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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Jan 26. 2016

육지 - 도시의 외로움

드디어 찾아왔다. 도시의 외로움 병

어느 때보다도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도시락을 싸서 출근을 하고, 주 2,3회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친구가 있고 이웃이 있다. 가벼운 수다를 떨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넷플릭스도 있다!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누군가가 항상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인지 모른다. 늘 갈망해왔던 안정이다. 

도시에 돌아오면서 큰 화두가 단순함이었다. 섬에서 만들었던 단순한 삶의 양식을 놓치는 말아야지. 그런 변화가 기분 좋았으니까. 생각도 정리되고, 그 빈 공간에 좋아하는 걸 맘껏 할 수 있게 되고.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완성.


그런데, 이도시엔 뭐가 너무 많고 모르겠고 어지럽다. 좋아하는 걸 다시 만들어 가야 되고, 선택지는 너무 많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되는 데 귀찮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 친구들도 말이다. 일부러 약속을 잡지 않고 있는 거다. 지켜보고 있는 좋아하는 친구들은 더러 있지만 연락할 마음이 생기면, 연락이 오면 잡아야지 하고는 딱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금의 안정도 좋기 때문에. 나의 삶과 관계들이 안정적이라고 믿기 위해 틀을 깨지 않는  것이다. 기왕 만난 거 그냥 그저 그렇기는 싫은데. 서로의 삶을 궁금해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미루고 미루고. 합리적인 변명을 만든다.

학창 시절에도 그랬던 적이 있는 것 같다. 외로워지지 않기 위해 일부러 눈감고 피하고. 대신 확실한 건 쥐려고 했다. 영원한 건 존재하지 않지만.  자꾸 학창 시절 친구들이 생각이 난다. 그다지 특별한 게 없어 보이는데 내가 좋아하던 친구가 좋아하던 친구. 부러워하고 질투하고 어떻게든 한 무리에 끼고 싶었지. 나와의 관계가 조금만 더 단단했으면 했고.

이제는  손 내밀면 잡아줄 걸 안다. 관계라는 건 만들어가는 거고,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도 안다. 그래, 망할 페이스북 때문이다. 누군가와 더 단단해 보이는 관계, 좋아 보이는 소식, 나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식에 찌글찌글해진다. 아니, 당연한 거지 나는 섬에 있었고 그동안 친구들은 그들의 삶이 있었고, 그러니 움직여야 하는 건 나다. 손을 내밀지 않으면 그 누구도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 알잖아, 각자의 삶이 얼마나 치열해. 그래. 내가 테이프를 끊어야 되는데 하다가 하다가 이내 수그러든다. 뭐해 그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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