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을 자주 여행하는 일본인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제일 먼저 꼽는 것이 ‘많은 종류의 맛 난 음식’이다. 여성들은 ‘디자인이 예쁘면서도 값이 싼 옷을 쇼핑’하는 재미도 꼽는다. 그리고, 한국에 가면 일본에서는 느낄 수 없는 활기가 있어서 좋고, 서울 시내와 수도권의 드라마 촬영지, 카페 투어도 재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서 요즘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20%는 일본인이다.
거꾸로, 아쉬운 것은 없었느냐고 물어보면 아주 조심스럽게, 제일 먼저 꺼내는 것이 ‘비위생적인 화장실’이다. 유럽이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무료 공중화장실이 많아 다행이지만, 위생적이지 않다고들 한다. 지하철 역 등의 공공화장실뿐만 아니라 서울 인사동 등 주요 관광지, 음식점 화장실도 그렇다고 입을 모은다. 동계올림픽까지 성공적으로 치렀던 “우리나라 화장실이 세계적 수준 아닌가?”라고 반문하시겠지만, 아쉽게도 天仁도 한국에 갈 때마다 아쉬움을 느낀다.
일본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화장실 안에 사용했던 휴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는 휴지통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사용한 화장지를 변기에 흘려보낸다. 당연히 일본 화장실에는 당연히 휴지통은 없다. 여자 화장실에는 생리대를 버리는 조그만 통이 하나 더 놓여있을 뿐이다. 그러니 우리나라 화장실의 수북하게 쌓인 휴지를 보면, 악취나 세균 감염의 온상으로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얼마 전 서울에 다녀온 지인은 인사동의 어느 식당 화장실 휴지통을 떠 올리며, 한국의 휴지는 물에 잘 녹지 않는 재질인지 물어본다. 당연히 한국의 화장실 전용 휴지도 물에 잘 풀린다. 天仁 생각에는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물질을 함부로 변기에 넣기 때문에 변기가 막히고, 쓰레기통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에서는 화장실에 비치된 휴지만 사용하니 변기가 막힐 일도 잘 없다.
일본에도 규모가 작은 식당은 화장실을 남녀 공용으로 사용하는 곳도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남자용 소변기와 칸막이로 된 변좌를 설치한 곳은 보기 드물다. 어디에 가더라도 일본의 화장실은 바닥에 물이 떨어져 있지도 않고, 깨끗하다. 세면기에는 손만 갖다 대면 수돗물과 액체 비누가 자동으로 나온다. 공항, 사무실 빌딩 등 많은 공중 화장실에는 온수 비데도 설치되어 있다. 지은 지 수십 년이 지난 지하철의 화장실도 개보수를 거치며 자동화되어 있다.
전에 유럽을 여행하면서 공공 화장실이 적을 뿐만 아니라 유료인데 깜짝 놀라 유럽 화장실의 역사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던 적이 있었다. 중세 유럽에는 수도원이나 성, 궁전에는 화장실이 비치되어 있었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chamber pot'이라고 불리는 변기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 변기가 가득 차면 정해진 장소에 버려야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던진다’는 신호와 함께 쓰레기와 아무 곳에나 버렸다고 하니 거리가 얼마나 불결하고 악취가 가득했을까? 유럽에서 향수가 발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정은 배설물을 정원에 버리던 궁전도 비슷했다. 베르사유 궁전도 루이 14세가 거주하던 루브르 궁전이 불결해지자 이사를 서둘렀다는 것을 보면 상황이 어땠을지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그런 위생 관념 결여가 역병이 만연했던 암흑의 시대를 만들었을 것이다. 영국인 학자 존 스노(John Snow)의 연구에 의해 생수가 콜레라의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1889년 프랑스에서도 오염된 센강을 정화하기 위해 화장실 수세화를 의무화했다. 그런데도, 프랑스 파리가 아직 공중화장실이 부족해 급한 사람들이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볼일을 봐 악취가 풍기는 곳이 많다고 하니 이 또한 놀랄만한 일이다.
일본에서도 기원전 조몬(縄文) 시대 때는 배설물을 강으로 흘려보냈다가, 3~4세기 이후에는 강물을 집으로 끌어들여 화장실에도 사용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그래서 화장실을 뜻하는 한자 ‘측간(廁間)’도 ‘가와야(川屋)’가 변해서 ‘厠’이 되었거나, 화장실이 집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側屋’가 변한 것으로 해석한다. 가와야란 강이나 바다 부근에 만들어 배설물을 흘려보냈던 조그만 오두막 같은 화장실이었다. 가마쿠라 막부시대 때는 배설물을 퇴비로 활용하도록 장려하며 이른바 퍼내기식 재래식 화장실이 보급되었다. 배설물의 퇴비 이용은 메이지 이후까지도 계속되었지만, 화학비료가 개발되면서 전쟁 후에는 위생문제 등의 이유로 사용이 금지되었다. 지금의 수세식 화장실은 1950년대 중반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
일본은 전자식 자동 비데의 천국이다. 일본에서 비데의 정식 명칭은 ‘온수세정변좌(温水洗浄便座)’이지만, 일반적으로 ‘워슈렛토(ウォシュレット)’라고 부른다. 워슈렛토는 영어 씻다를 뜻하는 ‘wash’와 화장실 ‘toilet’을 합성한 말이다. 워슈렛토(ウォシュレット)는 1980년 토토(TOTO) 사가 발매한 비데의 상품명이다. 1964년 의료·복지용으로 개발되었던 미국산 비데를 수입 판매하던 토토(TOTO) 사가 연구개발 끝에 1980년 자사의 비데를 발매한 이후에도 계속 신제품을 발매하다 보니 토토사의 비데 상품명이 일반명사화 된 것이다. 토토는 이후에도 ‘닦던 시대에서 이제는 씻는 시대’, ‘이제는 엉덩이도 씻어야 하지 않을까요(おしりだって、洗ってほしい)’, 씻읍시다(Let’s wash.)’라는 광고카피를 내세우며 계속 신제품을 개발해 오고 있다.
이후 이낙스(INAX), 파나소닉 등의 플레이어들도 커 가는 비데 시장에 참여하며, 일본은 그야말로 ‘온수 자동 비데’ 천국이 되었다. 그들은 이 자동 비데 개발을 ‘화장실 문화의 혁명’이라고 말한다. 2020년 3월 일본 내각부 자료에 따르면 비데의 일반세대 보급율은 80.2%나 된다. 일반 가정이 그 정도이니, 호텔, 공항, 음식점, 도서관 등 공공, 상업시설에 비데가 설치되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온수의 온도, 수량, 노즐 위치나 세정 각도, 앉는 느낌 등 각각 최적의 세정 조건을 찾아오던 일본의 비데는 이제 ‘악취제거, 제균수로 변기 세척, 노즐 자동세척, 리모컨’도 당연한 기능이 되었다.
지저분하고, 냄새나고, 어둡고, 무섭다
'지저분하고, 냄새나고, 어둡고, 무섭다'. 도시의 공중 화장실을 묘사하는 나쁜 이미지다. 일본에서는 이 나쁜 이미지 '4K(기타나이 汚い, 쿠사이 くさい, 쿠라이暗い, 고와이暗い)'를 벗겨내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올림픽을 맞아 도쿄 시부야구(渋谷区)는 16명의 건축가 및 디자이너, 화장실 용기 공급업체와 협업으로 17개의 공중화장실을 설치하는 ‘도쿄화장실 프로젝트(The Tokyo Toilet)’를 진행했다. 공중화장실이 ‘모두를 위한, 공공을 위한 화장실이 될 수 있도록 공중화장실 공간을 개선하려는 목적’이었다. 이후에는 지역 주민들과 연계하여 공중화장실을 청결하게 유지·관리하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기업의 화장실 개선작업도 종업원의 기분 전환에 한몫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좋아 보이는 것은, 단지 도시 미관을 개선하기 위한 예술적인 작업이기보다는 ‘화장실에 다양한 기능을 겸비하며 안전하고, 존엄성을 지켜주기 위한 현실성 있는 작품’들로 승화시킨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아직도 세계인구 세 명 중 한 명은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고, 약 7억 명은 실외에서 볼일을 본다고 한다. 화장실이 없어 생리 중에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여자 아이들이 있고, 하루 8백 명 이상의 아이들이 화장실 이외의 장소에서의 배설이 원인인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고도 한다. 남수단은 인구 100 명당 화장실 수가 6.7개, 니제르 10.9개, 토고 11.6개, 마다가스카르 12개 등 아프리카 나라들의 화장실 사정은 생각보다 매우 열악하다. 깨끗한 화장실에서 안심하고 용변을 볼 수 있는 환경 조성은 개개인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다. 이런 제3세계 나라의 국민들도 안전한 화장실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선진국 기업과 사회가 나서야 할 과제다.
수세식 변기를 한 번 사용할 때 흘려버리는 물은 5ℓ로 4인 가족으로 환산하면 1년 약 34,000ℓ가 된다. 지금 세계는 물과의 전쟁 중, 일본에서도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화장실에서 사용되는 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환경문제와 함께 지진 등 재해 시의 화장실 문제는 일본의 또 하나의 과제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도 신속한 가설주택 건설과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 중의 하나는 화장실이었다. 天仁네도 재해로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비닐봉지에 응고제가 들어있는 비상용 화장실을 항상 준비해 두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위생을 위해서, 글로벌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우리 공중 화장실이 좀 더 밝고,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되기를 바란다. 경제가 성장에 걸맞게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더 높아져야 한다.
손만 갖다대면 액체 비누와 물이 나온다. 일본의 모든 공중화장실은 매우 깨끗하고 자동화 되어있다.
여성용 화장실 내에는 조그만 통이 놓여져 있다.
변좌의 발전은 계속된다. 제균수 사용으로 더욱 위생적임을 강조하는 변기 광고. 왼쪽 사진의 두루마리 화장지 위 박스 안의 흰색은 일회용 변기 깔개.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의 진구도리공원 화장실 구상 스케치와 The Tokyo Toilet 홈피의 작품들.
기존 공중화장실도 실내 청결, 자동 수세시설뿐만 아니라 미관까지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일본 가정의 화장실은 대부분 욕실과 구분된 독립 공간이다. 좁지만 다른 사람이 욕실 사용 중이라도 화장실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인터넷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