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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Feb 24. 2022

감당할 수 있는 사이즈

해야 할 역할에 집중해서, 감정 소모하지 않고

첫 프로젝트를 빠르게 개발 단계까지 올려두고 짬이 나서 글을 써본다. 처음이 왜 안 그렇겠냐마는 물론 힘들었다. 그래도 할만했단 생각이 들어 이 즈음에서 감당할 수 있는 사이즈에 대해 생각해본다.

지난 조직장은 내가 조직을 떠날 때쯤에 나더러 일의 범위를 줄여줘야 했었노라고 얘기했었다. 그게 내가 퍼포먼스가 안 좋다고는 얘기가 아니라 마땅히 조직장으로써 그랬어야 한다고.(그러게 왜 미리 조정해주지 않았습니까 시그널을 그렇게 많이 보냈는데) 이번에도 겉에서 보기에는 별로 티가 나지 않는- 완결된 기능으로 돌아가려면 누군가는 또 챙겨야 할- 일이 한 무더기였다. 과제가 우리 자체적으로만 뚝딱뚝딱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이면 얼마나 좋겠냐만, 대체 그런 과제가 존재하긴 하겠냐고. 그 전 조직에서는 여러 카운터파트들과 로드맵을 맞춰야 하느라, 그리고 지금은 회사 외부의 데이터와 포맷을 맞춰야 하느라 그 커뮤니케이션에 진이 다 빠졌다. 그래도 그 와중에 이제 짬이 찼다고 전력을 다해야 할 일, 그냥 어느 정도 수준으로 처리해야 할 일 정도는 쉽게 구분한다. 이번 과제는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만 챙기면 되는 과제다. 남들 하는 만큼 딱 그 정도. 변수는 있다. 남들도 자꾸 업데이트를 해...... 그래서 우리는 어느 정도를 우리의 기준으로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해 선제적으로 고민한다. 우리만의 개성에 대해서 생각하고, 어느 정도까지 친절해야 하나, 이게 영속 가능성이 있으려면 어디까지 안고 가야 하나를 고민한다. 


내부에도 변수가 하나 있는데, '너무' 사력을 다하는 멤버가 그렇다. '아유 여기 뭘 그렇게까지 힘을 빼요'가 목전까지 찼지만 뭘 또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고. 사실하고 싶은 말은, '여봐요, 이것 때문에 우리가 싸울 필요가 없다'인데... 큰 그림을 가지고 설득이 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는데 이번에는 설득이 안됐지 싶다. 찝찝하지만 일단 킵고잉. 프로덕트 매니징이란 앞단에서 길을 제시하는 일이다. 틀린 계획이 계획이 아예 없는 것보다 낫다지만 틀린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수정해나가다 보면 비난당할 수 있다. 감당할 수 있음에는 감정의 값도 들어간다. 더 이상 협업하면서 상처받기 싫지만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계획을 세우고, 기준을 세우다 보면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이빨이 빠지기도 하니까. 그리고 빠진 이빨은 누군가에겐 더 시리게 마련이니까. 짜증도 나겠지. 그럴 때는 곤란해지기가 싫어 일을 묵히지 말자. 실무자끼리 해결 못하는 이슈는 빨리빨리 정리해서 그 윗단에서 해결해버리자. 일 뭉개느니 그게 낫다. 내가 불편하다고 해서 뭉개고 있으면 일만 커질 뿐. 나는 늘 내 최선을 다 할 뿐이다.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오늘도 한번 외치고 일을 시작한다.

그런다고 큰일 안나, 그냥 오늘 해야 할 일만 해.
그러다 보면 어딘가 가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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