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모님께 소원해지고 연락을 거의 안 하자, 명절 때나 생신 때 어쩌다 마주하게 되면 나한테 꼭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도 자식 낳아보면 부모 마음을 알 거다.'
이 말인즉슨, '너 부모한테 잘해야 한다'이다.
나도 자식 낳아보면 부모 마음 안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부부는 원래 딩크를 생각하던 부부라 자녀에 대한 생각이 없었는데, 생각이 바뀌어서 어렵게 늦은 나이에 아이가 태어났다.
나는 원래 성향상 어린아이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우리 아이는 예외였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었다.
너무 행복한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역설적으로, '너도 자식 낳아보면 부모 마음을 알 거다.'라는 이 말은 나에게 반대로 적용되었다.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자기 자식을 신용불량자 만들고, 학대하고, 피해 주고, 앞길을 가로막는다고? 그건 정상적인 부모가 할 짓이 아니다. 내 부모님은 정말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마음이 점점 커져갔다. 그때부터는 어쩌다 부모님을 뵙더라도 눈도 안 마주치고, 대화도 안 했다. 부모님이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입을 여는 순간 좋은 말이 안 나올 걸 알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얼굴을 보는 순간 속에서부터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차라리 얼굴을 보지 않을 때는 부모님이 안쓰럽고 딱한 마음도 들었지만, 부모님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런 감정은 사라지고, 오직 화만 났다.
부모님과의 절연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몇 년 전 아버지의 한마디였다.
딸을 데리고 부모님 집을 방문했을 때였다. 그렇게 사업을 다 망하고, 이제 나이가 70 가까이 된 분이 뜬금없이, 누가 사업을 같이 하자고 해서 사업을 해볼까 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거기서 폭발해 버렸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고, 지금까지 가족들 피해 준 거는 생각도 안 하냐고, 보나 마나 망할걸 아는데 또 그 뒤처리는 나보고 하라는 거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사업을 하시든 뭘 하든 마음대로 하시라고 했다. 대신에 다시 사업을 하는 순간, 나랑 아내랑 손녀딸은 평생 볼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다행히 다시 사업을 시작하지는 않으셨지만, 난 그날 이후로 부모님과의 절연을 택했다.
집에 오자마자 부모님 전화번호를 지우고, 단톡방에서 퇴장했다.
부모님도 느끼는 바가 있는지 그날 이후로 나에게는 연락을 안 하고 오직 아내에게만 연락을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