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의 속도 May 14. 2024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 꿈꾸던 정상에 올라

진짜로 갈 수 있을지 몰랐다.

뭐 꼭 자의로 시작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이제와서는 이런 기회가 생긴 걸 감사한다. 킬리만자로를 다녀오니 사실 우리 모두 넘 최고인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한 번도 진심으로 love myself 한 적이 없었는데 이제야 마침내. 과분하게 사랑받았고 이런저런 역할을 해냈다.

독일에서 환승해서 아프리카로 갔다. 이제 이 비행이 끝나면 딱 두 번 공항을 밟으면 80일간의 여행이 모두 끝난다. 이게 끝나고도 재취업까지는 덤 같은 시간들이 남아있지겠지만 그건 그거고. 내가 기획한 내 시간이 이렇게 끝이 난다. 숨 잤더니 다 왔는데? 부다페스트부터 컨디션이 안 좋더니 이젠 또 체한 건지 한참 등이 아팠다. 비행기에서 물병으로 마사지했다. 에티오피아 공항에서 엉클팍다른 일행들을 만났다. 기다리면서 만난 커피가 꿀맛이었다.

킬리만자로는 혜초여행 패키지로 떠났는데 나는 30대 대표였다. 2,3,40대 각각 한 명씩. 5-70대가 다수로 이루어진 16명의 팀. 나는 이번 패키지 대 만족이었는데 등반으로 와도 어차피 현지 가이드를 써야 된다네? 근데 코로나 때문에 많이 없어졌단다. 그마저도 음식은 따로 준비해야 하니 부담이 되고. 게다가 담당자님이 올해 실적이 좋아서 더 잘해주시기도 했고. 상품이 아니었으면 '캠핑'으로 진행되는 마차메루트가 있는 줄도 몰랐을 거다.

등반을 처음 시작하기 전날 9시부터 일찍 잤다. 체해서 그런지 요 며칠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았다. 그래도 아침엔 회복된 듯해서 다행이다. 첫날부터는 마지막까지 뽈레뽈레 천천히 킬리만자로를 올랐다. (대부분) 오전에 산행이 끝난다니 다행이었다. 중반부터는 고산증이 심한 편이었는데 미련하게 약을 안 먹었다. 컨디션을 끌어올리려 물 많이 마시고,  두통(에드빌)에 의지했다. '나는 젊어 좋고 좋을 때다' 이거 하나 믿은 거였는데 나를 믿지 말고 그냥 고산약을 믿었어야 한다.
되돌아보면 희한한 배움이었다. 서두르면 고산병 온다. 애쓰지도 말아야 한다. 그렇게 조심을 하더라도 고산증으로 감기증상이 다 오더라. 머리 아프고 울렁거리고 열도 나는 거 같고... 사실 나는 첫날부터 고소증이었다. 머리가 아팠는데 에드빌로 조절돼서 그냥 무식하게 버텼다. 혈류량 증가가 문제라고요? 차 많이 마시고 화장실 시계 가면 된다고 알프스에서 만난 대장님이 그랬는데 역부족이었나 보다. 정상 밟기 이틀 전부터는 급기야 체기가 있었고(이때라도 고산병 약을 먹었어야) 소화제로 티다 정상 밟는 날 모두 다 터졌다.
5일의 캠핑과 트래킹 후 잠깐 쉬고 정상에 오르는 날. 밤 11시부터 8,9시까지 이어진 산행이었는데 전날 이상을 감지하고 나는 가이드 Elvis에게 짐을 맡겨버렸고(네 자본주의 만만세입니다.) 그로부터  don't sleep을 백번 들어가며 정상을 겨우겨우 찍었다. 야 진짜 복기해 보니 엄청났구나. 고산이 오면 두통이 있는 상태에서 서서 움직이며 졸 수 있습니다 세상에;; 이게 졸리다로만 설명할 수 없는데 화산재 둔덕만 보면 딱 저기 쓰러지고 싶음. 자지 말란 소릴 평생 제일 많이 들었다. 내일의 생명력을 끌어다 쓴다는 게 딱 이건가 싶다. 다이빙 멤버들과 우스갯소리로 맨날 '질소마취'로 죽으면 행복하다는데 그게 이런 기분일까? 정상에서 시원하게 마신 콜라를 바로 토했다. 3000미터대로 내려가면 괜찮아진다던데... 4000대의 베이스캠프에 내려와 마신 고산에 좋다는 따뜻한 레몬물이나, 이동 직전에 먹은 수박 딱 세 개 마저 토해서 대중요법으로 멀미약과 고산약을 지원받아먹었다.

다행히도 내려가서 저녁은 잘 먹었다. 맥주는 그 후로도 며칠이나 안 먹혔지만. 다음이 있다면 머리 아픈 단계가 넘어가거나 조절이 안 되는 순간 고산병약-그러니까 이뇨제- 바로 먹는다. 반알이라도. 하, 이게 뭐 오롯이 내가 오른 건가 가이드 포터 셰프 뭐 도움 없인 난 아무것도 못했다. 그... 있죠 산행 여행 때는 호텔에 킵하는 짐에 속옷 한벌 넣어두기 약속(못 갈아입은 사람)


등반 뒷이야기

킬리만자로 먼지는 암만 빨래해도 안 빠진다. 다 떨어진 등산화는 거기서 버렸고, 옷은 몽골까지 다녀와서 세탁소에 맡겨버려야지.

나는 이게 해외등반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갈만한 데가 많아졌다.
- 조지아
- 네팔 쓰리패스 노포터(준비는 빡세겠죠) : 10월 말-11월 초가 좋다고 
- 키르기스스탄 지형/빙하
- 임자체(아일랜드 피크. 정상 등반) 가이드 : 찾아보면 2주 프로그램이 있음
- 뉴질랜드 밀포드 : 현지 대행사
이외에도 여행사를 쓰더라도 호텔급 ㄴㄴ 로컬식당 ㅇㅇ 등 개인 맞춤형으로 변형 가능하다니 어디든 가보고싶다면 여행사에 일단 문의해 보자(2명 이상이면)

모든 일정이 끝나고 그제야 탄자니아가 눈에 들어왔다. 타이어 재활용하는 것도 그렇고 구제 선호도 그렇고 이것저것 고쳐 쓰는데 능한데(튜닝) 내 라이프스타일의 끝이 여긴데? 아프리카?

잔뜩 타서 코와 입술 주변 턱이 다 까지는 상태에서 팩을 했다. 팩을 여행하면서 대체 언제 하나 했더니 피부손상이 진짜로 왔을 때 해주면 좋은 거였다. 여행에서 거의 처음으로 상비(?) 팩 붙인 사람.


지출

패키지에 다 포함되어 있어서 별도 지출은 이게 다다.

비자, 팁 300달러

짐 맡기기 80달러

원두 5달러

커피 5달러

맥주 4.95유로


여행기는 유튜브로도 볼 수 있습니다.(정주행)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PXpa72s0GzfH8ucPtG-br0FBOuK-zA6h


이전 14화 헝가리 부다페스트 - 유럽의 마지막, 살아보는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