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음소평 (2025년 7월 16일)
2025년 7월의 한국.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한 여성 의원이 보좌관에게 “집 쓰레기 좀 버려 달라”, “변기 수리 좀 해 달라”고 했다는 보도에 여론이 술렁이고 있다. “나라 위해 큰일 할 사람인데, 그 정도는 뭐”라며 슬쩍 넘기려는 분위기도 있다.
의원과 보좌관의 관계. 정파와 진영의 문제를 떠나, 성찰해 볼 일이다. 두말할 것도 없다. 보좌관은 대장정 시절의 ‘생활비서’처럼 의원의 사생활까지 감당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물론, 대하소설 『토지』에서 길상이가 최서희를 챙기듯이, 기꺼이 ‘머슴’처럼 의원을 돌보려는 이도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상황일수록, 민주국가의 의원이라면 오히려 그 태도를 제지해야 한다. 왜? 우리는 봉건 조선을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므로. 진보의 가치를 믿고 있다면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되므로.
문득 떠오른 사건이 있어 자료를 다시 들춰보았다. 때는 2017년 6월, 장소는 일본. 토요타 마유코 의원이 자신의 비서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했다는 사실이 잡지 『주간신조(週刊新潮)』에 보도되며, 일본 사회 전체가 술렁였던 사건이다.
토요타 마유코는 1974년생으로, 도쿄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하고 후생성에서 엘리트 관료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버드대학에서 공중보건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남편 역시 국토교통성 관료였다. 2012년에는 보수 정당 자민당 후보로 중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었고, 이후 문부과학대신 정무관, 내각부 정무관 등 요직을 역임했다.
사건이 불거진 것은 2017년 6월. 당시 55세였던 정책비서가 토요타 의원의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 장면을 녹음한 음성 파일을 공개하면서였다. 그 파일에는 차 안에서 의원이 “이 대머리 놈아, 네가 내 아픔을 알기나 해?”라고 퍼붓는 음성이 담겨 있었다. 피해 비서는 의원에게 머리와 관자놀이를 주먹으로 맞아 얼굴이 붓는 상해를 입었다고 진술했다.
폭언의 발단은, 비서가 지지자들에게 보낸 생일카드 수십 장의 주소를 잘못 기재한 일이었다. 여기에 토요타 의원을 태운 채 고속도로 출구에서 길을 잘못 들어 역주행한 일이 겹치며, 의원의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의 목숨을 뭐라고 생각하냐”며, 토요타 의원은 격분했다고 한다.
사건은 일본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언론은 앞다투어 보도했고, 그 과정에서 토요타 의원에 대한 좋지 않은 평판도 함께 드러났다. 당선 이후 의원실을 거쳐 간 보좌진이 100명을 넘는다는 주장도 나왔고, 황실 정원 야유회에서 초대받지 않은 어머니를 억지로 데려가려다 경비와 실랑이를 벌였다는 사례도 다시 소환되었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윗사람에게는 아첨하고, 아랫사람에게는 엄격하다”는 평가가 나왔고, 한 전직 비서는 지역 모임에서 자신의 실수를 이유로 무릎을 꿇게 강요당했다고 증언했다.
자민당은 발 빠르게 사건 수습에 나섰다. 7월 초 도쿄도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파장이 커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 했던 것이다. 보도가 나온 6월 22일, 자민당은 즉시 토요타 의원에게 탈당계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일부 동료 의원이 처음엔 동정론을 펴기도 했지만, 곧 입장을 철회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당시 야당 대표였던 렌호 의원은 “자민당 탈당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토요타 의원은 같은 날 탈당계를 제출하고, ‘정신적 불안정’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했다. 피해 비서는 앞서 6월 6일, 사이타마현 경찰에 폭행 피해를 신고했고, 음성 파일과 진단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10월 27일, 상해 및 폭행 혐의로 사건을 서류 송치했지만, 12월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피해 비서가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양자 간 합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며, 같은 날 토요타 의원은 반성문을 손으로 써서 공개했다.
도쿄도의원 선거에서는 자민당이 크게 패배했는데, 그 원인 중 하나로 이 사건이 지목되었다. 선거도 선거지만, 이 사건은 누가 봐도 피해자인 비서는 물론, 가해자인 토요타 의원에게도 깊은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 사회에서 국회의원의 품행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어떤가. 여러 가지로 착잡한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더 착잡한 것은, 우리가 으레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던 그 일본이, 정작 이런 문제 앞에서는 책임을 묻고 사태를 정리하는 데 있어 더 망설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누구인가.
2025년 7월 16일
소나리우스의 세음소평(世音小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