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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태 Nov 20. 2020

'MBTI' 콘텐츠로 MZ세대 공략하기

참여•공유•확산으로 이루어지는 레이블링 마케팅 전략

혹시 INFP세요?


요즘 MZ세대는 이름 대신 MBTI를 주고받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자기소개란에 써놓을 만큼, MBTI증을 따로 발급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MBTI에 매료됐습니다. 저는 ENTP형인데요. 기민하며 직관성이 높고 도전을 좋아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매일같이 변하는 디지털 콘텐츠와 소셜 미디어 업계에 몸 담은 지 벌써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 일이 즐겁고 새로운 게 궁금한 걸 보면 빼도 박도 못하는 ENTP가 맞나 봅니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Carl 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도구에서 출발했는데요. 태도, 인식, 판단 기능에서 각자 선호하는 방식의 차이를 나타내는 4가지 선호 지표로 구성됐습니다. 열풍과는 별개로 사실 MBTI는 심리학에서 유의미한 검사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맹신할 만큼 적중률이 높지 않고, 바넘 효과(Barnum effect,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성격 특성을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믿으려는 현상)에 의한 우연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최근 재조명 받고 있는 각종 심리테스트나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빙고 릴레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도 왜 MZ세대는 이를 즐기고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쓰는 걸까요?




Definition of MYSELF by ME, 나는 내가 정의해


Youtube 'MBTI' 콘텐츠


유년기와 성장기에 외환위기와 경제위기를 겪은 밀레니얼(M) 세대는 누구보다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성장보단 현상 유지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 탓에 진학에서 취업까지 규격화된 체제를 따랐죠. 이들에게 MBTI는 ‘OO대학교 학생’, ‘OO 사원’ 대신 진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심리검사 결과에 스스로를 인지하고 유형화하면서 안정감을 얻기도 하고요. 청년을 한 집단으로 묶어 정의하는 문화에서 'T'나 'P' 중 하나의 개체로서 나의 개별성을 존중받고 싶어 하는 욕구도 읽을 수 있겠네요.


Z세대는 어떤가요. 글을 읽기 전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돼 자란 이들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익숙합니다. 부모님이 등록한 태권도, 피아노 학원을 다녔던 밀레니얼 세대와 달리 주도적으로 코딩을 배우거나 영상을 편집하곤 하죠. 세상이 정의하는 ‘나’보다 내가 인지하는 ‘나’에 훨씬 더 집중하는 세대로, 이들에게 가장 즐거운 일은 나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간단한 질문에 답하며 뭉뚱그려 감 잡았던 자신을 유형화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거죠. ‘맞아, 나 이런 사람이었어!’하는 과정에서요.



Just for fun, 재밌으면 됐지


Youtube '이십세들'


MBTI로 시작된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열풍은 각종 테스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하면, 나에게 맞는 연인 유형이나 정신연령, 전생이 결과로 나오는 방식이죠. 간단하고 쉽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점이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확산되며 방학이 연장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인증용 놀이’가 필요해졌기 때문입니다. 메신저로 안부 대신 테스트 링크를 주고받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쌓인 피로를 해소하는 거죠.


그리고 이는 ‘궁합 놀이’로 확대됩니다. 내 유형과 상대 유형을 파악하면서 서로 잘 맞는지를 검증해보는 건데요. ‘우리 둘이 환상의 케미래’, ‘사실 얘랑 나는 상극이라는데?’라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일종의 스몰토크용 주제로 활용하는 거죠. <연애 능력 테스트>로 나와 잘 맞는 연인 유형은 무엇인지도 알아보고 <반려견 관계 테스트>로 반려동물과의 친밀도를 확인합니다.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동경하는 스타의 성격유형과 자신의 것을 비교하며 팬심을 강화하기도 하고요. 도출된 결과는 또 다른 인증용 게시물을 낳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놀이는 도통 지루해질 틈이 없습니다.



나는 공유한다 고로 존재한다


Youtube 'OTR' 댓글


인증과 공유에서 파생된 소통 현상도 재미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OTR> 영상은 조회수에 비해 월등히 높은 댓글 수를 자랑합니다. '남녀가 이별을 결심한 순간' 편을 살펴볼까요. 각각의 MBTI 유형이 이별에 얼마나 다르게 대처하는지를 보여주는 영상인데요. 댓글 창에는 2천여 명이 넘는 이용자가 결집돼있습니다. "기본적으로 ENTP는 티키타카가 잘 맞아야 하고, 너무 지고지순하고 재미없으면 안 맞죠.", "INFP가 당신한테 진심으로 화를 낸다면 정말 참다가 터진 것임을 기억하세요." 등의 댓글은 수백에서 수천의 ‘좋아요’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댓글에서도 ‘난 아닌데요?’라는 반응은 찾기 힘들지만, ‘역시 나도 그렇다’라는 호응은 속출합니다. 공통분모를 가진 이들끼리 결속력을 다지며 일종의 커뮤니티를 생성하는 겁니다. 이렇게 모인 이용자는 다음 번에도 <OTR>을 찾을 가능성이 훨씬 높겠죠.


일면식 없는 상대와도 공통사가 있으면 금세 소속감을 느끼는 MZ세대. 이들의 특성은 온라인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나의 MBTI 유형을 검색하면 ‘소심한 직관러의 방’(IN 유형), ‘ENFP를 위한 톡방’ 등 수십 개의 방이 나열되는데요. 성향이 비슷한 이들끼리 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다독이는 겁니다. 이 ‘인친’들은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오히려 매일 살을 맞대고 생활하는 친구들보다 훨씬 나를 잘 알고 이해해 주거든요. 때로는 자의식 과잉이라 느껴 말하기 힘들었던 자랑 아닌 자랑도 껄끄럽지 않게 터놓을 수 있고요.




MZ세대 맞춤형 마케팅 전략


방구석연구소


스스로 캐릭터를 부여하는 레이블링(labeling) 콘텐츠, MBTI가 처음은 아닙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혈액형으로 성격을 특징 짓는 방식이 유행했는데요. B형 남자가 바람둥이라는 속설 덕에 'B형 남자친구'라는 영화가 개봉하고, 2005년에는 <혈액형별 성격특징에 대한 믿음과 실제 성격과의 관계>라는 연구논문까지 나왔을 정도였습니다. 어쩌면 MBTI보다 훨씬 더 대중적이고 오래갔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ABO형이 MZ세대에게 먹히지(?) 않는 이유는 너무 닫혀있기 때문입니다. A형은 소심하고, O형은 화끈하고, B형은 다혈질에, AB형은 4차원이라는 공식을 규정하고, 그 틀 안에 가두는 느낌이 강하죠. 반면 MBTI의 접근법은 좀 더 섬세합니다. 16개 성격으로 분류하되 각 항목별 비율까지 표기해 '개인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죠. 원한다면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상세 결과 값을 볼 수 도 있으니 이용자의 공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겁니다. MBTI가 소셜 미디어의 성질에 핏(fit)한 놀이라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네요. 소셜 미디어 이용자의 대부분이 ‘공유’라는 기본 욕구를 갖고 있고, 이를 MBTI가 터트리도록 유도한 거죠. 이용자의 자발적인 인터랙션 덕에 지금처럼 다양한 콘텐츠가 파생된 거고요.


실제로 네이버 키워드 분석에서 MBTI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 올 상반기부터 레이블링을 활용한 마케팅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좀 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선, ‘공유하고 싶은(shareable)’ 콘텐츠를 구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결과값을 니치하게 구성해 ‘뻔한 나’ 대신 '몰랐던 나'를 도출하는 데 중점을 두는 거죠. 이에 어울리도록 브랜드 상품군을 큐레이션 하는 것도 좋습니다. 카카오메이커스는 16개 유형의 ‘셀프 아이덴티티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고, 마켓컬리나 오늘의집은 심리테스트를 통해 잠재 고객을 유입합니다. 더에스엠씨는 참여형 콘텐츠 플랫폼 <방구석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테스트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추후 콘텐츠가 데이터베이스화되면 MBTI를 대체할 만한 더에스엠씨만의 타입 인디케이터(Type Indicator)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우선, 도출된 결괏값을 공개해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공유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우린 이 결괏값으로 성향, 소비 패턴을 분석해 알고리즘을 완성하는 거죠. 개인 별로 적합한, 다시 말해 관심 있는 브랜드 및 상품과 연결될 수 있도록 로직을 마련하는 겁니다. 공급과 수요 모든 측면에서 기존과 차별화된 플랫폼이 될 거라 자신합니다.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1. 나를 정의하고 공유하는 걸 좋아하는 MZ세대. 이들 사이에서 MBTI를 비롯한 각종 테스트 열풍이 불고 있다.

2. 이는 인증과 공유 문화를 넘어 온라인에서 소규모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확대.

3. 더에스엠씨는 참여형 콘텐츠 플랫폼 <방구석연구소>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 MBTI를 대체할 만한 우리만의 타입 인디케이터(Type Indicator)를 구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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