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왜 이렇게 빠르다고 느껴질까?

by 김성훈


2025년 한 해를 보내며 지난달 12월 중순에는 지인들과 송년모임을 가졌다. 그리고 2026년 새해가 시작되고 지난주에는 매년 해오던 신년모임이 있었다.

불과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두 번의 모임과 만남을 통해 어김없이 오간 이야기는 하나였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갈까?'


지난주에는 미국에서 서울에 다니러 온 매제와도 만났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또 한 번 세월이 너무 빠르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제는 나보다 한 살 많다. 여동생과 결혼한 이후 젊은 시절부터 동년배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왔다.

매제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생활하며 나와 같은 이공계통의 일을 해왔기에 공통분모도 많았고, 삶의 여러 가지 정보도 자주 공유해 왔다.

그러나 은퇴할 즈음에 와서 돌이켜보니 평생 얼굴을 보고 만난 횟수는 지난 세월의 햇수보다 오히려 적었다.

한창이던 청년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은퇴자가 되어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서로의 얼굴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을 통해 말없이도 흐른 시간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지난 세월을 통틀어 또렷이 떠오르는 장면은 몇 개의 단편적인 기억뿐이다. 각자의 삶에 파묻혀 지내다 보니 어느새 삼십 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다.

뒤돌아보면 긴 세월이지만 농담 삼아 ' 깜짝할 사이에 지났다'라고 말하며 서로 웃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세월의 속도는 자기 나이에 2를 곱하면 된다”라고.

30 살에 2를 곱하면 60. 주변을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기엔 아직 적당한 속도다.

하지만 50 살에 2를 곱하면 100, 고속도로를 달리는 속도가 되고, 60을 넘기면 과속이 되며, 80이 되면 눈 깜짝할 새 하루가 지나간다고 한다.

요즈음 들어 이 말이 더 실감이 난다.

하루하루가 정말 휙휙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질까.

세월이 지나갈수록 1년이 남은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든다.

새로운 경험과 기억의 밀도는 낮아지고, 머리는 일상의 일들을 덜 기록하게 된다.

5 살 아이에게 1년은 인생의 20%지만 50 살에게 1년은 겨우 2%에 불과하다. 같은 1년이라도 훨씬 짧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10 살 아이는 여덟 해 동안 쌓은 기억의 1/8을 1년에 새로 채우지만, 60 살이 되면 1년 동안 자신의 기억량의 1/59만을 새로 채운다.

그래서 지금 내가 1년 동안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10 살 때 약 한두 달을 느끼는 시간과 비슷하다.

결국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일곱 배쯤 빠르게 흐르는 셈이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가 있다.

불분명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태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고 느낀다.

반대로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해질수록 시간은 더 빨라진다.

내가 아닌 타인이 결정한 시간표에 따라 살아갈 때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10분 쉬는 시간에도 축구를 하고 놀이를 하며 시간이 참 길게 느껴졌다.

부모님과 학교에서 정해준 기상 시간, 공부 시간, 잠자는 시간을 지키며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갈까'를 느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설날에 한 살 더 먹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다.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해진 일과에 맞춰 훈련하고 움직이는 생활 속에서 국방부 시간은 더디게만 흘렀다.


어린 시절에는 특별하고 새로운 기억이 많지만 나이가 들수록 반복되는 일상이 기억을 희미하게 만들고 시간은 압축된 것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해지고 스스로 책임지고 시간을 결정하며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복과 예측의 시간이 많아질수록 세월은 더 빨라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시간을 조금이라도 천천히 흐르게 느끼며 살 수 있을까.

핵심은 분명하다. '새롭게 취득하는 정보의 양과 예측 불가능성'이다.

먼저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 생산적인 일을 찾아야 한다.

이미 경험한 정보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반복되는 일상은 그냥 흘러간다.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여행을 하고, 새로운 일을 하며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호기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역설적이지만 병으로 아파보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는 많은 생각과 경험을 하게 된다.

반대로 건강하고 익숙한 일상만 이어질 때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때도 있다.

기억되지 않는 하루는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불확실한 삶을 살아보는 것이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를 때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경제 활동, 새로운 도전은 취득하는 정보의 양을 늘리고 시간을 늦춘다.

창업이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경험이 그런 예다.


또한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어떤 순간에도 온전히 집중한다.

그래서 경험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많은 정보를 얻는다.

어른이 되어 생각이 많아지고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면 시간은 더 빠르게 흘러간다.


공간을 이동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도 좋고 제주도에서의 한 달 살이도 좋다. 이사처럼 공간이 바뀌면 불확실성은 커지고 정보의 양은 급격히 늘어난다.


기회가 된다면 젊은이들과 소통해 보는 것도 좋다.

젊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새로운 정보가 늘어나고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해 준다.


우리는 늘 말한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라고. 하지만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동일하다.

빌릴 수도, 저장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 완전히 비탄력적인 자원이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시간이 빨리 흐르고 싫고 귀찮은 일을 할 때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군대에서 전역 날짜를 기다리는 시간과 직장인이 주말을 기다리는 시간이 느리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답은 행동과 실천이다.

후회를 남기지 않는 행동, 그리고 현재에 집중하는 삶이다.

어릴 때는 경험이 적고 반복이 적어 머리가 각 순간을 더 많이 저장하려 하기에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일상이 반복되고 자극이 줄어 기억할 정보가 적어지면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최근의 경험이 적을수록 과거를 되돌아볼 때 시간이 더 빨리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

즉, 실제로 시간이 빠른 것이 아니라 기억이 적어 ‘시간이 빠르게 지났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올 한 해를 시작하는 1월에는 하루가 조금 더 길게 느껴지도록 살아보고 싶다.

단순한 일상으로 하루를 단순하게 보내면 시간은 더 빠르게 느껴진다.

매일 하루를 활기차게 지내보자.

즐거운 상상을 하고, 꾸준히 걷고,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과 박수를 아끼지 말고 미루던 일을 자청해서 해보자.


나날이 변화된 삶을 살아보자.

매주, 매월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며 즐겁게 지내고 자주 웃자.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내려놓자.

인간관계는 얇게 넓게 가져가고 스트레스를 피하지 말고 받아들이며 해야 할 일을 미루지 말자.

할 수 없는 일에 욕심을 버리고 Yes와 No를 분명히 하자.


오늘의 하루가 어제보다 더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바빠서라기보다는 낭비되는 시간이 많아서일 것이다.

시간에 쫓기기보다 여유 있게, 나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의 걸음걸이에는 세 가지가 있다.

미래는 주저하며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며,

과거는 영원히 멈춰 있다.”

– F. 실러 –


인생에서 시간의 낭비는 남은 세월을 더 짧게 만든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고 긍정적인 사고를 유지하며 자기 돌봄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하루하루는 더 길고 밝게 느껴질 것이다.



내일부터라도 이런 삶을 천천히 실천해 보려 한다.

그러면 앞으로의 하루는 조금 더 의미 있고, 조금 더 느리게, 그리고 훨씬 더 깊게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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