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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의 마음 스물둘

하나의 세계이자 사업으로써의 글쓰기

by 여름의 속도

영화감독이자 뮤지션인 이랑의 노래 '신의 놀이'는 이렇게 끝이 난다.

여전히 사람들은 좋은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좋은 이야기를 통해 신의 놀이를 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나도 좋은 이야기를 짓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그게 꼭 문학이나 곡 등 눈에 보이는 형태가 꼭 아니더라도.


처음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던 건 과제로 쪽글을 썼을 때였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도 글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도 꾸준히 글을 쓰고 음악을 배운다. 언젠간 내 이야기가 선율이 되기를 꿈꾸며. 그렇다고 크리에이터가 된다거나 본격 콘텐츠 사업에 투신하고 싶은가 하면 글쎄. 그냥 흐름을 발견하고 최대한 발전시키고 포장하고 세상에 내보내고 또 다음 기회를 포착하고 싶다. 호흡을 늘려가며. 내가 나의 세상에서 관찰하고 느끼는 바를 다른 언어로 포장해보고 싶다. 이야기가 먹히는 시대를 지나고 있는 만큼.


사업으로서의 이야기는 반드시 마무리지어져야 한다. 마무리하니 생각나는 감독이 있다.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2년 연속 GV로 만난 조성규 감독. 부천에서 실종 2 그리고 을 2년에 걸쳐 보았다.(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할 말이 있다.) 가만 보면 모호함을 참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게 감독의 취향이기도 하겠지만 완성도를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는 걸 GV를 2년 연속 듣다 확신하게 되었다. 애초의 계획에서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넣고 빼면서 모호하게 처리되는 부분이 생기는 것. 암, 작은 단위로 쪼개서 가능한 방식으로 어쨌든 마무리를 짓는 건 중요하지. 거의 스타트업 접근법. 제작비가 늘고 원하는 바를 그대로 구현할 수 있게 되면 어떨지 무척 궁금해졌다. 요는 프로 이야기꾼인 감독에게도 이야기 마무리짓기는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라는 거. 그렇지만 이야기를 하고 또 듣는 사람들이 모이면 흐름이 된다는 것.

Photo by Dmitry Ratushny on Unsplash

어제 본 유튜브에서 김영하 작가는 잘 짜인 캐릭터는 스스로 살아 움직이며 작가는 그 말을 받아쓰는 것뿐이라고 했다. 한 번쯤은 그런 세계를 창조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도서관에 갈 궁리. 예약해둔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빌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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