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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슬로우 Mar 29. 2020

[부록] 당신을 숲속으로 데려가려 해

조용히 시읽기

매일 스타트업과 브런치. 22 day


제주도에 내려가 서귀포 '치유의 숲'을 걸은 적이 있다. 그날따라 아침에 비가 촉촉이 와서 숲속은 짙은 편백나무 냄새와 흙냄새로 뒤덮여 내게 더욱 고요하고도 상쾌한 기쁨을 주었다. 그저 숲속을 저벅저벅 걷는 것만으로도 살아온 삶이 치유되는 것 같았다..     



recipe 33. 웬델 베리 '야생 속에서의 평화'


야생 속에서의 평화


세상에 대한 절망이 내 안에서 자라고

내 삶과 아이들의 삶이 어떻게 될까 걱정스러워

한밤중에 아주 작은 소리에도 잠이 깨면

나는 야생오리들이 물 위에서 아름답게 쉬고

큰 왜가리가 거니는 곳으로 가서 누워 본다

그곳에서 나는 앞일에 대한 근심으로

미리 자신들의 삶을 힘들게 하지 않는

야생이 주는 평화에 젖어들고

고요한 물의 현존 속으로 빠져든다

그러면 낮에는 보이지 않는 별들이

내 위에서 빛을 담고 기다리고 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잠시 세상의 은총 속에서 쉬고 나면

나는 자유롭다


- 웬델 베리




발췌: 류시화/글


인도에서는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숲 속에 데려다 놓는 전통이 있었다.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일 외에는 간섭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연의 품속에서 일정 기간 지내면 병이 나았다. 우울증으로 일 년 넘게 고생한 친구가 있는데 제주도에 가서 올레길을 보름여 동안 걷고 놀랍도록 건강해졌다. 오솔길이 그의 영혼을 회복시켰다. "그 안에 기쁨이 있는 장소를 찾으라. 그 기쁨은 고통을 불태워 버릴 것이다."라고 조셉 캠벨은 <신화 이야기>에서 썼다. 그곳이 바로 영성이 자라는 장소이다.


웬델 베리(1934- )는 미국의 시인이자 농부이며 세계의 지성들에게 많은 정신적 영향을 준 문명비평가이다. 대학에서 영문학과 문예창작을 전공한 뒤 모교인 켄터키 대학과 뉴욕 대학에서 잠시 영문학 교수를 했다. 그러나 30대 초반에 대학을 사직하고, 5대에 걸쳐 조상들이 농사를 지어 온 켄터키의 고향 마을로 돌아가 기계를 쓰지 않고 오직 가축과 사람의 힘만으로 밭을 가는 전통적인 농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50년 동안 농부로 살면서 흙에서 건져 올린 시, 산문, 문명비평을 써 왔다.


'스티브 잡스의 정반대편에 있는 미국 농부'라는 평가답게 웬델 베리는 "컴퓨터 사용이 새로운 생각이라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더 새로운 생각이다."라고 말하며 손글씨와 타자기로 글을 쓴다. '원전에 반대하는 가장 큰 행동은 텃밭을 가꾸는 일'이라는 사상을 실천하는 그는 "신성하지 않은 장소는 없다. 다만 인간에 의해 신성함이 훼손된 장소가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나의 삶과 이 거친 세상의 결말이 걱정되고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해 절망할 때가 있다. 이때 자연은 설교 한 마디 없이 인간을 회복시킨다. 삶의 독소를 제거하는 두 가지는 '자연'과 '시'다. 시가 삶에서 독소를 제거한다는 것은 웬델 베리의 친구인 자연주의 시인 게리 스나이더가 한 말이다. 삶에 지쳤을 때 당신이 희망과 치유를 발견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당신은 자주 그곳으로 돌아가는가?


글/류시화


출처: http://odawoki.blogspot.com/2015/03/87-peace-of-wild-thing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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