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하는 아침

텃밭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 텃밭 이야기 (7)

by 완서담필


금요일 아침은 괜히 마음이 바쁘다. 그래도 텃밭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 텃밭이지만, 물은 챙겨야 한다. 다행히 간밤에 비가 뿌렸는지 멀리서도 흙이 젖어 있는 것이 보인다. 그렇다면 얼른 사진이라도.


빨간 무는 하루새 부쩍 자란 것 같다. 나는 래디시다, 라는 듯 당당하다. 습관처럼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최대한 몸을 낮추고 옆으로 길게 찍는다. 잠시 자세를 잡았을 뿐인데 허벅지와 허리가 뻐근하다. 일어서는 순간, 세상이 잠깐 흔들린다.


날씨 앱은 오늘 비가 없을 거라고 알려준다. 덕분에 자전거에 올라타 비탈길을 힘 들이지 않고 내려간다. 거의 다 와서야 일상의 전부 같은 노트북과, 주머니 속 늘 달그락대던 작은 열쇠를 놓고 온 걸 떠올린다. 뭐, 래디시 사진이나 다시 한 번 찍지. 유턴이다.


매거진의 이전글가을이 익어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