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sun Sep 03. 2019

18. 임신 후기

임신  30주




임신 후기



임신 28주를 넘어가면서 임신 후기에 돌입했다. 불편한 증상 없이 임신이 체질인가 생각했었던 임신 중기도 끝났다. 배가 나와 발가락이 보이지 않았고 오래 걸으면 허리에 통증이 있었다. 


임신 후기가 되면서 남편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옷을 입었다가 많이 울었다. 이전과 달리 나온 배가 어떤 옷을 입어도 나를 못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집에 있던 임신 전에 입었던 원피스를 모두 꺼내어 입다가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남편은 우는 나의 모습에 당황하다 옆으로 다가와 "괜찮다."라고 말을 건넸다. 남편에게 여러 옷을 입은 모습을 보이며 이상하다고 이야기하자 남편은 슬며시 웃었다.



"임신 중인데 당연한 거야, 배가 나오는 게 당연하고 아름다운 거니까 울지 마."



당연하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말에 눈물을 보인 내가 부끄러워졌다. 나 스스로 햇님이를 부정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배에 손을 올려 너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고 그저 엄마의 지나가는 한숨 정도로 생각해달라고 이야기했다.



임신 후기가 들어서면서 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 작은 일에도 기분의 높낮이가 오르락내리락 변했다. 한 번은 남편이 회식하고 늦는 날이 서운해 눈물이 났다. 갑작스러운 회식 소식에 혼자 저녁을 먹게 되는 것이 서운했다. 또 어떤 날은 냉면이 먹고 싶어 울었다. 늦은 밤 냉면이 먹고 싶어 고민하고 남편에게 말을 꺼냈는데 사다 주지 않아서 서운했다.


슬픈 날 뿐 아니라 작은 일에도 기분이 좋았던 일도 많았다. 남편과 침대에 누워 이야기하던 중 남편의 앞머리를 올려 보이는 이마에 오래도록 크게 웃은 일도 있다. 또 한 번은 남편의 다리털에 숨이 넘어갈 듯 웃은 날이 있다.



태동은 더욱 격렬하게 느껴졌다. 태아는 성장하면서 자궁 내 양수에서 놀면서 좁은지 작은 움직임 조차 느껴지는 듯했다. 이제는 누워서 태동을 보며 느끼고 있으면 가끔은 주먹으로 나의 배를 밀어내는 모습을 보며 다가올 임신 막달의 태동이 무서워졌다. 산책을 하고 있는 중에도 느껴지는 태동은 제법 강해져서 한 번씩 흠칫하게 된다. 산책하는 중간에 멈춰서 가만히 서서 배를 쓰다듬으며 태아에게 괜찮다고 말을 하며 안심시키고 다시 산책을 했다. 아기는 엄마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격렬하기만 하던 태동은 제법 조용하게 지나갔다.








임신 30주






언제나처럼 진료시간에 맞춰 복부초음파로 태아의 상태를 확인했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내 품 안에 있던 아기는 초음파상으로 얼굴로 가득 차 보일만큼 성장하였다. 아이의 입이 꼬물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그동안 큰 이상은 없었는지 확인했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햇님이는 자신이 건강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듯 양팔을 열심히 흔들며 엄마를 안정시켜줬다. 





햇님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아이의 자세 및 위치를 알려줬다. 다행히 머리가 아래로 향하게 있어 이대로 막달까지만 잘 있어준다면 자연분만이 가능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앞으로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긴 약 10주간의 시간이 남았는데 그동안 아기가 건강하게 세상으로 나와 만날 준비를 해 주길 희망했다.




이전 17화 17. 임신 26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