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의 마지막 밤. 골목길을 천천히 걸으며, 이 도시와 이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조용한 거리를 따라 걷다 보니, 익숙한 풍경들이 하나 둘 스쳐 지나갔다.
로마에서 처음 콜로세움을 마주했을 때의 벅찬 감정. 팔라티노 언덕 위에서 로마의 황제들이 보았을 풍경을 상상하던 순간.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며 다시 올 수 있기를 소망했던 날. 그리고 성 베드로 대성당의 웅장함 속에서 느낀 숭고함까지.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며, 마치 내 일부가 로마에 남겨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로마는 다른 도시들과는 달랐다. 이곳은 걸을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공간이었다. 어디를 가든, 내 발 밑에는 수천 년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었고, 돌담 하나에도 이야기가 스며 있었다.
"로마에서는 과거가 사라지지 않는다."
판테온의 완벽한 돔 아래에서, 포로 로마노의 폐허 사이에서, 바티칸 미술관에서 예술과 마주했던 순간마다 나는 시간 속을 걷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과거가 단순히 흘러간 것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나는 그 속에서 잠시 스쳐 가는 여행자였지만, 이 도시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감정을 남겼다.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 창밖으로, 도시의 마지막 풍경이 천천히 멀어졌다. 저 멀리 테베레 강을 따라 이어지는 오래된 다리들, 그리고 붉게 물든 저녁 하늘 아래 우뚝 서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의 돔. 그 순간, 나는 다시 트레비 분수를 떠올렸다. 분수 앞에서 등 뒤로 던졌던 동전. 그리고 "이곳에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작은 소망.
나는 또다시 이곳에 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로마는 한 번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도시였다. 아니, 어쩌면 몇 번을 와도 다 담을 수 없을 것이다. 이곳에는 여전히 내가 보지 못한 골목길이 있고, 내가 듣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으며, 내가 마시지 못한 에스프레소 한 잔이 남아 있다.
나는 로마를 떠나지만, 로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돌아왔을 때, 이 도시는 또 다른 얼굴로 나를 맞이해 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로마가 영원의 도시라 불리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