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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뷔지에가 그냥 좋아서

나의 레전드들

by 더슬로우

매일 스타트업과 브런치. 257 day


나에게, 제일 좋아하는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그냥 코르뷔지에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나요? 그냥 좋은건 그냥 좋은거다. 그의 사유가 좋고, 그의 무의식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


recipe 394. 르 코르뷔지에 '모듈러'

'건축은 르 코르뷔지에 이전과 르 크로뷔지에 이후로 나뉜다'라는 말이 있다. 코페르니쿠스 이후 우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었고, 마르크스 이후 우리는 역사의 중심이 아니었다. 그리고 프로이트는 우리가 그 인간의 중심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코르뷔지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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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의 건축을 세상에 남긴 디자이너, 도시를 사랑한 도시계획가,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와 여러 책을 집필한 작가이자 비평가, 날마다 그림을 그리며 수많은 회화와 미술작품을 남긴 화가이자 조각가, 여행을 통해 건축과 인간에 대한 성찰을 얻은 여행가,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이 고팠던 상처받은 영혼, 자연의 오브제들을 모으는 수집가, 인본주의 철학가, 건축을 넘어 작은 공간, 가구, 자동차 등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그를 수식하는 언어는 많지만, 그의 이름 앞에 수식어는 무색하다. 코르뷔지에는 코르뷔지에다.


사진 출처: https://m.blog.naver.com/ywpark5293/221230586997



recipe 395. 다빈치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다빈치가 인체 비례도를 그렸다면 코르뷔지에는 모듈러 인체비례학을 만들어 건축 설계에 적용했다. 그래서 코르뷔지에를 현대판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부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체의 비례 규칙을 신전 건축에 적용한 로마 시대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Vitruvius)에게 영감을 받아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의 인체 비례도를 탄생시켰다. 르 코르뷔지에는 인간의 신체 척도와 비율을 기초로 황금 분할을 찾아냈고, 그것을 건축적으로 수치화한 것이 ‘모듈러(le modular) 이론’이다. 모듈러는 최소한의 공간 속에서 사람이 움직이기에 불편함이 없는 최적화된 수치와 표준을 제시한다. 르 코르뷔지에 자신이 인생의 걸작이라고 선언했던 약 13.22m2(4평, 3.66X3.66cm)의 작은 통나무집 카바농(1951년)은 이 수치를 건축가 스스로의 삶에 녹인 흥미로운 모델이다. 카바농은 비행기를 타고 니스에 내려 차로 30여 분 거리에 있는 Roquebrune-Cap-Martin에 위치한다. 차에서 내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모나코가 보이는 지중해 바다가 느닷없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는 모나코가 고향인 아내 이본에게 이 작은 통나무집을 선물했는데, 부부의 별장이었음에도 나무로 만든 침대는 하나뿐이었다. 아내가 침대에서 자고, 건축가는 바닥에 매트리스만 깔고 잠을 잤다.


모듈러는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 대부분에 적용된다. 거주민 3백 명 이상을 한 건물에 수용하면서 학교, 상가, 스포츠 센터, 공연장 등을 갖춰 건물 내에서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한 마르세유의 유니테 다비타시옹(1945~1952), 자연 속에 세운 오브제로 형태와 재료의 관계를 연구한 롱샹 성당(1950~1955) 역시 모듈러 이론을 표준으로 삼았다. 누워서 두 팔을 벌리면 양쪽 벽이 손에 닿는 라투레트 수도원(1953~1960)의 작은 방은 큰 도시의 호화롭고 넓은 아파트를 소유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삶을 다시 숙고하게 한다.



파리16구에 위치한 르 코르뷔지에 아파트(1931~1934)의 이젤을 보며 그가 남긴 말을 상기해본다. “건축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우주의 법칙으로 세운 기하학으로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recipe 396. 성기완 '모듈'

내가 또 그냥 좋아하는 음악가가 있다. 성기완. 3호선 버터플라이의 성기완. 그리고 시인 성기완. 그의 책 <모듈>을 좋아한다. 그는 음악 작업에서 모듈을 발견했지만, 요즘의 많은 개발자들은 코딩할 때 모듈 이론을 적용하기도 한다.


<모듈> 성기완 중에서 발췌

모듈(Module)은 전체이면서 일부인 신체를 가르킨다. 독립적인 것이지만, 맥락 안에서는 부분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부분이 되는 모듈을 모듈러(Modular)라고 한다. 그러므로 모듈(러)+모듈(러)=모듈 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이때, 모듈(러)와 모듈(러)의 결합을 플러그 인(Plug-in)이라고 부른다. 이 과정은 특정한 계기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자연발생적이고 필연적인 동시에 인위적이며 우연적이다.


모듈러와 모듈로부터 이탈한다고 해서 모듈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모듈러는 그 자체로 모듈이며, 모듈러와 모듈러의 플러그 인은 개개별로 독립적이다. 모듈은, 그러니까 바로! 이 세계의 작동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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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코르뷔지에는 로제와 부르노 마스가 부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의 창시자이다 (.ㅡ.)



목표일: 257/365 days

리서치: 396/524 reci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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