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장남으로서 당신의 가족보다 동생들, 그리고 동생들의 가족을 더 우선시하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남자 형제가 4명, 여자 형제가 2명이었는데, 그중에 막내 작은 아버지가 똑똑하셨다. 그래서, 아버지는 막내 작은 아버지만이라도 대학을 보내서 사회에서 성공하도록 지원해주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없는 살림에 막내 작은 아버지 대학 등록금을 다 내주셨다. 막내 작은아버지는 돈이 없으셨기에 인서울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음에도 학비가 저렴한 지방 최고 국립대 중 하나인 곳의 전자공학과에 입학하셨다. 경기도에서 지방까지 가기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똑똑한 막내 작은 아버지는 미래를 내다보시고, 전자공학을 선택해서 열심히 공부하셨다.
지금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본인들이 막내 작은 아버지를 공부시키신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계신다.
정작 본인의 아들은 중학교 등록금을 못 내서 계속 교무실에 불려 가고 수업시간에 담임 선생님께 호출당하며 온갖 수모를 다 겪고 있었는데 말이다.(내가 중학교 때는 중학교도 등록금이 있었다. 별로 비싼 것도 아니었는데 왜 못 내셨는지 의문이다.)
그렇게 막내 작은아버지는 대학 졸업 후 국내 대기업에 입사해서 2년 정도 다니다가 결혼하면서 처가가 미국 시민권자라 미국으로 이민을 가셨다. 그 후, 미국에서 대학원을 나오시고, 사회적으로 엄청 성공하셨다.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한국으로 출장을 오게 되면, 신라호텔 스위트 룸에 묵으시며, 그 당시 최고급 승용차를 렌트해서 타고 다니셨다. 막내 작은 아버지가 한국에 오시게 되면 온 친척이 총 출동해서 신라호텔에 모이는 것이 일상이었다.
막내 작은 아버지는 본인이 입은 은혜를 잊지 않으시고, 나와 내 동생의 대학교 등록금을 일정 부분 해결해 주셨기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이 정도만 되면 아버지를 욕하지 않는다. 문제는 당신의 가족보다 동생들 가족을 더 챙긴다는 것이다.
일례로, 내가 대학생일 때 돈이 너무 없어서 등록금 내기도 힘든 그런 때였기에, 난 과외를 하고 알바를 하며 용돈을 충당하고, 등록금에 일부 보태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나를 불렀다. 그리고 그날도 나는 충격을 받았다. '둘째 작은 아버지 딸이 대학에 합격을 했는데, 등록금이 없단다. 그러니 네가 대출을 받아서 네 사촌 동생 등록금을 마련해 주어라' 정확히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대출을 받아서 사촌 동생 등록금을 내라고요?'라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화내실 것이 분명하기에 알아보겠다고 하고, 다음 날 대학생이라 대출이 안된다고 말씀드렸다. 그건 사실이었다.
그런 비슷한 일들은 일상이었다. 둘째네가 돈이 필요하니 줘야 한다. 셋째네가 돈이 필요하니 줘야 한다. 돈이 많으면 뭐가 문제인가? 돈이 없는데, 본인은 대출받을 능력조차 안되니, 이제 본인 자식들한테 대출이라도 받으라고 종용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난 아버지가 결혼하고 자녀를 낳은 이유가 동생들 경제적 지원하는 데 나와 내 동생을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의심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