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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을 대하는 은행의 자세

by 김성훈



설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현직에 있을 때는 명절이면 이런저런 이유로 선물을 주고받는 일이 잦았다.

그 시절엔 집으로 배달되는 선물들이 있었지만, 은퇴한 지금은 선물을 주고받을 일이 크게 줄었다. 그런데 지금도 유독 명절 때면 꼬박꼬박 선물을 보내오는 이가 있다. 바로 거래하는 은행의 지점장이다.


은행 지점장이 매번 명절 선물을 보내오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마도 내가 은행 입장에서 좋은 고객, 즉 강남 건물주, 은행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담보를 가진 자산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은행은 일반인들에게는 높은 문턱이 높지만, 자산가들에게는 그 문턱이 한없이 낮다. 이는 은행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은행은 돈을 보고 돈을 거래하며, 안전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어 자산을 불리는 곳이다. 강남 부동산은 은행이 바라보는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것이다.


강남 지역에서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면 은행과의 거래를 해보면 잘 드러난다. 서울에서 누군가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한다면. 강남 지역 건물이라면 지점장이 직접 나서서 응대하고, 대출도 우대 조건으로 빠르게 맞춰준다. 반면, 비강남 지역의 경우 대출 담당자의 창구에서 순서를 기다려야 하며, 조건도 까다롭다. 은행 입장에서는 강남 부동산처럼 가치가 안정적이고 변동성이 적은 자산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비강남 지역의 부동산은 경기 변동에 민감해 위험성이 높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은행의 대출 원칙은 단순하다. 돈을 빌려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담보의 안정성이다. 강남 부동산은 은행 입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안전한 담보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남 건물주에게는 은행은 수시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권유하고, 필요할 때마다 직접 연락해 추가 대출을 제안하기도 한다. 지점장이 식사를 하자며 안부 전화를 걸어오는 일도 흔하다. 이 모든 것은 결국 강남 건물주를 은행이 우대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며 가끔 헛웃음이 나기도 한다. 사람이 건물을 소유하고 있지만, 실상은 사람이 건물의 주인이 아니라 건물이 사람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은행의 우대와 친절은 결국 강남 건물을 가진 자산가를 보고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돈을 버는 법을 가장 잘 아는 은행이 부익부 빈익빈의 구조를 실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명절마다 선물을 보내오는 은행의 태도를 보면 은행돈을 쓰는 사람이 오히려 선물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이는 은행이 강남 건물주를 얼마나 우대를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전문가들이 "땅을 살 때는 내가 좋아하는 지역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을 선택하라"라고 조언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강남은 이미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으로, 누구나 선호하는 부동산의 중심지다.


시대에 따라 부동산의 가치는 달라진다. 부모 세대는 강북의 종로가 중심지였고, 우리 세대는 강남이다. 앞으로의 세대는 판교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의 중심은 여전히 강남이며, 이는 은행의 태도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강남 부동산은 은행에서 안전 자산으로 바라보는 가장 신뢰받는 담보물이다.


은행이 바라보는 강남 부동산의 가치, 자산가와 서민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되짚어보며,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강남 건물주를 꿈꾸는 이유도 여기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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