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션어, 겸양어, 질문어 형식의 명령어
한국에 가면 “일본사람 같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일본에서 살고 있다 보니 옷이나 헤어스타일 등의 패션이 일본풍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우리말을 다소 일본어처럼 말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말과 일본말은 어순과 문법이 거의 같지만, 말을 하는 방법에서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존경어가 발달한 일본어는 '겸양, 겸손'의 표현과 함께 완곡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우리말과 다르게 느껴지는 일본어 화법 중 대표적인 것이 '쿠션어(クッション言葉)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쿠션어'란 상대방에게 부탁을 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때 '부드러운 쿠션처럼 글이나 말의 인상을 부드럽게 하는 역할을 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죄송합니다만(恐れ入りますが)', '번거로우시겠지만(お手数ですが)' 같은 말이다. 그냥,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해도 되지만, 일본인들은 “죄송하지만,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恐れ入りますが、少々お待ちいただけますか)."라고 쿠션어를 넣어 말한다. 은행이나, 관공서에 가서 일을 볼 때도 ”이 신청서를 작성해 주십시오."라고 해도 되지만, "수고스럽지만, 신청서를 작성해 주십시오(お手数ですが、この申請書にご記入いただけますか。)라고 반드시 쿠션어를 넣어 말한다. 쿠션어는 말할 때뿐만 아니라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많이 사용한다.
두 번째로 비즈니스 상담이나 식당, 호텔, 서비스 업종 담당자분들과의 대화에서 자주 느끼는 점은 명령어, 지시어 대신 ‘질문 형식‘으로 말하여 대화를 부드럽게 한다는 것이다.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해도 되지만, “잠깐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お待ちくださいますか, お待ちいただけますか “라며 양해를 구한다. “담배는 피우면 안 됩니다.”라고 해도 되지만 ”담배를 삼가 주시겠습니까 (お タバコ はご遠慮いただけますか)“라고 질문형으로 완곡하게 돌려 말한다.
또 하나 “させていただく, 하겠습니다 “도 일본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일본어 특유의 '겸양 표현'이다. 사역형이니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또는 여러분)이 시켜서 내가 한다’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하다 ‘라는 ‘する’를 ‘させていただく’라고 '시켜서 내가 했습니다'라는 뜻으로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너무 과하게 사용하다 보니 일본 문화청에서도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させていただく'는 '상대방의 허락이 있어야 하고, 그 허락이 나에게도 혜택이 있는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라고 지침을 정해두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주 듣는 “올해 대학을 졸업했습니다”라는 “今年大学を卒業させていただきました”는 올바르지 않은 표현이다.
만약 교수님이나 다른 분들의 특별한 도움이 있었다면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방이 졸업시켜 준 것이 아니라면 잘못된 표현이다. ‘대학을 언제 졸업했느냐'가 관점이라면, "今年大学を卒業いたしました" 정도의 겸양어로 충분하다. 겸양어는 너무 과하게 사용하면 상대방에게 '너무 돌려 말한다, 너무 완곡한 표현을 사용한다'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서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우리말도 마찬가지이기는 하겠지만, 상대방의 의사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 바로 반대의사를 나타내지 않고 돌려서 말하는 것도 일본어, 비즈니스 일본어의 특징 중 하나다. 예를 들면, 비즈니스 대화 중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일본인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말씀하시는 것처럼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에 대해서는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어떻습니까?(おしゃる通り、~だと思います。 ただ、~に関しては~という考え方もあると思いますが、いかがでしょうか)라는 식이다. 거래처와 상담할 때는 늘 그렇다.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능력, 인격, 교양의 정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적절한 존경어를 사용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말이든 일본말이든 상대방을 배려하고, 옳고 바른말을 사용해야 한다. 꼭 해야 할 말, 좋은 말을 꼭 필요할 때 해야 한다.
(참고) 자주 사용하는 쿠션어
● 의뢰, 부탁할 때 : ‘바쁘신데 죄송합니다만(お忙しい中恐縮ですが, お忙しいところ申し訳ございませんが, ご多忙中とは存じますが)’, ‘만약 가능하다면(もし可能であれば), 괜찮으시다면(差し支えなければ)’, ‘시간이 되신다면(時間が許せば)’, ‘시간 있으실 때(お手すきの際に)’ 등
● 거절할 때 : '공교롭게도(あいにく)’, ‘유감스럽지만(残念ながら)' 등. 공교롭게도 화요일에는 다른 일정이 있어 찾아뵐 수 없습니다(あいにく火曜日は別件が入っており、おうかがいかねます).
● 의견을 전달할 때, 반론을 제기할 때 : '외람되지만(僭越(せんえつ) ながら)', '이미 알고 계신다면 죄송합니다만(すでにご存知でしたら申し訳ありませんが)', '(틀림없겠지만)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念(ねん)のため)', ‘틀림없겠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서 점검했다. 念の為、点検を行った’ 등
● 문의, 질문할 때 : ‘실례지만(失礼ですが)’, 실례지만,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失礼ですが、お名前を伺ってもよろしいでしょうか), ‘괜찮으시다면(もしよければ)’괜찮으시다면, 상세한 말씀을 들을 수 있을까요? (もしよければ、詳しいお話を聞かせていただけませんか),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만(お尋ねしたいのですが、伺いたいのですが) 등
● 'お言葉に甘(あま)えて(그렇게 말씀해 주시니)'도 상대방의 기분에 맞추어 대화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우리말로 풀어서 표현하자면, '그렇게 말씀을 해 주시니 고맙게 받아들여 말씀대로 하겠습니다(お言葉に甘(あま)えてそうさせていただきます.)'라는 뜻이다. 사무실에서 동료가 "먼저 퇴근하시지요"라고 말하면 "그렇게 말씀을 해 주시니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お言葉に甘えてお先に失礼します"라고 답하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