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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슬로우 Apr 05. 2020

[부록] 곽탁타의 나무 심는 비결

식목일의 단상

매일 스타트업과 브런치. 29 day


오늘은 나무를 심는 식목일. 나무가 작은 씨앗에서 시작해 잔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 삶에서 내가 자리를 잡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고, 환경 내에서 무수히 적응과 방어를 해내면서 살아남아 여러 갈래의 가지를 뻗고 마디마디마다 푸른 잎을 맺어 가는 것을 보면 나도 그렇게 매일 한 잎 한 잎 맺으며 쉼없이 살고 있단 생각에 참.. 생명력이란 묘하게 닮았다.. 라는 신비한 기분이 든다. 삶은 매순간 변화하고 변하기 때문에 괴로운 건데, 변하지 않으면 결국 죽을 수 밖에 없는 게 생명이라.. 변화를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이 필요할 듯. 나무 대신에 작은 화분 하나를 사와 키워봐야겠다.



recipe 46. 유종원 '종수곽탁타전'  

아주 오래전 중국에 나무를 잘 기르는 이가 있었다. 성은 곽씨요, 이름은 탁타. 등이 낙타처럼 굽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는 '나무심기의 달인'이었다. 어떤 나무건 그가 심으면 다 잎이 무성하고 튼실한 열매를 맺었다. 다른 이들이 그 비법을 훔쳐 내고자 갖은 노력을 다했으나 도무지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결국 그들은 탁타에게 그 비결에 대해 물었다. 탁타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나무를 오래 살게 하거나 잘 자라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나무의 섭리에 따라 그 본성에 이르게만 할 뿐입니다. 본성이란 뿌리는 펼쳐지려 하고, 흙은 단단하게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준 뒤에는 건드리지도 말고 걱정하지도 말며, 다시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탁타가 보기에 다른 이들은 이렇게 하지 않았다. 뿌리를 뭉치게 할 뿐 아니라 흙을 돋아줄 때도 지나치게 하지 않으면 모자라게 한다. 그렇게 하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아침에 들여다보고, 저녁때 어루만진다. 심지어 나무의 껍질을 손톱으로 벗겨 보고 살았는지 말아 눅었는지 시험하고, 뿌리를 흔들어서는 흙이 단단한지 부실한 지 관찰하기까지 한다. 그러니 나무가 자신의 본성을 잃어버려 제대로 자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발췌: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글




목표일: 29/365 days

리서치: 46/524 reci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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