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미술관을 지나,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by 슬로우

바티칸 미술관을 나서는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그곳의 강렬한 여운에 사로잡혀 있었다.


라파엘로의 방,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그리고 수백 년 동안 축적된 예술과 신앙의 흔적들. 하지만 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미술관의 감동을 품은 채, 바티칸의 심장부, 성 베드로 대성당(Basilica di San Pietro)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단순한 성당이 아니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가장 신성한 장소이자, 로마의 영혼을 품고 있는 공간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문을 통과하는 순간, 성당 입구로 향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성 베드로 광장(Piazza San Pietro)이었다. 광장을 감싸듯 늘어선 284개의 원형 기둥, 그 위를 지키는 140명의 성인 조각상들. 이 모든 것이 로마 교황청의 중심이자, 전 세계 신자들을 품는 거대한 품처럼 느껴졌다.


성당 앞에서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웅장한 돔이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성당 안쪽 한 편에 고요하게 자리 잡고 있는 한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Pietà)’.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의 몸을 부드럽게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 슬픔이 가득하지만, 고통을 초월한 듯한 표정. 그녀의 손끝에서, 예수의 차가운 육신에서, 나는 묵직한 감정을 느꼈다.


"이것이 정말 24살의 미켈란젤로가 만든 작품이란 말인가?"


어찌 보면 단순한 조각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감정과 신앙이 담겨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지만, 나는 그저 그 순간을 마음속에 새겼다. 이 작품을 보기 위해 바티칸을 찾는 사람들도 많지만, 실제로 마주하는 순간의 감동은 어떤 설명으로도 부족할 것 같았다.


나는 성당의 내부를 천천히 걸으며 웅장한 제단과 조각들을 감상한 후, 마지막으로 돔 전망대(Cupola del San Pietro)에 오르기로 했다. 551개의 계단. 좁고 구불구불한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끝에서 마주한 풍경은, 내가 왜 이 길을 걸어야 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돔 위에서 내려다본 성 베드로 광장. 그 광장이 거대한 ‘열쇠’ 모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나는 온전히 실감할 수 있었다.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맡겼다는 성경 속 이야기처럼, 광장은 거대한 원형과 두 개의 반원형 기둥이 맞물려 하늘에서 보면 마치 열쇠처럼 보이는 구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 펼쳐진 로마의 전경. 수천 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붉은 지붕들과, 멀리 보이는 콜로세움, 판테온, 나보나 광장. 로마가 품고 있는 시간의 깊이가 한눈에 들어왔다.


나는 난간을 붙잡고 한동안 그곳에 서 있었다. 이 순간이야말로, 로마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돔에서 내려와 다시 성당을 걸으며, 나는 이곳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성 베드로의 무덤이 있는 이곳은, 단순한 예배 장소를 넘어 신앙과 예술, 그리고, 역사와 철학이 교차하는 공간이었다.


어쩌면 이 성당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은, 광장에서 교황이 등장할 때일 것이다. 전 세계에서 온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한 사람을 보기 위해 광장을 가득 메우는 날, 그들은 단순한 군중이 아니라, 하나의 믿음으로 연결된 인류가 된다. 나는 비록 교황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이 성당 안에 가득한 숭고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단순히 기도를 드리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신앙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이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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