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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코숙이 Sep 13. 2023

자주 가는 연남동

젊고 힙하니까.


연남동, 하면 무슨 생각이 가장 떠오르는가?

보통, 젊음의 거리, 연트럴 파크, 맛집, 예쁜 카페 등 주로 젊음과 힙함이 생각나는 동네일 것이다.


내가 처음 걸어봤던 2014년의 연남동은..

고작 10년 전이지만 그때의 연남동은 지금의 연트럴파크의 모습이 아니고 곧 이곳에 공원이 들어올 것이라는 개발 공지만 전해 들은 상태였기 때문에 공원 초반 일부는 조금 가꾸어져 있었고 그 뒤로부터 성산동 쪽으로는 흙밭으로 흙먼지 날리던 길의 모습이었다.

그때는 이곳에 오려면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 연남동을 향해 한참 걸어와야 하는 시절이었고

어렴풋한 기억으로 동진시장 근처로 분위기 있는 힙한 맛집들이 몇 있는, 상권이 화려하게 변화되기 전이었다.

이거 무슨 옛날에 압구정동은 뽕나무 밭이었어~라는 말 같다. 하하.


지금의 모습은, 

공항철도, 경의선, 2호선이 운행되는 홍대입구역 3번 출구가 생겨났고 그 출구로 나오면

그 앞으로부터 성산동 쪽 까지 시원~하게 공원길이 조성되었고,

공원 양 쪽으로는 수많은 술집, 맛집들이 즐비해 있다.

수입 병맥주를 낱병으로 판매하는 술퍼마켓, 

노오란색 간판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주문하고 번호가 불리기를 기다리는 망고주스, 

아메리칸 스타일의 조각 씬 피자와 맥주를 파는 몬스터피자로 시작해 일일이 나열할 수도 없는 수의 맛집과 카페들이 공원을 따라 주욱~형성되어 있다.


특히 주말과 통상적 퇴근 후 시간쯤이면 번잡하다 하다 너무도 번잡한 동네이지만,


이곳에는 남몰래 나만의 여유와 사색이 깃든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프리랜서는 여유가 넘치는 평일 브런치 타임즈음에 연남동에서 자유의 시간은 만끽한다.

하지만, 프리랜서라고 시간을 막 허투루 쓰지 않는다. 게을러지지 않으려 나름의 타임테이블에 맞춰 하루 일과를 소화한다.

(아. 뜬금없는 변명 같다.)


내 사색의 공간들은 주로 깊이 들어온 연남동에 위치한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앞의 번잡한 것이 싫은 나는 주로 연남동 벚꽃길 뒤편으로 위치한 분위기 좋은 커피숍들을 이용한다.


한 카페가 나의 최애 카페 리스트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곳은 내가 3년 전 연희동으로 이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새로 생긴 카페이다.

동네 산책 중에 발견된 내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철로에서 사용되었을 법한, 또는 오래된 한옥의 툇마루쯤에 사용되었던 것 같기도 한 오래된 나무로 카페 외관과 문 그리고 내부 벽면이 채워져 있다.

그 모습이 마치 한 겨울에 험한 설산을 오르다가 길을 잃어서 춥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추위와 두려움을 물리치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을 헤치고 오르다가 우연히 발견된 불빛 하나만 보고 이끌려가서 만나게 되는 아늑한 산장 같은 분위기 같다. 여기서 내 포인트는 '아늑한'이다.









실내에 가득 퍼져있는 커피 향은 또 어찌나 좋은지.

봄에는 커피에 싱그러움이 얹어있고,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해변가의 코코넛 향이 곁들여지는 것 같고, 가을에는 커피와 쓸쓸함이 함께인 것 같고, 겨울엔 찬 공기와 따뜻한 커피 향의 조화가 말할 수 없이 향기로운. 사계절 모두 그 계절에 맞게 참으로 향기롭다. 


이곳은 나의 참새 방앗간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러 책 한 권 편히 읽고 갈 수 있는 공간이고,

넋 놓고 앉아 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지나가는 젊은이들의 패션과 스타일 그리고 온갖 종류의 애완견들, 

현지인과 외부인의 분위기 차이, 계절의 변화, 나뭇잎의 한들거림, 커플들의 다정한 모습과 싸우는 모습 등등 갖가지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다.


처음엔 그렇게 여유 있던 공간이었는데, 내게 좋은 공간은 남에게도 좋은 공간.

몇 개월 후에는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 공간에 대한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을 체감하게 되었고, 이제는 자리가 여유 있게 나지도 않고, 자리에 있다가도 손님들이 많아 오래 앉아있기 미안하기도 한 공간이 되어 아쉽지만, 그들의 성장에 내가 뿌듯한 마음과 축하하는 마음이 든다.

그래도 이곳은 늘 내게 '나의 여유 있는 시간'이 떠오르는 공간이다.


연남동에는 이곳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장소들이 또 있다.

나는 무조건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는 성향이 아니고 한 곳이 좋으면 내 지인들을 모두 한 번씩 데리고 가야 하는 성향이다. 그렇게 여러 번을 가도 질리지 않는 곳은 정말 맛있고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이곳에는 워낙 맛집들이 많아서 다 다녀 보려면 힘들겠다는 생각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곳을 가보자는 마음에 검색해서 찾은 맛집이란 곳에 가 보면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난 집들도 참 많다.

맛집이라고 소문이 나 대기줄이 긴 집은 기다리는 시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가지 않지만, 그런 집들도 가보고 싶을 땐 현지인의 특권으로 줄이 서지 않는 시간에 지나가게 될 경우 맛을 보러 들어가 볼 수 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만나는 맛집은 굉장한 희열감을 주기도 한다.


내게 연남동은 마음이 헛헛할 때 힙한 맛집 여행을 할 수 있는 맛집일주 동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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