할 수 있다는 뜻의 ‘出来る’를 한자로 쓰지 않고 히라가나 ‘できる’로 표기하는 것이다. 물론, 좀 무게 있게 보이도록 하기 위하여 일부러 한자로 적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일본어 한자는 음독, 훈독 등 읽는 방법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히라가나로 적는 이유도 있다. ‘이 한자는 이렇게 읽어야 한다’라고 읽는 방법을 명확히 해 버리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訳’인데 음독인 ‘やく’로 읽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예 히라가나 ‘わけ’로 적는다.


한자가 가진 본래의 뜻과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도 히라가나로 쓰는 이유 중의 하나다. 예를 들면, ‘여러 가지’라는 뜻의 ‘いろいろ’는 한자로는 ‘色々’로 적지만 한자 본래 뜻인 색깔이라는 의미는 전혀 없다. 그래서 한자로 적지 않고 히라가나로 쓴다. 처음이라는 뜻의 ‘はじめ’도 히라가나로 쓴다. 한자로 적을 경우 ‘始’ 자를 써야 하는지 ‘初’ 자 적어야 하는지 혼돈스럽기 때문이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는 뜻은 없는 표음문자(表音文字)이지만, 한자는 소리와 뜻을 함께 가지 표의문자 (表意文字)다. 한글과 한자를 함께 사용하는 우리도 그렇지만, 히라가나와 함께 한자를 쓰는 일본 사람들도 한자를 어렵고 딱딱하다고 느낀다. SNS가 일상이 된 요즘 중요한 사항을 강조하기 위해 「ワカリマシタ」처럼 히라가나로 적어야 할 것을 가타카나로 적어서 보내기도 한다. 


문학작품, 비즈니스 일본어, 이메일은 물론이고 Web 미디어, 신문, 잡지 등의 정보 매체에서는 관습인 룰이 있다. 일본어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경우에 한자를 히라가나로 표기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잘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히라가나로 적어야 하는 일본어>


1. 상용한자*가 아닌 한자

원칙적으로 일본어는 상용한자가 아니면 ‘히라가나’로 적는다. 예를 들면, '사탕 飴あめ', '장미薔薇ばら', '연결하다 繋ぐつなぐ, '갖추다 揃うそろう'는 등의 단어는 자주 사용하는 것이지만, 상용한자가 아니기 때문에 히라가나로 적는 것이 원칙이다.


2. 형식명사

私は彼のまじめな所を評価しています。→ 私は彼のまじめなところを評価しています。

内→うち:暖かいうちに/事→こと:迷いこともある/為→ため:体調不調のため/通り→:予想したとおり/時→迷ったときは/筈→知っているはずがない/人→希望するひとに/方→安いほうがよい/物→なかったものにしよう/訳→電話にでないわけだ/上→うえ: 内容を確認のうえ/度→ 勉強するたび/の様→あなたのよう/ 毎→1時間ごとに点検, 発生箇所ごとに対策/付き→一人につき2個を配布/時→警報が表示されたときは/所→現状のところ/他→そのほかには (その他, ソノタ) /訳→承認するわけにはいかない

* 추상적인 것을 표현할 때는 한자보다 히라가나로 적는 것이 좋다.

* 그러나, ‘위층 上の階’ ‘역 앞 거리 駅前の通り’ 등 ‘상하’, ‘도로’라는 실제의 의미를 나타낼 때는 한자로 적는다.


3. 지시어

彼の件は此処だけの話にしておいてください→この件はここだけの話にしておいてください。

此れ→これ,其れ→それ、彼れ→あれ、何れ→どれ

此方→こちら、其方→そちら、彼方→あちら、何方→どちら

其処→そこ、彼処→あそこ、何処→どこ

其の→その、何の→どの

* 특히, ‘彼れ, 彼方, 何処’는 한자로 적으면 읽는 방법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히라가나로 적는다.


4. 인사, 감사, 사죄의 말

天候が悪い中、こちらまでお越しいただき、有難うございました。→天候が悪い中、こちらまでお越しいただき、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初めまして→はじめまして/今晩は→こんばんは/ご免なさい→ごめんなさい/宜しく→よろしく/お早う→おはよう/お休みなさい→おやすみなさい/頂きます→いただきます/済みません→すみません


5. 접속사와 부사

支店の売上が悪いのは何故だ。→支店の売上が悪いのはなぜだ。

1) 접속사  : 及び→および、然し→しかし、即ち→すなわち、故に→ゆえに、因みに→ちなみに、並びに→ならびに、或いは→あるいは/尚→なお/拠って→よって

2) 부사 : 是非→ぜひ、流石→さすが、更に→さらに、却って→かえって、直に→じかに


6. 사용빈도가 높거나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동사

挙げる→例をあげる('手を挙げる'는 한자) /有り得る・在り得る→ありうる('ありえる'보다 'ありうる'가 일반적. 그러나, 부정은 'ありえない') /有る・在る→物がある(존재 유무를 나타낼 때는 한자) /頂く・戴く→していただく必要があります/下さい→に注意してください/出来る→することができる/成る→表示が青になる/見る→別の方法を試してみる/見られるように→この結果にみられるように(物を見る) /呼ぶ→一般的に リアン とよぶ('소리 내어서'의 뜻으로 사용하는 '名前を呼ぶ'는 한자) /因る→による影響で遅延した/分かる→わかりやすい文書

'사 오다買ってくる', '해보다 やってみる', ' 전해 두다 伝えておく'와 같이 동사 본래의 의미가 아니고 동사의 보조로 쓰이는 보조동사는 히라가나로 적는다. 보조동사는 사용 빈도가 많고 한자로 적으면 한자의 비율이 많아져 읽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7. 형용사, 형용동사

様々→さまざまな国で/難い→許しがたい('難しくない'는 한자)/無い→ない(有無를 명확히 할 경우에는 한자) /易い→変化しやすい/易しい→やさしい問題/良い・善い→よい結果・よい対応/~して良い→中止してよい


8. 조동사

~如く→下記のごとく/し無い→変化しない/~の様な→このような('同様な'는 한자)


9. 그 외 히라가나로 적는 단어

凡そ→おおよそ/沢山→たくさん/概ね→おおむね/殆ど→ほとんど/僅か→わずか/一寸→ちょっと/余り→あまり/丁度→ちょうど/等→など/程→ほど/迄→まで/又→また/様な→ような/出来る→できる/何時→いつ/貴方→あなた/何方→どなた/可愛い→かわいい/可笑しい→おかしい/由々しい→ゆゆしい



주) 우리나라에 1,800자 교육용 한자가 있듯이 일본에도 2,136자의 상용한자가 있다. 초등학교小学校 6년간 1,026자, 중학교에서 1,110자를 배운다. 일본어 상용한자는 일본 문화청(文化庁)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bunka.go.jp/kokugo_nihongo/sisaku/joho/joho/kijun/naikaku/kanji/joyokanjisakuin/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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