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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Nov 05. 2018

최선을 다해 발 걸치기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이어나가는 재주

이 매거진의 원글(제주에서 육지로 다시 와 적응하는 이야기)은 아래의 브런치북으로 옮겨갔습니다. 기존 글은 브런치북에서 찾아주세요. 여기서는 육지에서도 끊이지 않는 삶의 루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Photo by ALP STUDIO on Unsplash

슬금슬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밋업을 기웃거리다가 (발견은 주로 SNS나 밋고 같은 밋업 플랫폼) 문득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초조함이 생겨버렸다. 사이드 프로젝트해볼 때 되지 않았나. 비밀인데 저의 동력은 늘 '이거 해야지'가 아니라 '이젠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어'랍니다. 
시작은 사람들이었다. 부지런히 촉을 세우고 둘러보다 보면 '우연'처럼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 사람들과는 나도 무언가를 같이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러고도 한참이나 참여하지 못했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어떤 경우에서도 잘 굴러가게끔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 차려진 밥상에 참여하는 거야 누구보다 자신 있었지만 정작 스스로 밥상을 차리진 않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러기를 몇 개월.  '에라 뭐 그 정도쯤이야'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0에서 0.0001을 만드는 재주는 없지만 방향을 정하고 실행 단위로 자르고 결과물이 잘 나오게끔 하는 재주는 있으니까. 문제를 포착하거나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는 실행력은 내가 좀.

마음을 먹었다면 지금부터는 실행이다. 뭘 해야 할지 어쩔 줄 모르겠지만 우물쭈물할 시간에 생각을 정리하고 할 일을 내 것으로 가져와서 처리하고 동시에 번 아웃당하지 않도록 일감을 노나야 한다. 이제 막 벌어지는 일은 촛불과도 같아 자칫하면 불씨가 꺼진다. 방향을 제대로 잡지 않는 사이에 팀원의 에너지가 고갈되면 흐지부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검증해볼 수도 참고할 수도 없다. 미적거리다가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나는 사실 아무 일도 기여하지 않고 있다는 무력감에 짓눌려 어서 올해가 다 지나갔으면 하기도 했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공항에서는 한동안 팔로업하지 못했고 끝은 보이지 않고 괜히 한다 그랬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무릇 일이란 그냥 하면 된다 협업이라 지레 겁먹지 말고 할 수 있는 역할을 천천히 찾아가면 되는 것. 당장 할 수 있는 영역을 작게 만들고, 빠진 부분을 채워 넣고, 맡은 바 챙겨가다 보면 뭐라도 되게 되어있다. 지레 겁먹지 말고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조금씩 조금씩. 쑥스러워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완성해낸 게 바로 여기컨 이랍니다. (팀원으로써의 회고는 여기에서)
나도 이런 거 시상식 모드로 해보고 싶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얘기만 나눠도 생기는 힘이란 게 있는데 그런 자리가 없어서  사실 내가 참여하고 싶은 맘에 그 욕심 하나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가 되기까지 함께해준 팀원, 스탭 여러분, 그리고 행사에 참여해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판을 벌이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올 초 참여한 왜 안돼 페스티벌, WTM2018, 그리고 인디다큐 페스티벌에서 보고 설레었던 작품들 (농지에서 영화제를 개최한 <불편한 영화제> 남해에서의 삶을 도모해보는 <도망치는 건 비겁하지만 도움이 된다>) 학창 시절부터 늘 판이 벌어지는 곳 언저리를 기웃거리곤 했는데 내년엔 또 누구와 무엇을 하는 어떤 내가 되어있을지 궁금하다. 한편 회사 상황을 보아하니 내년엔 뭘 할 짬이나 날까 벌써부터 아쉽기도 하고.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퍼실리테이션과 모더레이션은 지금의 내 커리어에 꼭 필요하기도 하고 아직 알아보고 싶은 게 남아 있어서 어디라도 좀 더 참여해보고 따로 정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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