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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바짝 차려서 다녀야 하는 대한민국

남을 배려하는 문화가 더 정착되어야

by 리안천인

열흘간 서울과 부산에 다녀왔다. 내 고향 한국에 가면 일본에서는 느낄 수 없는 훈훈한 인정과 갖가지 맛난 음식이 있어서 좋다. 무겁겠지만 꼭 가지고 가라고 하시며 김장김치와 고운 고춧가루를 바리바리 싸 주시는 선배님, 天仁이 너무 좋아하지만 일본에서는 먹을 수 없는 제철 생미역을 챙겨주시는 것은 역시 일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우리만의 인정이다.


바뀐 트렌드인지, 이번에 방문했던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반찬을 고객 자신이 리필해 먹는 '반찬 셀프 바'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생선구이, 돼지고기 두루치기 등의 메인요리도 맛나지만, 신선한 야채는 물론이고 더덕무침 등 맛난 나물까지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너무 좋다. 원가면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야채가 적고 반찬은 하나도 없이 주문한 메인요리만 딸랑 내주는 일본 식당의 반찬, 야채의 양과 너무 비교가 된다. 오늘 재활 훈련 중 후루하시(古橋) 재활치료사 선생께 한국에서 찍었던 음식 사진을 몇 장 보여 드렸더니 너무 부러워한다. "사진을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입니다. 제 아내가 한국 요리를 너무 좋아합니다. 꼭 한국에 가서 본고장 한국음식을 먹어보고 싶습니다."


이렇듯 인정 많은 고향이지만 걸음걸이가 완전하지 않은 天仁이 우리나라에서 안전하게 지내려면 일본에서보다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의 인도를 걸으려면 넘어지지 않도록 바닥을 잘 살펴야 하고, 버스에 타서 곧바로 출발하는 버스에서 넘어지지 않으려면 재빨리 몸을 기댈 곳을 찾아야 한다. 지하철에서 내릴 때는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기다리던 사람들이 밀고 들어오기 전에 빨리 내려야 한다.


울퉁불퉁한 인도의 보도블록은 마치 지진이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어느 신문기자가 이 문제는 '부실한 시공과 전문성 없는 현장 작업자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던 기사를 읽었던 적이 있다. 일본과 비교하면 짜증 난다, 까탈스럽게 군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스팔트처럼 높낮이의 차이가 없이 한결같이 평평해서 휠체어나 유모차가 다니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는 일본 도쿄의 보도블록에 비해 너무 위험하다. 도쿄 인도에는 계단이 있는 곳 어디든 경사 슬로우프가 함께 설치되어 있어서 휠체어나 유모차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시민을 배려해 주기까지 한다. 전 세계적인 한류 붐으로 'K-POP, K-드라마, K-영화, K-뷰티, K-푸드, K-웹툰'처럼 어떤 단어에라도 K만 붙이면 'K-문화, K-기술'이 될 것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의 독창성과 첨단 기술, 문화적 매력이 결합하여 세계인의 삶 속으로 확산될 것'으로 생각되는 시대가 되었는데도, 유독 부실하기 짝이 없는 인도 블록 공사는 정말 이해하기가 어렵다. 아직도 '대충대충 문화'가 남아있었던가 싶어 씁쓸하기까지 하다.


승하차시 내리는 사람을 우선시하는 일본의 전철문화에 익숙해 있다 보니 타고 있던 승객들이 내리기도 전에 기다리던 승객들이 먼저 타려는 우리나라의 지하철 문화는 불편하고 낯설다. 일본의 대중교통에서는 '하차할 승객들이 먼저 내린 후 승차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붐비는 러시아워 시간에는 줄지어 전철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전철이 들어오면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양쪽으로 갈라져 타고 있던 승객들이 쉽게 내릴 수 있도록 배려한다. 전철 안 문 옆에 서 있던 승객들은 안쪽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내리기 쉽도록 잠깐 내려서 공간을 내어 주었다가 다시 승차하여 안쪽 깊숙이 들어간다. 붐비는 전철에서는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륙색은 앞으로 맨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배려하니 모든 사람이 편해짐을 느낀다.


상가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세계 3대 도시라고 하는 도쿄의 번화가 신주쿠의 음식점 많은 상점가에도 밤늦은 시간이 되면 쓰레기가 곳곳에 쌓여 지저분해진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깨끗해진다. 밤새 지자체 환경미화원이 청소를 하고, 주변 사무실의 직장인들도 볼런티어가 되어 깨끗한 마을 만들기 운동에 참여하는 등 상점 연합회에서도 함께 관리해 나가기 때문이다. 우리 상점가도 자체적으로 깨끗한 마을 만들기를 해 나가면 어떨까. 누가 청소를 해 주지 않더라도 내 집 앞 만이라도 내가 청소를 하면 어떨까.


일본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역문화의 충격을 겪지는 않을까 문득 귀국 후의 생활이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힘들다는 백마고지에서 군생활도 거뜬히 완수했던 것처럼 귀국하여 살다 보면 또 우리나라의 상황에 잘 적응해 나가고, 그 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될 것이다. 경제적 선진국 대열에 서게 된 우리는 이제, 나의 편의를 위해 서두르지 말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자세를 좀 더 가졌으면 좋겠다. 공공 공사는 미리미리 안전하게 계획하고, 꼼꼼하게 마무리하도록 매뉴얼이 정비되었으면 한다.


● 天仁의 관련 참고 글: 04화 일본의 보도는 차도보다 2cm 높습니다.



이번에 방문했던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반찬을 본인이 무료로 리필해 먹는 '반찬 셀프 바'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어느 신문기자가 '부실한 시공과 전문성 없는 현장 작업자가 원인'이라고 문제점을 분석했던 마치 지진 맞은 것 같은 보도블록. 튼튼한 기초공사와 깔끔한 마무리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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