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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Feb 28. 2019

부모님과의 자유여행 2탄 - 로드트립 실전 편

어쨌든 요세미티 빼고 다 갔다 왔다.

5년 전 Chihuly Garden and Glass

5년 전 혼자 시애틀로 지인 투어를 간 적이 있다. Chihuly Garden and Glass라는 곳엘 들렀다. 지인이 말해주길 라스베이거스 호텔에도 이 사람 작품이 있다고 그랬다. 그러면서 San Francisco에서 시작해서 death valley-Las vegas-Grand Canyon까지 로드트립을 하면 좋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5년 만에 딱 그 코스로 가족여행. 사실은 요세미티를 하나 더 들르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라스베이거스를 가는 길에 요세미티와 death valley 둘 다 들렀다 가면 좋을 것 같아서. 투어는 딱히 없으니까 랜트카로. 캘리포니아가 하필이면 2년에 한 번씩 날씨가 거지 같다고 한다. 그게 하필 올해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요세미티는 스킵.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아니 이럴 거면 그냥 라스베이거스에서 데스벨리 투어를 해도 되는 거였는데... 뭐 됐다 덕분에 로드트립이란 걸 해봤으니. 해외 자유여행은 이미 한번 해봤으니 이번에도 별일 없겠지 싶었으나...


로드트립에는 내가 몰랐던 또 다른 난관들이 있었다. 로드트립의 묘미는 도시와 도시 심지어 주와 주를 넘나 든다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기껏해야 하루에 한, 두 군데밖에 못 들른다. 일정을 세세히 짜는 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음. '쭉 이동하다 한두 군데 들르는 거니 훨씬 쉬운 거 아닐까?' 싶지만 그게 진짜 가서 겪어보면

출발 직전까지 날씨를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천조국에서의 날씨 변화는 그 땅덩어리만큼 정말 어메이징. 눈 한번 온다 하면 그냥 못 가는 겁니다. 겨울 여행이라면 특히 A안, B 안을 준비하고 A안 무산이 확정되면 재빨리 B안의 숙소를 예약합니다. 저는 그게 출발 직전이었고 요세미티 대신 몬터레이의 리조트를 잡았습니다.

도시를 옮길 땐 비싸게 느껴지더라도 무조건 우버를 부릅니다. 초행길이라 어리바리에다가 숙소 가는 길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비가 올 수도 있고 인터넷이 갑자기 끊길 수도 있어요.

렌터카라면 반드시 반납 절차를 꼼꼼히 알아둡니다. 반납 시간은 예정시간보다 3-4시간쯤 여유 있게. 안 그러면 런닝맨 찍게 됩니다. 저는 Hertz를 통해 샌프란시스코에서 빌려서 라스베이거스 반납이었는데 가는 길에 눈이 심하게 와서 도착했을 땐 이미 사무실 운영시간이 끝나 있었답니다. 코스모폴리탄 호텔에 반납하면 된대서 일단 주차장으로 진입해서 벨보이한테 물어보니 누구는 지하 2층에 누구는 지하 5층에 대라는데 알고 보니 지하 2층이 맞았으며, 그걸 모르고 지하 5층에 일단 반납한 나는 그 차를 다시 찾느라 런닝맨 찍었.... 키는 사무실에서 주차장 쪽으로 바깥으로 나와 저렇게 생긴 데 넣으면 됩니다.

내가 이거 찾느라고 런닝맨 찍었다.

이때 부득이 엄마를 호텔 로비에 혼자 뒀는데 여러분 웬만하면 그 누구도 혼자 두지 마세요 두어 시간 뻘쭘한 시간을 보낸 엄마는 그날 삐쳐서 하루 종일 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너는 여행자가 아니라 여행사다. 장소와 장소를 오갈 때 루트, 화장실 모두 책임져야 한다. 1 목적지 1 화장실 시스템. 잊지 마세요. 부모님은 점점 나이를 드신다.

부모님은 n 년 새에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세련되지 못하고 비합리적이고 자기중심적일 수 있습니다. 현재를 즐기기보다는 늘 가까운 미래를 염려하시고. 정신이 하나도 없을 수 있지만 다시 말하지만 너는 여행사인 겁니다. 그러려니즘을 장착하고 고객님 케어로 접근하세요. 짜증을 1g이라도 얹는 순간 여행이 망하는 것이다.

이렇게 챙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뛰어다녀야 되는데 그러니까 여러분 유산소.... 유산소만이 살 길이다.... 일주일에 최소 2번.. 30분에서 한 시간... 체력을 먼저 채우고 여행길에 오릅니다.

이제부터는 대중교통만 이용하면 된다고 해서 긴장을 늦추면 안 됩니다. 아무리 유심을 샀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통신사와 달리 통신이 거의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우버를 부르지 못할 수도 있단 말. 인터넷이 팡팡 터질 때 다음 경로의 구글맵을 캡처해둡니다. 우버도 안되고 버스도 찾아볼 수 없고 비까지 오면 낭패.

가족의 평화를 위해 개인 시간 중요! 조깅이든 펍이든 클럽이든 짬 내서 스트레스 관리하세요. 아무도 널 관리해주지 않습니다.

무리한 일정 뒤에는 약간의 짜증이 오가고 서로 심통이 난 상태에서 스리슬쩍 넘어가겠지요. 앞으로 몇 번이고 이게 반복되겠지만 '혹시나'라는 기대를 버립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고객님을 케어하는 입장으로 지내면 됩니다. 파이팅.


지난번보다 노련하게 공항 링거로 유명한 비타민을 잔뜩 챙겨 와서 짜증이 난다 싶으면 하나씩 나눠먹기로 합의를 봤는데, 부모님은 홍삼으로 반격하셨다. 예상치 못했는데? 그래 그냥 그런 거다. 어떻게 긴 일정에 짜증 한 번 없을 수 있나. 죄다 불평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가족 동행이 아니었다면 어디 SUV를 빌려서 4개 주를 넘나드는 여행을 했겠나 싶다. 미국 로드트립은 혼자는 절대 못한다. 운전할 사람, 길을 봐줄 사람 적어도 2명 이상이 필요하지. 덕분에 아 이게 미국인 건가 싶은 scalable 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라스베이거스는 도시 전체가 사람을 홀리는 곳이더만요
물론 클럽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조명에

화려한 쇼에

풍력발전소 빽빽한 거 보소
장대 같은 비가 그친 뒤 캘리포니아 1번 국도(CA1)
내가 좋아했던 그냥 옆에 펼쳐진 풍경들

압도당할 것 같은(그러나 이내 익숙해지는) 풍경에

바다코끼리!!!!
이번엔 해변의 소??

그냥 지나가다 마주하는 동물 선생님들의 상태가?

San Francisco - Scott McKenzie

에피소드도 많이 건졌다. 아버지는 비 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케이블카를 기다릴 때 꽃을 엄마에게 사주며 이 노래를 불렀다.

If you are going to Sanfransi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말만큼 낭만적이지는 않았다 꽃이 시들었다며 엄마가 핀잔줬으니까. 그렇지만 그 장면이 좋아서 고프로로 남겨놨다. 근데 촬영분이.... 8시간이나 되는데 어쩌지 언제 편집하지 이 기회에 유튜버로 거듭나 볼까.

아빠의 '나도 딸이랑 사진 찍어야지-'몇 번이 자꾸 기억에 맴돈다. 다음엔 이번에 못 간 미국 국립공원이나 뉴질랜드를 가자고 주문받았는데 한번 고민해봐야겠다. 대자연은 스케일이 너무 커서 혼자 감당하기에는 힘에 부치네요. 아무래도 투어를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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