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의 손

by 슬로우

아버지는 공무원을 하시면 딱 맞을 스타일이셨다. 머리가 똑똑하지만 경제관념도 없고, 판단력이나 사업을 이끌어가는 경영 마인드가 부족해서 사업을 하는 족족 다 망했다.


그 좋은 머리로 공무원 시험을 봐서 그 당시 공무원을 했으면 지금쯤 연금을 받으며 여유 있게 생활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 특히 가족에게 너무나 많은 피해를 주었다.


내가 아버지 사업으로 입은 피해만 하더라도 A4 용지 몇 십장을 쓸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몇 가지 주요 사항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아버지는 귀가 얇고, 깊이 생각하는 것을 싫어해서, 누가 사탕발림으로 좋은 사업이라고 얘기하면 철저한 분석 없이 그냥 시작하고 보는 스타일이었다.


그렇게 사전 조사 없이, 자금 없이 시작한 사업이 망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일단, 아버지는 돈이 없기 때문에 본인 동생들 돈부터 동네 지인들 돈까지 돈이란 돈은 모두 빌려서 사업을 진행했다.


난 돈 관계는 형제간에도, 가족 간에도, 친한 친구 사이에도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나와 정반대였다.


우선, 본인의 동생들에게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끌어왔다. 그뿐이 아니었다. 친가 및 외가 친척들 돈도 다 빌려왔다. 그래도 자금이 부족하자 동네 지인들과 교회 교인들에게 돈을 빌렸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하나도 못 갚았다. 그 결과, 아버지는 당사자라 그렇다고 쳐도 어머니와 나, 그리고 내 동생이 큰 상처와 피해를 입었다.




대학 시절 나는 가끔 주말에 고향에 내려와 동네 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그날도 토요일에 청년부 예배에 참석했다가 친한 청년들이랑 수다를 떨며 웃고 있었다.


그런데, 지나가던 목사님께서 저를 따로 부르셨다. 나는 의아해하며 따라갔다. 목사님은 나를 혼내셨다.


'네 아버지는 교회 사람들 돈을 빌려가 놓고 갚지 않아서 교회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데 너는 여기서 웃고 떠들고 있냐? 생각이 있어? 지금 뭐 하는 거야?'


나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일단, 나는 아버지가 교회 사람들에게까지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 얘기를 처음 들어서 충격이었고, 아무리 내가 아들이지만, 나와 상관없는 돈인데, 교회에서 웃었다고 목사님이 나를 혼내는 게 맞는 건지 당황스러워서 충격을 받았다.


나는 서둘러 교회를 빠져나왔고, 그날 이후로 교회에 가지 않았다.


그 이후, 주말에 고향에 가끔 내려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 집 문을 두드리며 아버지를 찾는 일도 있었고, 아버지에게 돈을 못 받을 것 같으니 나에게라도 받겠다며, 나를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내 아내의 직장까지 알아내서 아내에게 찾아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 번은 이모 아들 돌잔치가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했다. 돌잔치가 끝나갈 무렵, 이모 아들이 나와 내 아내에게 잠깐 얘기 좀 하자고 했다. 이모 아들은 성인이 된 후에는 거의 못 만났지만, 어릴 적 친하게 지내던 사이여서 반가운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갔다.


이모 아들은 내 예상과 달리, 너의 아버지가 우리 부모님한테 300만 원을 빌려가고 안 갚고 있으니 네가 대신 갚으라고 독촉했다. 나는 내 아내 앞에서 너무 창피하고 당황스러웠다. 너무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일단 알겠다고 하고, 그 자리를 피했다.


20년 전 300만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이 사실을 부모님께 알렸더니, 이모 아들을 욕하면서 이모한테 빌린 건데 왜 자기가 달라고 하냐고 했지만, 두 분은 해결 능력이 없으셨기에 채무는 나의 몫이 되었고, 300만 원을 대신 갚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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