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에서 내린 나는 월스트리트로 향했다.
뉴욕증권거래소가 있는 이 거리에는 하루에도 수조 달러가 오가는 금융의 심장이 뛰고 있었다.
뉴스를 통해, 또는 영화 속에서 수없이 보았던 거리. 하지만 직접 이곳을 걷는 기분은 전혀 달랐다. 적은 돈이지만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어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뉴욕이 그렇듯, 월스트리트 역시 뒤처지는 자를 기다려주지 않는 듯했다.
나는 증권거래소 앞에 잠시 서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화려한 장식과 미국 국기가 걸려 있는 뉴욕 증권거래소(NYSE) 건물은 이 거리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수많은 기업들이 이곳에서 가치를 평가받고,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부를 쌓고, 또 잃기도 한다. 월스트리트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게임판처럼 보였다.
증권거래소를 지나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Charging Bull, '돌진하는 황소상'
월스트리트의 상징과도 같은 이 황소상은, 금융 시장에서의 강세장과 번영을 의미하는 존재다. 매끈한 청동 빛의 거대한 황소는 당장이라도 앞으로 돌진할 듯한 자세로 서 있었다.
그 앞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사진을 찍고 있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황소의 뿔과 코, 그리고 뒷부분(?)을 만지며 소원을 빌고 있었다.
'황소의 은밀한 부위를 만지면 재물이 들어온다'는 속설 때문인지, 그 부분은 유독 반짝이고 있었다. 나도 조용히 황소를 쓰다듬으며 월스트리트에 어울리는 소원을 빌었다.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다."
뉴욕은 기회의 도시다. 월스트리트는 그 기회의 한가운데 있다. 하지만 기회는 단순히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황소처럼 강하게 돌진할 때만이, 비로소 손에 쥘 수 있는 것 아닐까?
황소상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이곳은 그저 돈이 오가는 거리만이 아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끝없는 도전을 하고, 부를 향한 열망을 품고, 또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여행자로서 이곳을 걸으며, 나는 마음속 깊이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는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잔혹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곳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