味? 味わい? 旨い?
(이 글은 지난 24년 11월 8일 포스팅했다가 일부 내용의 확인 수정을 위해 발행취소 했다가 다시 올립니다. 구독자 여러분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한국 음식은 일본 요리에 비해 종류가 많고, 정말 맛있었습니다. 값싸고 뛰어난 디자인의 의류와 값싸고 질 좋은 화장품도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
휴가 때 처음 한국에 다녀온 거래처의 일본인 여직원 아키야마(秋山) 씨가 들려준 한국 여행에 대한 소감입니다. 天仁이 가끔 도쿄의 코리아 타운 신오오쿠보(新大久保)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키야마 씨가 인상적이라고 했던 한식, 패션, 화장품에 K-POP과 K-드라마를 더하면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한류가 완성됩니다. 처음 한국에 가신다고 해서 天仁이 소개해 드렸던 무교동 북엇국집에도 다녀오셨다고 하네요.
"하얀 색깔의 무교동 북엇국의 국물 맛은 진해서 정말 맛있었어요.(白みを帯びた武橋洞プゴグクチプ の スープ の味は コク でとてもうまかったです)"
그런데, 아키야마 씨의 말씀 중에 잘못된 표현이 들어 있습니다. '국물맛'을 「スープ の味」라고 표현한 것은 「スープ の味わい」의 잘못입니다. 「味(あじ)」와 「味(あじ) わい」 모두 우리말로는 '맛'이라는 뜻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사실 엄밀하게는 다른 뜻입니다. 味(あじ)가 '미각'만을 대상으로 하는 말인 것에 비해 '味(あじ) わい는 미각뿐만 아니라 향기(후각)나 식감, 온도와 같은 맛을 느끼는 여러 가지 요소를 포함한 표현'이라는 것이 다릅니다. 즉, '미각 이외의 요소를 포함하는지 여부'따라 味(あじ)나 味(あじ) わい를 구분해서 써야 하는 것이지요.
味(あじ)는 '미각'만을 대상으로 하는 말
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맛’의 종류에 대해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맛의 종류는 크게 4가지로 나뉩니다. '단맛(甘味)', '신맛(酸味)', '쓴맛(苦味)' '짠맛(塩味)'을 기본맛(基本味) 또는 '四原味(ヨンゲンミ)'라고 합니다. 여기에 1985년에 추가된 '감칠맛(うま味, Umami)'을 더해 '五原味(ゴゲンミ)'이라고 합니다. 다섯 번째 맛인 감칠맛은 일본인 과학자들이 발견한 것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전 세계적으로 일본어 발음을 영어로 표기한 'Umami'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맛의 종류에는 그 외도에 매운맛이나 떫은맛도 있지만 이는 감각으로 혀가 순수하게 느끼는 기본맛은 아닙니다.
본론에 들어가서, 일본어 「味(あじ」는 '음식물을 입에 넣었을 때 느끼는 감각을 모두 일컫는 말'입니다. '음식물이 혀의 미각신경을 자극하여 일으키는 감각 전반에 대한 느낌'입니다. ‘달콤한 딸기의 맛을 즐기다(甘い イチゴ の味を楽しむ)', '국물 맛이 고기에 배어들다(スープ の味が肉に滲みこむ)', ‘고급호텔 못지않은 맛(高級ホテル にも負けない味)' 등으로 사용됩니다.
이에 비해 「味わい」는 ‘맛을 보는 것(味わうこと), 좋은 맛(良い味)’ 를 뜻하는 말입니다. ‘고급 초콜릿의 사치스러운 맛을 즐기다(高級チョコレート のぜいたくな味わいを楽しむ)’, ‘이 파르페는 과일의 상쾌한 맛이 가득 담겨 있다(この パフェ は フルーツ のさわやかな味わいがたっぷり詰まっている)’, '이 딸기 맛은 새콤달콤하고 달콤한 향이 나며 맛있다(この イチゴ の味わいは、甘酸っぱくて、甘い香りがしておいしい)'와 같이 사용됩니다.
참고로, ‘味わい’에는 우리말처럼 '취향(おもむき)'이나 '묘미(妙味)'라는 뜻도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지어진 도산서원에는 건축물에는 현대 건축물에는 없는 맛이 있다(朝鮮時代に建てられた陶山書院には現代建築物にはない味わいがある)’, '할아버지는 맛깔스러운 말씀을 많이 남겼다(私の祖父は味わいのある言葉を多く残した)'와 같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うま味」와「旨み」는 동음이의어
또, 많이 틀리게 사용하는 단어 중에「うま味」와「旨み(旨味)」가 있습니다만, 이 두 단어는 동음이의어입니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우마미를 히라가나 うま味로 적으면 '감칠맛'이라는 뜻으로 단맛, 쓴맛, 신맛, 짠맛과 같은 기본 맛을 일컫는 말입니다. 한편 한자 旨み로 쓰면 음식이 '맛있다(おいしい)'라는 뜻이 됩니다.
일본 여자영양대학(Kagawa Nutrition University)의 니시무라 토시히데(西村敏英)는 저서 '맛의 90%는 이것으로 결정된다(おいしさの9割はこれで決まる!)에서 감칠맛 조미료를 사용하되, 적절한 양만 사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MSG 같은 감칠맛을 내는 물질은 소금이나 설탕과 마찬가지로 조미료입니다. 감칠맛 물질은 향이 없기 때문에 혼자서는 맛을 낼 수 없습니다. 된장국에 0.3~0.5%의 감칠맛 물질을 첨가하면 된장국의 감칠맛이 강해지고 맛있어지지만, 그 이상의 감칠맛 물질을 첨가하면 오히려 맛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이는 소금을 너무 많이 넣으면 너무 짜지고, 설탕을 너무 많이 넣으면 너무 달아서 맛이 없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
コク는 Umami가 아니라 깊고 진한 맛
또 하나, 「コク」도 우리말로 '감칠맛'으로 번역되며 'Umami'와 혼동되어 사용되기도 합니다. 「コク があって、美味しいですね」처럼 '감칠맛이 있기에 맛있다'라고 '감칠맛'이라는 뜻과 '맛있다'는 뉘앙스로 와전되어 잘못 사용되기도 합니다. 일본어 사전 고지엔 (広辞苑)을 찾아보면 'コク'는 '곡식의 무르익음을 표시한 데서 술 등 깊이 있고 진한 맛(穀物の熟したことを表したところから酒などの深みのある濃い味わい)'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天仁은 일본어 コク를 '깊은 맛'으로 번역해 사용하겠습니다.
식품과학 전문가인 니시무라(西村敏英) 교수가 이 부분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깊은 맛(コク)은 우마미와 다른 것입니다. 우마미는 '글루탐산, 이노신산, 구아닐산의 3가지 대표적인 감칠맛 물질에 의한 맛'이지만, '깊은 맛(コク)은 전혀 다른 맛'입니다"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깊은 맛(コク)을 '음식의 맛, 향, 식감의 모든 자극을 통해 느끼는 종합적인 감각. 깊고 진한맛이 난다는 것은 자극의 복잡함으로 형성되고, 게다가 그 자극에 공간적인 확산과 지속성이 느껴지는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영양학자 후시키 토오루(伏木 亨) 교토대학원 교수는 일본 요리의 '국물을 계승해 나가야 할 요리'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유는 국물에는 감칠맛(Umami)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재료의 맛이 녹아들어 가 '깊은 맛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그는 쾌락에 도달할 수 있는 맛을 주는 재료는 '기름(油脂), 설탕과 국물' 3개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일본에서 맛에 대한 글을 적다 보니 육수의 맛이 깊고도 시원한 필동면옥의 물냉면이 먹고 싶어 집니다. 상큼한 부추절임을 얹어 먹는 무교동 북엇국 생각도 간절하네요. 음식에 관한 일본어,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용어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올바르게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