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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Jul 25. 2018

(재업) 영화제에서 8년째 바리바리 챙겨 오는 것

아이디어와 레퍼런스 -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Bifan)

2024.07. 무언가 하나에 푹 젖어보는 경험은 늘 뭐라도 남기게 마련이니까 올해도 다녀왔다. 남들 다 전주 갈 때 우리 부부는 매년 부천으로. 총 2박 3일간 12개의 상영을 보고 왔다. 내년엔 좀 줄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 오래 앉아있으니 무릎이 아프더라고.

등에 빼곡히 적힌 올해 상영작들

2024 내가 꼽은 작품들.

올해의 청춘영화 <나츠메 아라타의 결혼> : 기본은 스릴러인데요 이게 어떻게 청춘영화가 되네.

올해의 불꽃놀이 <우리는 좀비>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 : 요즘 부천은 이야기 두 개가 붙어있다. 그렇게 변주를 주면 신선한 이야기가 되지.

올해의 웰메이드 <뻐꾹!> : 아래에서 얘기하겠지만 아이디어와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완성도가 중요한데 합격입니다.

올해의 쓰레기 <포제션> : 대사 두어줄 쥐어준다고 그게 전복적인 영화가 되는 건 아닙니다.

올해의 단편 : <음어오아>, <도와줘 외계인을 임신했어>, <신코팟> 올해의 발견들이랄까. 단편은 역시 아이디어죠.

올해의 귀여움 <비버 대소동> : 아래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영화는 긴 슬랩스틱입니다. 그 기개에 놀랐음.

GV마저 귀여워

부천영화제 기간 동안은 온라인 상영도 진행되니, 관심생기신 분은 다음 기간에 집에서 찾아보세요.


여기서 쓰레기 영화를 피하는 팁. 같은 시간에 고민되는 두 작품이 있다면 여성 감독 작품을 택해보세요? 아무래도 부천은 금기나 다양성을 다루는 작품이 많다 보니 이 편이 더 나은 선택일 때가 많다. 이번에 그걸 까먹고 선택했다가 쓰레기를 주웠네요. 주제만 그럴싸하다고 영화가 아니니까 좀 더 섬세히 살피며 연출했으면.(하지만 이까지 포함해서 영화제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음향을 중시하는 사람으로서 '부천영화'에유난히 징징거리는 신시사이저를 쓴 음악이 착붙이던데 그건 또 다른 글에서

내년에는 벌써 다닌 지도 10년 차다. 그럼 적어도 140편은 봤다는 건데 아무래도 자축이라도 해야만?! 아래는 2018년 버전. 예전에 발행했던 걸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 다시 발행합니다.


@bifan2018. 상영작을 분류한 아이콘

육지에 와서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 꼬박꼬박 다닌 지도 벌써 3년째. 슬금슬금 보는 영화 수가 늘더니 이번엔 본격 2박 3일. 도대체 몇 개의 영화를 본 거야... 난 대체 뭘 바라 영화제에 꼬박꼬박 참여하는 거지 생각해 보다 상영작을 종류별로 구분하는 아이콘을 보고 깨달았다. 이만큼의 다양성을 풀어내는 아이디어! 그리고 영화제가 끝나고도 찾아볼 레퍼런스! 현실에선 너무 '구현'하는 사람이다 보니 1년에 한 번쯤은 벗어나서 비일상적인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듣는 게 좋다. 다시 현실에 돌아와서 찾아볼 거리들을 발견하는 것도 좋다. 영화제를 몇 번 다니다 보니 영화를 고르는 나만의 원칙이 생겼는데

아이디어 - 기존 질서를 전복하거나 생각할 거리를 주는지/혹은 리프레시가 되는지
세계관 - 나의 가치관과 위배되지 않는지
완성도 - 이야기를 잘 마무리지을지

영화제 일정이 나오면 참석 가능한 날짜를 꼽아보고 해당 날짜에 상영하는 영화를 죽 살펴본다. 위 기준으로 시놉시스나 스틸컷/추천을 보고 꽂히는 걸 찾는다. Bifan 2018에서 발견한 좋은 영화는 아래와 같다.

2018 밤샘영화프로그램 굿즈. 이런 장난스러움이라니(2024 현재 밤샘굿즈에서 티셔츠는 빠짐)

girlpower 배지가 붙어있던 

#헬싱키 맨스 플레인 대학살 - 남성 감독의 작품이다. 평상시에 지겹게 들어왔던 "출산"에 대한 맨스 플레인 플로우가 이어지다가 대체 생리, 출산에 대한 맨스 플레인 뭐냐고... 드디어 대학살이 시작된다. 유머러스하고 통쾌한 단편.
#밤의 문이 열린다 -  “내일이 없는 유령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 왔던 길을 반대로 걷는다. 잠들어 있던 모든 어제의 밤을 지켜본 후에야 걸음을 멈춘다.” 어쩜 아이디어도 빛나고 시간 배열이 특이하다. 구성도 감성도 독특한 작품. 다 볼 때쯤엔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한국 단편
#베란다 - 한정된 공간에서 풀어나가는 이야기. 명확한 주제를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잘 엮어간 게 인상 깊었다. "엄마"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존재들, 쯧쯧.
#아들 - 역시나 아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 베란다와 바로 이어봐서 좋았다.

주제가 묵직했던
#동물 안락사 - 이젠 영화를 보면 이게 애정에 기반한 관찰인지 눈요기 판타지인지 불쾌한 시선인지 본능적으로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폭력이 수반되는 영화에서는 직접적인 폭력의 장면은 피하는 게 예의. 이 영화는 동물 안락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불편할 수 있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영화였다.
#가비지 - 크레딧까지 꼭 챙겨봐야 함. 인도의 현실을 다루고 있어 끝까지 보기 힘들었지만 아무래도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감독은 Q라는 예명을 쓰고 있는데, 인도의 Sensorship도 이유 중 하나라고. 그의 작품은 넷플릭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하고 전작들은 다행히도 유머러스하다니 찾아보자.

물론 굿즈도 바리바리 챙겨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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